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이철환의 예술가 이야기] 수련을 유난히 좋아했던 인상파의 아버지, 모네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28)

“화가는 그림을 그리기 전에 미리 머릿속에 그림을 담고 있어야만 한다.”
“색은 하루 종일 나를 집착하게 하고, 즐겁게 하고 그리고 고통스럽게 만든다.”
“나는 자연의 법칙과 조화 속에 그림을 그리고 생활하는 것 이 외에 다른 운명을 갈망하지 않는다.”
“아무리 돌이라도 빛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
“형태에 신경 쓰지 마십시오. 오로지 색상으로 보이는 것만을 그리십시오. 그러면 형태는 저절로 따라오게 될 것입니다.”
“나는 서서히 눈을 떴고, 자연을 이해하게 되는 한편 자연을 사랑하는 법을 깨달았다.”

이러한 그의 어록만 보더라도 모네가 빛을 얼마나 중요시했는지, 색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자연을 바라보고 캔버스에 담는 것을 얼마나 즐겨했는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모네는 인상파 양식의 창시자 중 한 사람으로, 그의 작품 《인상, 해돋이》에서 ‘인상주의’라는 말이 생겨났다. ‘빛은 곧 색채’라는 인상주의 원칙을 끝까지 고수했으며, 연작을 통해 동일한 사물이 빛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탐색했다. 말년의 《수련》연작은 자연에 대한 우주적인 시선을 보여준 위대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는 1840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이 되던 해 가족과 함께 북부 해안의 작은 도시 르아브르로 이사했다. 여기서 보낸 유년 시절은 그가 후일 작품을 창작하는 데 있어서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는 이곳에서 노르망디 바닷가와 시골을 탐험하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급격히 변화하는 날씨가 바다와 육지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곳에서 활동하는 화가 외젠 부댕(Eugène Boudin)을 만나 밖에서 오는 빛을 묘사하는 초보적인 회화기법을 배웠는데, 이는 모네에게 평생토록 영향을 주었다. 부댕은 모네에게 야외에서 직접 눈으로 관찰하며 그리는 '외광회화(外光繪畵, plein air painting)'의 개념을 소개해주었다. 또한 네덜란드의 풍경화가 요한 바르톨드 용킨트(Johan Barthold Jongkind)로부터는 대기 중의 빛을 포착해내는 기법을 익혔다. 훗날 모네는 용킨트를 가리켜 자신이 예술가의 눈을 키우도록 가르침을 베풀어준 진정한 거장이라 말하기도 했다.

스물두 살의 나이에 파리로 간 모네는 전통주의자인 샤를 글레르의 화실에 들어가 후일 인상주의 화가동료가 될 르누아르와 바지유를 만난다. 당시 모네는 다수의 풍경화와 초상화들이 연례 살롱전을 통과하여 일정부분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대규모의 좀 더 도전적인 작품들은 퇴짜를 맞았다. 이에 실망감을 느낀 모네는 마네, 드가, 피사로, 르누아르 등과 함께 무명미술가협회를 창립한다.
이 협회는 1874년에 처음으로 독자적인 전시회를 개최했는데, 이것이 인상주의의 미술의 모태가 되었다. 모네는 이 전시회에 《인상, 해돋이》를 출품했다. 비평가 루이 르로이(Louis Leroy)는 이 작품을 이야기하면서 처음으로 ‘인상주의’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는 자연의 '본질'은 그리지 못하고 피상적인 '인상'만을 그렸다고 조롱하는 뜻을 담은 말이었다. 여하튼 이후부터 인상파란 이름이 모네를 중심으로 한 화가집단에 붙여졌다. 모네는 1886년까지 모두 8회 동안 이어진 인상파 전시회에 5회에 걸쳐 많은 작품을 출품하는 등 대표적 지도자로서의 위치를 굳혔다.
모네는 후일 이 《인상, 해돋이》란 그림의 제목을 선정하게 된 사연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풍경화는 단지 인상일 뿐이고, 순간적인 것일 뿐이다. 알다시피 인상주의라는 용어는 나 때문에 우리에게 붙게 된 꼬리표이기도 하다. 나는 르아브르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안개 속의 태양을, 배의 돛대들을 그려 넣은 그림을 보냈다. 그림의 제목을 알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나는 르아브르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똑같이 담을 수 없었기에 ‘인상이라고 적으시오’라고 말했다.”

자연을 가능한 한 있는 그대로 포착해내고 싶어 했던 모네는 서양 풍경화의 양식에서 벗어나 동양 미술, 그중에서도 특히 일본 목판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대상이 되는 사물들이 시간과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르게 변하는 모습에 매료되었던 모네는 《건초더미(1888~1894)》, 《포플러(1892)》, 《루앙 대성당(1892~1894)》과 같은 연작 그림들에서 새로운 경지에 이르렀다. 이 작품들은 똑같은 풍경이 시간의 변화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는 모습을 각기 다른 그림들로 그린 것이다. 명암이 마치 고체처럼 만질 수 있는 실체를 가진 것으로 보여, 회화 역사상 이정표가 되는 작품들이다.
모네는 같은 장소, 같은 대상을 다른 시간에 그리는 연작(series)을 통해 동일한 사물이 빛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잘 표현해낼 수 있었다. 폴 세잔(Paul Cézanne)은 빛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네의 능력에 감탄하면서 ‘모네는 신의 눈을 가진 유일한 인간’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모네의 눈에는 매 시간, 매 분, 매 초마다 빛의 변화가 느껴졌다. 때문에 그는 태양이 뜨고 질 때까지 캔버스를 바꿔가며 하나의 대상을 그렸다. 하루 종일 빛을 직접 보면서 작업하느라 모네의 시력은 크게 손상되어 갔다.

모네가 만년에 살았던 지베르니의 수련이 있는 연못 <사진=이철환>

모네의 후기 활동은 지베르니에 있는 수련 연못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모네는 86년의 비교적 긴 생애의 마지막 30년을 수련 연작에 바쳤다. 모네가 남긴 2천여 점의 유화 중 지베르니에서 그린 것이 320여 점이다. 그중 250여 점이 수련인 것을 볼 때 모네가 얼마나 수련에 몰두했는지 잘 알 수 있다.
모네는 1890년, 파리 근교 지베르니에 집을 얻었다. 그리고 1893년 나이 43세가 되면서는 완전히 그곳에 정착해 살게 되었다. 이후 정원을 넓힐 수 있는 대지를 더 구매하고, 그곳에 정원을 만들었다. 새로 판 연못에 수련과 수생 식물, 아이리스 등을 심었고, 또 연못을 가로지르는 일본식 다리를 세웠다. 그리고 정원 곳곳에는 벚나무와 버드나무, 각종 희귀한 꽃들을 심어 재배했다. 여섯 명의 정원사를 두고도 몸소 정원 일을 할 정도로 모네는 정원에 애착을 보였다. 이런 열정이 그가 《수련》 연작을 제작하는 하나의 계기가 된다.
수련은 그가 평생 추구한 빛과 색채의 철학을 집약한 마지막 정화이다. 그는 하늘과 주변 풍경이 잠긴 거울 같은 물 위에 무리지어 뜬 채 빛과 대기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수련에 매혹됐다고 한다. 모네는 자신이 만든 연못과 정원에서 영감을 얻어 그림 작업에 몰두했다. 오늘날 파리의 오랑주리 미술관에 있는 《수련》 연작은 모네 생애 마지막 작품으로 자연에 대한 우주적인 시선을 보여준 위대한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네는 두 번 결혼하였다. 첫 번째 결혼은 그의 나이 30세가 되던 해인 1870년 파리에서 처음 생활을 시작하던 때였다. 1867년 그의 모델이며 애인이었던 카미유 동시외를 만나 그녀와의 사이에서 첫 아들 장을 낳았다. 3년 후에는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두 번째 결혼은 첫 번째 부인이 사망하자 동거하던 여인과 이루어졌다. 모네는 1876년 부유한 미술품 수집가인 에르네스 오슈드와 그의 아내 알리스를 만나 교우하게 된다. 이후 모네의 아내가 사망하자 알리스와 모네는 연인이 되었다. 그들은 노르망디 지방의 지베르니로 이사해 평생을 그곳에서 살았다. 그리고 1892년에는 결혼식도 올렸다.

모네는 유명한 화가 중 몇 안 되는 ‘죽기 전 유명세를 얻은 화가’다. 그도 젊었을 때는 지독한 가난과 외로움에 시달렸다. 그러나 그에 대한 평판이 좋아지면서 생활도 점차 나아져 갔다. 말년에는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풍족한 삶을 보냈다. 그러나 말년에 백내장으로 거의 시력을 잃게 되었다. 그래도 그는 그림 그리기를 끝까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1926년 86세를 일기로 지베르니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철환 객원 편집위원 mofelee@hanmail.net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문화와 경제의 행복한 만남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사진
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