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수정 기자] 배우들의 열연이 빛나는 연극 '프론티어 트릴로지'가 공연 중이다.
연극 '프론티어 트릴로지'는 제스로 컴튼 프로덕션의 '트릴로지' 시리즈 마지막 작품. 호텔방을 무대로 했던 '카포네 트릴로지', 전쟁 속 벙커를 배경으로 했던 '벙커 트릴로지'에 이어 150년 전 황량한 서부시대를 담은 작은 성당을 배경으로 한다.
'프론티어 트릴로지'는 세 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각 에피소드가 독립된 공연으로 진행된다. 금을 캐기 위해 서부로 이동한 두 형제와 한 여인의 사랑과 비극을 그린 '피로 물든 달', 개발에 반대하는 지역민과 철도회사의 갈등을 담은 '시계는 정오를 친다', 세 에피소드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마노아 신부의 과거 이야기를 담은 '방울뱀의 키스'로 구성된다.
첫 번째 '피로 물든 달'에서는 금을 캐서 부자가 되기 전의 형제의 모습과 그 이후가 극명히 바뀐다. 여기에 집안일을 위해 고용된 아넬리즈는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존재. 마노아 신부는 이들의 비극을 조용히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시계는 정오를 친다'에서는 성당으로 도망친 농부와 보완관이 철도회사 사장의 딸 릴리안과 협상하는 과정을 담는다. 시간 제한, 총격전, 얽히고설킨 거래 등 각종 요소가 빠르게 버무러지며 이전 에피소드보다 긴장감을 살렸다. 극 말미 작은 반전도 담는다. 마지막 '방울뱀의 키스'는 앞서 큰 역할 없이 방관자 혹은 조력자 역할을 했던 마노아 신부의 과거가 공개되면서 대미를 장식한다.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진지하게 진행된다. 웃음 요소가 부족하지만, 배우들의 빛나는 열정이 모두를 압도한다. 마노아 신부는 최수형과 박인배가, 브라더1역에 김동원과 박은석, 브라더2 역에 문태유와 김우혁, 시스터 역에 임강희와 전성민이 더블캐스팅 됐다. 매우 단순하고 평면적인 캐릭터들이 오직 배우들의 연기 덕분에 생명력을 갖게 된다. 각 에피소드마다 눈빛 하나, 표정 하나로 180도 달라진 그들의 열연은 안쓰러울 정도로 멋지다.
특히 배우 최수형은 앞선 두 편의 에피소드에서 적은 대사임에도 존재감을 내뿜고, 배우 임강희는 '창녀' '배신자' 등 불편할 정도로 구시대적 여성관을 그리고 있는 캐릭터를 그나마 납득할 수 있게 매력적으로 살린다. 선과 악을 오가는 눈빛이 인상적인 배우 김동원과 박은석 역시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황량한 서부 개척 시대, 두 눈이 보이지 않는 신부, 성경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 등 관객들의 호기심을 끌 요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재와 과거가 계속 왔다갔다 하며 다소 산만한 구성, 시간의 흐름과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기 위한 뜬금없는 몸짓과 음악이 오히려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점이 아쉽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매우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 반전을 숨겼지만 대다수의 관객은 이미 알고 있었을 듯하다. 진부한 내용은 어쩔 수 없이 지루함을 동반한다.
무대는 양옆으로 관객이 앉아있는 2면무대로, 다른 소규모 공연장보다 배우와 관객의 거리가 가깝다. 여기에 좌석 중간에 통로를 만들어 동선을 다양화하려고 노력했지만, 너무 좁은 무대의 한계는 배우들의 움직임을 소심하게 만든다. 배우와 관객 모두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이를 점차 즐긴다면, 극의 호흡을 따라가기에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
연극 '프론티어 트릴로지'는 오는 11월 19일까지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주)아이엠컬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