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현 기자] "Back to the Basics. 초심으로 돌아가서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금융 감독을 제안합니다."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11일 취임식을 갖고, 금감원 직원들에게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당부했다. 건전성과 공정성, 소비자 보호라는 세 개의 축을 견고히 유지해야 한다는 것. 최 원장은 이를 위한 금감원의 혁신도 예고했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외환위기 당시 통합 금융감독기구 설계에 참여했었는데, 20년 가까이 지나 여러분을 다시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간 금융 산업은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했지만 금융 본연의 역할에 소홀했고, 금융사고와 불합리한 거래관행이 끊이지 않아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했다"면서 "감독당국도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만큼, 더 늦기 전에 신뢰를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절실히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금융감독'을 제안했다. 금융감독원의 설립 목적이 ▲금융회사의 건전성 제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금융소비자 보호인 만큼 건전성과 공정성, 소비자보호라는 세 개의 축을 견고히 해야 한다는 것.

최 원장은 "금융회사에 대한 건전성 감독을 원칙과 기본에 따라 충실히 수행해 금융시스템 건전성을 강화하고, 최근의 북핵위협과 가계부채 등에도 버텨낼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아울러 불필요한 검사와 제재 관행은 개선하되 부당행위는 엄중히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한 방법도 제시했다. 그는 "금융시장에는 거래 당사자 간 정보비대칭이 너무 커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 등의 문제가 만연해 있다"면서 "그동안 제한적으로 제공하던 금융 산업 관련 통계와 검사, 제재정보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시장규율을 확립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회계분식 위험 등을 조기에 포착할 수 있도록 회계감리시스템도 선진화 한다는 계획이다. 또 저출산 대응 노력, 환경보호, 노사관계 등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한 기업에 대해서도 정보를 제공키로 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원장 직속 자문기구로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이다. 최 원장은 "이 기구는 주요 감독 제도 시행에 앞서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제도의 적정성을 중점 심의할 것"이라면서 "위원의 절반을 시민단체 중심의 학계, 언론 등 각계 전문가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원장은 금감원 직원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청렴·전문성·소통'을 강조했다. 최근 불거진 금감원 채용비리 등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최 원장은 "개미 구멍으로도 둑이 무너진다는 말처럼 구성원 개개인의 작은 일탈이 조직에게는 치명적인 위기가 될 수 있다"면서 "자정능력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조직문화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성을 강조한 그는 금감원 내부 조직 혁신도 예고했다.

그는 "감독당국의 권위와 위엄은 금융회사를 윽박지르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에서 비롯된다"면서 "핀테크 혁신과 지주사 중심의 복합금융화 등으로 금융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으므로 기존의 권역별 감독을 벗어나 기능별·기술별 감독체계로 전환하고, 총체적인 리스크 관리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마지막으로 "감독기관은 잘한 것보다 잘못한 것이 두드러지기 마련이며, 칭찬이나 감사를 바라기보다 엄격하고 책임있게 봉사해야 한다"면서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금융감독을 통해 금융정의를 실현하는 금융감독원으로 거듭나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