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락희거리 明暗①] “즐거우세요, 기쁘세요, 여기는 어르신의 樂喜거리”

기사입력 : 2017년09월16일 09:00

최종수정 : 2017년09월16일 19:54

탑골공원 북문에서 낙원상가 쪽 60m 거리
1960~70년대 복고 분위기 간판·소품 완비
“어르신 음악 신청 받는 ‘추억 더하기’부터,
지팡이거치대·심장응급소까지” 디테일 甲

[뉴스핌=황유미 기자] 지난 13일 오전 11시, 탑골공원 북문에서 낙원상가 쪽으로 난 길에 발을 들여놓자 1960~70년대 거리 풍경이 60m가량 펼쳐졌다.

이제는 조금 낯설기도 하지만, 돌아가는 빨강·파랑·하양의 3색 원통은 이곳이 이발소라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영화 ‘칠수와 만수’에 등장하는 극장간판 화가가 그린 것과 비슷한 원로 진행자 송해씨의 벽화도 방문객을 반겼다.

서울시 종로구 탑골공원 북문에서 ‘락희거리’를 안내하는 표지판. ‘락희’는 ‘럭키(lucky)’를 음차(音借)한 말로 한자로는 ‘樂喜’(즐거울 락, 기쁠 희)라고 쓴다.

‘락희(樂喜)거리’. 지난해 말 서울시가 일본 스가모 거리를 모델로 조성한 노년층 특화 거리다. 어르신들을 즐겁고 기쁘게 만들겠다며 예산 2억6000만원을 투입했다.

간판도 복고풍으로 디자인했다. '추억더하기' '스타 이발관' 등 '상냥한 가게'로 이름 붙여진 11개의 상점의 간판은 1970~80년대 흔히 볼 수 있는 글씨체로 적혀졌다. 눈이 좋지 않은 어르신들을 위해 일반 간판의 글씨보다 1.5배 정도 크다.

부인과 함께 락희거리를 찾은 김모(67)씨는 "옛날 생각나고 좋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더 깔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락희거리의 '친절한 가게'. 서울시 지원으로 간판을 복고풍으로 교체했다. 간판 글씨도 어른들이 읽기 쉽도록 크게 작성했다. 황유미 기자

락희거리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깔끔하고 환한 화강암 바닥이었다.

종로구청은 지난 3~7월 거리 조성 사업을 통해 낡고 오래된 아스팔트를 거둬내고 바닥에 하얀색의 화강암을 깔았다.

이곳을 방문하는 어르신들은 과거보다 한결 깔끔해진 분위기에 반색했다.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도로 정비공사를 통해 깨끗하게 바뀐 락희거리 내 보도. 황유미 기자

정태호(남·76)씨는 "거리가 한결 환해졌다"며 "덕분에 이제는 외국인들도 와서 사진 찍고 가고, 질서가 잡히고, (거리 내) 식당들도 덩달아 깔끔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석재(남·72·서울 동대문구)씨도 "서울시가 제일 잘 한 게 이 바닥을 바꾼 것"이라며 "거리가 환해지니 오는 사람들도 깔끔한 사람들만 오는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락희거리에는 노인들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한 배려들이 눈에 띄었다.

거리 내 몇몇 상점에는 '생수 제공' '어르신 우선 화장실' '심장 응급소' 등의 내용이 돌출형 간판으로 붙어있었다.

락희거리의 '상냥한 가게' 중 4곳은 '생수제공'이란 안내판을 붙여놓고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생수를 제공하고 있다. '어르신 우선 화장실'이 설치된 가게도 있다.  황유미 기자

가게에서 물건을 사지 않아도 노인들이 편하게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음식점 테이블 곳곳에는 지팡이 거치대도 설치돼 있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정기정씨는 "서울시의 요청으로 심장 제세동기가 이 근방에 설치돼 있고 생수는 우리가 오시는 어르신들께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어르신들은 이런 편안한 환경에서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과 커피·차 등을 즐길 수 있는 것을 이 거리의 최고의 장점으로 꼽았다.

'선지해장국 2500원' '잔치국수 3000원' '쇠고기버섯죽 3000원' 등 락희거리 음식점에는 5000원 미만 메뉴가 대부분이었다. 이발소도 '이발 3500원, 염색 5000원'의 가격표를 유리창에 붙여놓고 있었다. 

락희거리 끝의 낙원상가 '낭만극장'과 '실버영화관'에서는 55세 이상이면 영화도 2000원에 볼 수 있다.

이곳을 가끔 찾는다는 손수원(남·77)씨는 "가격도 싸고 눈치도 안 주고, 여기야말로 말 그대로 사랑방"이라며 "이렇게 어르신들이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이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락희거리 내 상징적 가게인 '추억더하기'. 어르신들의 신청곡을 받아 틀어주기도 한다. 황유미 기자

친구를 만나러 락희거리를 방문했다는 오모(여·71·서울 성북구)씨도 "여기 오면 1만원으로 영화 보고, 밥과 커피도 먹고, 마음 편하게 놀다갈 수 있다"며 "할아버지들은 머리도 자르더라"고 말했다.

락희거리 대표 상점인 '추억더하기' 매니저 정광섭씨는 "노인들의 편의를 위해서 '이 집 음료수(물)는 마셔도 괜찮다' '이 집 화장실은 써도 괜찮다' 이렇게 표시해 두고 있다"며 "시에서 도로정비하고 간판까지 새로 산뜻하게 해줘서 완전히 새로운 거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시는 분들도 상당히 만족해하시는 편"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국세청, 홈플 대주주 MBK 세무조사 [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국세청이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이날 MBK파트너스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MBK파트너스측은 "지난 2020년 이후 5년 만에 이뤄지는 정기 세무조사로 인지하고 있다"며 "최근 불거진 홈플러스 사태(기업회생신청)와는 무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세무조사 담당 부서가 비정기(특별) 세무조사를 맡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라는 점에서 지난해 논란이 됐던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역외 탈세 의혹까지 다시 들여다보는 게 아닌가 하는 관측도 제기된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20년 세무조사 결과 1000억원 규모의 역외탈세 혐의가 드러나 400억원 가까이를 추징 당했다. 지난해에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역외탈세 의혹이 재차 제기된 바 있다. MBK파트너스는 대규모 차입금에 의존해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이후 점포 등을 팔아 인수대금을 상환하고 배당을 받는 방식으로 투자 원금 회수에 주력했다. 정작 홈플러스는 자금 압박에 빠져 최근 기업회생 절차에 들면서 금융권과 업계 안팎에서 'MBK 먹튀'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번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오는 18일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긴급현안질의에 나설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홈플러스 영등포점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yym58@newspim.com osy75@newspim.com 2025-03-11 19:39
사진
전투기 민가 오폭 부대장 보직해임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공군은 경기도 포천에서 발생한 KF-16 전투기 오폭 사고 조사 과정에서 지휘 관리와 감독이 미흡한 사실이 드러난 해당 부대 전대장과 대대장을 보직 해임했다고 밝혔다. 공군은 11일 언론 공지를 통해 "전투기 오폭사고 조사 과정에서 법령준수의무위반이 식별된 해당 부대 전대장(대령), 대대장(중령)을 11일부로 선(先)보직해임했다"고 전했다. 공군은 "조종사 2명에 대해서는 다음주 공중근무자 자격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군은 전날 중간조사 결과 브리핑에서 이번 사고의 주원인이 조종사의 좌표 오입력이라고 발표했다. 아울러 작전 수행 전 담당 조종사가 보고하는 실무장 계획서를 군 지휘부가 검토하는 내부 체계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파악됐다고 밝혔다. 공군은 경기도 포천에서 발생한 KF-16 전투기 오폭 사고 조사 과정에서 지휘 관리와 감독이 미흡한 사실이 드러난 해당 부대 전대장과 대대장을 보직 해임했다고 11일 밝혔다. 사진은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KF-16 오폭 사고 조사결과 중간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뉴스핌DB] parksj@newspim.com 2025-03-11 15:22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