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산업혁명 기회, 패러다임 바꿔야"
대기업 편중 심화, 전략적 중소기업 육성 필요
[ 뉴스핌=황세준·정광연 기자 ] 전문가들은 한국도 100년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00년 기업의 변화경영' 저자인 윤정구 이화여대 교수는 "기업들은 글로벌 미래 동향을 파악해가며 적시에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구조조정을 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민경현 대한상공회의소 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파괴적 신기술이 등장하고 업종 간 장벽도 없어진다"며 "기업의 대응 속도나 유연성이 승패를 가르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본주의 역사 짧은 한국, 골든타임 남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00년 이상 기업이 9개에 불과하다. 이는 상대적으로 자본주의가 싹튼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 등 역사적 사건에 휘말린 탓도 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하지만 국내를 기준으로 할 때 비교적 오랜 역사를 가진 기업들이 국가경제를 이끌어왔고 지금도 이끌고 있다는 점은 선진국과 큰 차이가 없다. 실제로 삼성 79년, LG 70년, SK 64년, 현대자동차 50년 등 주요 기업들은 반세기 이상 존속하고 있다.
이들의 존재감을 감안할 때 자본주의의 역사가 비교적 짧은 국내에서는 향후 어떤 기업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느냐가 국가 발전의 방향 자체를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 교수는 “대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많은 중소기업과 개인들이 사업을 실험할 수 있는 플랫폼 리더십 기업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면서 "지금처럼 대기업이 돈만 된다면 중소기업의 업종까지 장악하는 패러다임으로는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공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대기업, '플랫폼 리더십' 통해 중견·중소기업 성장 지원
중소기업의 전략적 육성은 100년 기업을 키우기 위한 과제로 꼽힌다. 코트라에 따르면 장수기업이 많기로 유명한 일본의 경우 2012년 기준 200년 이상 기업 수는 4000여 개로 전 세계에서 압도적인 수치를 자랑한다. 2010년 기준 100년 이상 기업 수는 무려 2만2000여 개다. 10개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리와는 큰 차이다.
흥미로운 건 이들 100년 이상 장수기업 중 상장사 비중은 1.6%에 불과하며 98.4%가 중소기업이라는 점이다. 또한 소매업(28.3%)과 제조업(24.5%) 등 100년 중소기업의 상당수가 서민 경제의 중심이 되는 산업군에 밀집해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100년 기업 중 비상장기업은 몽고식품과 보진재 두 곳에 불과하다. 345만 개에 달하는 중소기업 중 30년 이상 된 기업의 비중은 3%(2014년 기준) 수준이다. 100년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중소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특히 중소기업 육성은 전통의 미국 자동차 기업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오른 테슬라의 경우처럼 미래 100년을 바라보는 혁신기업을 육성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민 연구원은 “테슬라는 가격을 기존의 절반으로 낮춘 보급형 모델을 출시해 고급 차로 인식되던 전기차의 저변을 크게 넓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 운행 소프트웨어 등 IT와 자동차 기술 간 융합을 통해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와 같은 미래 차의 기준도 제시했다”고 분석했다.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LG 트윈타워 1층 로비 <사진=최유리 기자> |
이어 “당장의 성과보다 미래 발전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하는 투자 여건이 작용했다. 기업 차원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고 시장에서는 그러한 노력을 제대로 평가해주는 환경이 세계 경제의 변화와 혁신을 선도한다고 본다”고 했다.
◆ 4차 산업혁명은 생존의 갈림길
전문가들이 집중하는 화두는 4차 산업혁명이다. 100년을 바라보는 기업들에 4차 산업혁명은 생존의 갈림길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4차산업은 이미 기술적 포화를 기반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고 새로운 스토리가 구성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투명성이 없거나 자신의 회사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철학적 기반 없이 기술에만 매진하는 회사들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 연구원 역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파괴적 신기술이 등장하고 업종 간 장벽도 없어진다. 구글이 자동차를 만들고, GE가 소프트웨어 회사처럼 산업용 인터넷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변화의 속도도 매우 빠르다. 이러한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열린 시각을 갖고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나 유연성 여부도 승패를 가르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