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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의 예술가 이야기] 카이저수염의 천재 괴짜화가, 살바도르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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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38)

“사실 나는 일생 동안 ‘정상성’이라는 것에 익숙해지는 게 몹시 어려웠다. 내가 접하는 인간들, 세상을 가득 메우고 있는 인간들이 보여주는 정상적인 그 무엇이 내게는 혼란스러웠다. 내 생각에는 생길 수도 있는 일들이 절대로 생기지 않는 것도 의문이었다. 나는 인간이 언제나 가장 엄격한 순응주의 법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인간 존재가 개인화되지 않는 정도가 너무나 심한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살바도르 달리는 초현실주의 화가이다. 그는 앙드레 브르통과의 불화로 초현실주의 그룹에서 제명당했을 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초현실주의 자체이니까 아무도 나를 쫓아내지 못한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말이다. 그의 초현실주의는 자신이 이미 천재로 태어났다는 자각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도무지 현실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니 누가 뭐래도 초현실적일 수밖에!
기계적인 것, 합리적인 것, 이성적인 것, 일상적인 것에 익숙한 우리의 눈과 사고에 신선한 충격을 주어 현실 너머의 초현실과 의식 너머의 무의식을 보여주는 달리의 특별한 표현방식은 틀에 박힌 20세기 예술의 흐름을 단숨에 전복시켜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달리보다 20세기 미술에 더 큰 족적을 남긴 미술가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의 독창성과 상상력은 그림을 통해 이 세상을 다시 보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의 작품들은 커다란 명성을 얻었고 그의 기벽들은 전설이 되었다. 죽기 전에 작품이 높은 가격에 팔렸던 화가는 흔치 않다. 그러나 피카소와 함께 살바도르 달리는 살아 있는 동안 작품들이 비싸게 팔려나갔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살았다. 생활의 유복함으로 따져본다면 그는 고흐나 모딜리아니의 정반대편에 있었다고나 할까!
그는 초현실주의 화가이지만 어느 순간 그것마저도 넘어서 버렸다. 초현실을 넘어 다시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그곳에는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가 무너진다. 달리는 “초현실주의자로서 나의 성공은 내가 초현실주의를 현실에 융합시키지 않는 한 아무 가치가 없을 것이다. 나의 상상력은 고전주의로 돌아가야만 했다. 완성해야 할 작품이 하나 남아 있었고, 그 작품을 완성하려면 내 여생을 다 바쳐도 모자랄 판이었다. 광기 아니면 삶! 나는 언제나 이렇게 말한다. 늙어 죽을 때까지 생생히 살아 있을 나와 광인의 차이는 내가 광인이 아니라는 점이라고.”라고 말했다.

달리의 화폭에는 그리고자 하는 오브제가 몽땅 녹아 들어가 흐늘거리고 있다. 마치 난로 옆에 놓인 치즈처럼 달리 옆에 가면 흐늘거리면서 오브제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매우 익숙하게 알고 있는 그의 1931년 작품 《기억의 지속 (The Persistence of Memory)》은 흐늘거리는 시계의 이미지가 매우 강력하게 남아 있다. 기분 나쁠 정도로 고요한 분위기에 녹듯이 흐늘거리는 시계들이 사막풍경에 늘어져 있는 상황을 그린 것이다. 이 유명한 늘어진 시계 모티브는 카망베르 치즈에 대한 꿈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림은 달리가 두통에 시달려 친구들과 같이 극장에 가기로 한 약속 장소에 부인 갈라만 보내고 집에 혼자 남아 우연히 그린 것이다.
당시 작업 중이던 풍경화에 그려 넣을 오브제가 떠오르지 않아 불을 끄고 작업실을 나가려는 순간 두 개의 흐늘거리는 시계가 보였다. 그 중 하나는 올리브 나무 가지에 척하니 걸쳐져 있었다. 이 작품을 순식간에 완성한 뒤 극장에서 돌아온 갈라에게 공개했다. 눈을 감게 하고 그림 앞에 앉게 한 뒤 하나, 둘, 셋을 세고는 눈을 뜨게 했다. 그림을 본 갈라는 자신이 어떤 공연을 보고 왔는지 완전히 잊을 정도로 감탄했다. 그림이 그녀의 조금 전 기억을 모두 앗아간 것이다.

‘기억의 지속’, 캔버스에 유채, 24×33cm 뉴욕 현대미술관 <사진=이철환>

달리는 정상인이 아닌 장애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의 현실 부적응 장애는 예술가로서는 축복받은 일이기도 했다. 달리는 뻔뻔스러울 정도로 자신의 장애를 자랑했다. 그는 완벽하게 일반인들과는 다른 천재임을 태아 적부터 인식했다.
어느 날, 달리는 독일작가 슈테판 츠바이크, 시인 에드워드 제임스와 함께 자신이 존경하는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를 방문하러 갔다. 달리는 편집증에 관해 발표한 자신의 글을 노대가에게 봐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프로이트는 무심하게 대했다. 달리가 물고 늘어지자 프로이트가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완벽한 스페인 사람의 원형은 내 처음 봤소. 이 광적인 집요함이라니요!”

화가로서 달리는 잘 훈련된 지성과 놀라운 독창성, 기괴하고 파격적인 옷차림 등으로 유명하다. 자서전 또한 그의 그림처럼 놀라운 작품이다. 《나는 세계의 배꼽이다》는 달리가 1941년 서른일곱 살 되던 해에 직접 저술한 그가 남긴 유일한 자서전이다. 여기에도 독선적이고 교만한 태도로 꽉차있다. 그래도 그가 천재여서 읽힌다. 광기로 가득했던 20세기 대표 화가인 달리는 스스로를 천재라고 불렀다. 달리는 자신이 태아였을 때를 기억한다고 큰소리친다. 풍부한 색감의 언어로 자궁 속의 세상을 묘사한다. 그런데 그의 그런 태도가 역겹거나 반감을 불러일으키기보다 초현실적인 상상력의 문장으로 읽힌다. 이것은 달리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달리는 자신의 호적 신고를 하던 날에 대해 이렇게 썼다. “모든 교회의 종들을 울릴지어다. 허리를 구부리고 밭에서 일하는 농부들이여, 지중해의 북풍에 뒤틀린 올리브나무처럼 굽은 허리를 바로 세울지어다. 그리고 경건한 명상의 자세로 못 박힌 손바닥에 뺨을 기댈지어다. 보라 살바도르 달리가 태어났도다!” 그리고 이런 글도 있다. “불행하도다. 그대들 모두여!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을 명심해둘지어다! 내가 죽는 날은 사정이 다를 것이니!”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는 1904년 스페인 카탈루냐 동북부의 소도시 피게라스에서 태어났다. 달리의 이름 살바도르는 죽은 형의 이름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달리는 고집불통에다 안하무인이었다. 그는 금기시된 것들에 대한 도전으로 유년시절을 보낸다.
6세 때의 꿈은 요리사, 7세 때는 나폴레옹이 되기를 꿈꾸었던 달리는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과, 스페인 내전이라는 대 참사 속에서도 자기 방식대로 살아나갔다. 어쩌면 그의 독창성은 유년기 시절 태동된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와 같이 자라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17세가 되던 해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깊은 상처를 안은 채 마드리드의 산페르난도 왕립미술학교에 입학했다. 이 시절에 달리는 다른 천재들을 만나고 친교하게 된다. 학창시절 둘도 없는 친구로 지낸 시인 로르카와 영화감독 부뉴엘을 만났다. 로르카는 달리를 천재로 인정하는 스페인의 시인이었다. 훗날 스페인 내전의 희생양으로 로르카가 어처구니없이 처형당하자 달리는 그 때의 심경을 일기에 이렇게 썼다.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 그리고 무정부주의자들과 심지어는 프랑코를 추종하는 파시스트들까지도 로르카의 죽음을 이용하여 수치스러운 선전선동을 일삼았다. 오늘날 로르카를 보라! 어떻게 되었나? 그는 정치적 영웅이 되어 있다. 한때 그의 절친한 지기였던 나는 이제 신과 역사 앞에서 이렇게 선언하는 바이다.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그는 100% 순수한 시인이었으며 내가 만났던 사람 중 가장 완벽하게 비정치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독재와 인권이 유린되는 시대의 가련한 희생양이었다.”

20대 초반 마드리드 왕립미술학교의 학생 시절, 달리는 세상을 자신의 것으로 보고 그림을 그렸다. 성모 마리아의 고딕 조각을 보고 ‘눈으로 보는’ 그대로 정확하게 그리라는 교수의 과제에 광고지에서 본 저울을 그려낸다. 자기 자신이 세기의 천재라고 확신하고 있던 달리는 고딕 조각의 성모 마리아를 저울로 그렸고, 그 그림을 보고 아연실색하는 교수에게 “선생님께서는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그 고딕 성모상을 보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울을 보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파행적인 행동과 반정부 활동 혐의 등으로 그는 정학처분과 감옥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결국 퇴학을 당하게 되는데 이유는 미술사 과목의 답안 제출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그는 심사위원보다 자신이 더 완벽하게 답안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제출을 거부했다고 한다.

달리에게 파리는 고향 다음으로 각별한 장소이다. 20세기 초 파리는 세계 예술가들의 둥지이자 무덤이기도 했다. 그는 처음 파리에 가서 피카소를 만난다. 스페인 출신 두 거장의 만남이었다. 이미 대가인 피카소와 한참 혈기 방장한 달리는 서로를 알아보지만 서로 다른 세계관으로 평행선을 그으면서 살게 된다. 피카소 외에도 파리에서 여러 유명 인사들을 만나 그들과 친숙하게 지냈다. 그 중에서도 디자이너 코코 샤넬, 막스 에른스트, 르네 마그리트, 폴 엘뤼아르, 앙드레 브르통 등과 같은 초현실주의 그룹들은 그의 활화산과 같이 타오르는 예술가로서의 삶에 기름을 부어주었다.
달리는 파리에서 초현실주의 운동에 합류했다. 이전에 다다주의자였던 앙드레 브르통이 이끌었던 초현실주의 그룹의 미술가와 작가들은 합리적 사고에 좌우되기 쉬운 개념이나 이미지를 거부하고 사람들의 잠재의식 속에서 영감을 찾았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 신념을 좇는 것을 거부한 후에 달리는 초현실주의 운동에서 배제되었다. 그는 1940년 미국으로 건너가 이듬해 뉴욕 근대 미술관에서 첫 회고전을 열었다. 달리는 뉴욕에서 영화, 연극, 패션,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영화감독 알프레드 히치콕은 1945년 정신분석학적 스릴러 영화 《스펠바운드(Spellbound)》를 찍을 때 미술감독이 필요했다. 그때 그의 머릿속에 한 이름이 떠올랐다. 바로 살바도르 달리였다. 당연히 달리는 이 최고의 영화감독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달리는 옥상, 피라미드, 무도회장, 도박장의 네 장면에서 커다랗게 확대된 가위가 커튼에 그려진 눈을 자르는 장면을 제작했다. 그러나 달리가 처음에 계획했던 대부분의 기획안은 너무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이라서 실행되지 못했다.

이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달리였지만 여자관계는 이상할 만큼 다른 여느 예술가들과 달리 매우 순수하고 깨끗했다. 일생동안 오직 한 명의 여인만을 사랑했는데 바로 갈라다. 단테에게 베아트리체가 있었다면, 달리에게는 갈라가 있었다. 멀리서 사랑을 바라보기만 하던 단테와 다르게, 달리는 갈라와 같이 행복하게 살았다. 갈라는 달리의 열쇠이자 하늘이고 땅이었다.
둘이 처음 만났을 때 갈라는 시인이자 달리 자신의 친구이기도 한 폴 엘뤼아르의 부인이었고, 10년 연상이었다. 하지만 둘은 바로 사랑에 빠지고 동거에 들어갔다. 둘은 만난 지 한참 후 엘뤼아르가 사망하자 정식으로 결혼하게 된다. 이후 갈라는 허공에 붕붕 떠다니는 천재 달리를 지상의 천재로 만드는 데 온 인생을 바친다.
갈라를 만나기 전의 달리와 그녀를 만난 후의 달리는 달랐다. 달리의 사랑은 유아적이고 맹목적이었다. 갈라는 자신과 결혼 후에도 다른 남자와 염문을 뿌리고 다녔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그녀를 사랑하고 또 의지했다. 1930년 대 초부터 달리는 갈라 이외의 여자는 그림으로 그리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그림에 ‘갈라와 살바도르 달리’라는 서명을 했다. 왜 그림에 갈라의 이름을 넣느냐는 질문에 그는 “나의 그림들은 거의 다 갈라의 피로 그려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89세를 일기로 갈라가 세상을 떠나자 달리는 생전에 그녀에게 선물로 사주었던 스페인의 푸볼 성에 안장했다. 그 후 달리는 파킨슨병과 자살 기도, 침실 화재로 인한 수술을 받으면서 매우 불안하고 힘든 노년을 보낸다. 그는 결국 폐렴과 심장병 합병증 등으로 응급실을 오가다 1989년 1월 23일 여든 다섯 살 나이로 눈을 감았다.

이철환 객원 편집위원 mofelee@hanmail.net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문화와 경제의 행복한 만남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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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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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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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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