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제롬 파월은 여러 모로 재닛 옐런 의장과 공통 분모를 지닌 인물로 평가된다.

주요 외신과 시장 전문가들이 그를 두고 ‘넥타이 맨 옐런’ 혹은 ‘공화당 성향의 옐런’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도 이를 반영하는 단면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지명자 <출처=블룸버그>

연준 의장 지명을 놓고 긴장감을 늦추지 못했던 월가는 2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일단 안도하는 표정이다.

이날 달러화는 차기 의장 지명의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부터 내림세를 보였다. 주요 외신을 타고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이사에게 지명 계획을 알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둘기파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자들이 파월 지명자에게 가장 바라는 것은 ‘안정’이다. 통화정책 정상화의 속도 측면에서 옐런 의장이 이끌었던 연준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치학과 법학을 전공한 파월 지명자는 경제학 박사 학위 없이 연준을 이끄는 이례적인 사례에 해당하지만 시장은 이에 대해 괘념치 않는 모습이다.

경제학 학위는 상원 인사 청문회를 통과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건이지만 공화당 의석으로 충분히 지명안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 자문관은 이날 블룸버그의 칼럼을 통해 파월 지명자가 통화정책의 지속성을 지켜낼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예측 가능한 정책 기조를 근간으로 경제 성장과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하지 않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의 정책자를 지낸 크리시마 구하 에버코어 ISI 부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파월 지명자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합한 카드”라며 “옐런 의장의 온건한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금융위기 이후 규제를 재검토하는 데 적극적인 의지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RBC 캐피탈 마켓의 톰 포셀리 이코노미스트는 뉴욕타임즈(NYT)와 인터뷰에서 “파월 지명자는 공화당 색깔을 지닌 옐런”이라며 “온건한 정책 기조와 함께 규제 완화를 지지하는 인물”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정책의 영속성을 원한다는 파월이 적합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우려도 없지 않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 백악관 예산 책임자였던 데이비드 스톡맨은 지난 1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파월을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것은 끔찍한 선택”이라며 “그는 12명의 연준 정책 위원이 미국 경제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본주의 케인즈 학파”라고 말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즈(FT)는 파월 지명자가 ‘서프라이즈’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 예상이 빗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화정책에 대한 그의 관점이 전직 의장들만큼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고, 이는 불확실성과 시장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는 잠재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연준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제프리 버그스트랜드 노트르담 대학 경제학 교수 역시 같은 목소리를 냈다. 파월 지명자가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안전한’ 카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는 CNBC의 칼럼을 통해 파월이 옐런 의장과 흡사한 정책 성향을 지닌 것으로 보이지만 옐런 의장만한 자질을 갖춘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파월 이사의 지명이 정치적인 측면에서 안정성을 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적으로나 금융시장 측면에서 긍정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버그스트랜드 교수는 “파월 지명자는 경제학자가 아닌 법학자의 길을 걸었고, 정치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라며 “그가 민간 금융업체에 기여할 수 있는 경험을 지녔지만 연준을 이끌기 위한 역량을 갖추지는 못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