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유니콤 혼합소유제 개혁 본격화 신호탄
개혁 효과는 미지수, 면밀한 투자가치 점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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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강소영 기자] 중국 3대 통신사 중 하나인 차이나유니콤(中國聯通)의 혼합소유제 개혁 단행으로 중국 자본시장이 떠들석하다. 그간 지지부진하던 국유기업 개혁 작업이 이번 계기를 통해 본격화됐다는 기대감과 함께 증시에선 차이나유니콤이 연이틀 상한가를 기록했다. 일부에선 혼합소유제와 인터넷이 향후 중국 자본시장의 투자 키워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차이나유니콤의 혼합소유제를 마냥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비판도 점차 늘어나는 분위기다. 차이나유니콤의 '파격적' 개혁 사례를 통해 중국 국유기업 개혁의 의미와 차이나유니콤의 투자가치를 점검해본다.
◆ 혼합소유제 본격화, 시장 열세 차이나유니콤 혁신 시동
혼합소유제란 국유 기업에 민간 자본의 투자를 유치, 국유기업의 경영능력과 재무상황을 개선하는 중국 국유기업 개혁의 한 가지 방안이다. 중국은 지난 2016년 9월 차이나유니콤, 동방항공, 난팡전력망, 하얼빈전기그룹,중국원자력공업건설그룹, 중국선박의 6개 기업을 1차 혼합소유제 시범 기업으로 선정했다.
첫번째 '주자'로 나선 차이나유니콤의 혼합소유제 개혁은 크게 두 가지 부분에서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우선 시노펙(中石化), CNPC(中石油) 등 앞서 진행된 혼합소유제 개혁과 이번 차이나유니콤은 개혁 대상에서 큰 차이가 있다.
전자의 중앙 국유기업들은 비핵심 사업부문을 대상으로 부분적인 혼합소유제를 추진한 것과 달리 차이나유니콤은 핵심 사업 부문을 대상으로 개혁을 단행, 실질적인 혼합소유제 개혁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점에서 차이나유니콤은 완전한 혼합소유제 추진 1호 국유기업이라는 칭호와 함께 중국 국유기업 개혁을 견인하는 '기수' 역할을 떠맡게 됐다.
차이나유니콤 구조 개혁의 또 다른 특징은 BATJ(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징둥) 등 중국의 내로라하는 인터넷 기업의 유치를 이끌어 낸 점이다.
20일 발표된 차이나유니콤이 혼합소유제개혁 방안에 따르면, 제3자 지정 증자·지분 양도·스톡옵션의 방식을 통해 구조 조정을 단행한다.
증자를 통해 텐센트(5.18%)·바이두(3.30%)·징둥(2.36%)·알리바바(2.04%)가 차이나 유니콤의 지분을 대거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차이나라이프(中國人壽), 쑤닝(蘇寧), 광치(光啟), 디디추싱(滴滴出行), 왕쑤커지(網宿科技) 등 보험과 인터넷 분야의 걸출한 유명기업이 차이나유니콤 혼합소유제 개혁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14개 민간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함으로써 롄퉁그룹의 차이나유니콤 지분은 63.7%에서 36.7%로 낮아졌고, 민간 부분의 보유 지분은 35%에 달하게 됐다.
차이나유니콤은 이들 전략적 투자자와의 협력을 통해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스마트폼, 디지털콘텐츠, 결제금융 등 신사업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 차이나유니콤에 대한 국내외 엇갈리는 시각차
차이나유니콤을 필두로 중국이 혼합소유제 개혁 추진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차이나유니콤 개혁 소식이 전해진 후 하루만인 22일에는 중국경공업그룹(中國輕工業集團), 중국공예그룹(中國工藝集團) 두 국유기업이 중국바오리그룹(中國保利)에 합병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유기업 개혁 이슈가 한층 더 뜨거워졌다.
문제는 개혁 자체가 아니라 개혁의 효과다. 과거 중국북차와 중국남차를 중국중차로 통합하는 국유기업 개혁 후 중국 증권가에서는 충분한 준비과정과 타당성 검토 없이 '개혁을 위한 개혁'이 진행됐다는 혹평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함께 중국중차 종목에 대한 비판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차이나유니콤의 혼합소유제 결과에 대한 전망도 낙관론 일색은 아니다.
혼합소유제 개혁을 위한 진정한 첫 걸음을 뗐다는 상징적 의의 외에 이번 개혁이 통신 분야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차이나유니콤을 되살릴 한 수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라는 견해다. 차이나유니콤의 주가가 혼합소유제 이슈를 타고 고공행진 중인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개혁의 효과를 면밀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 국내 증권사들은 차이나유니콤 개혁에 일제히 환호했다. 중신증권은 이번 혼합소유제 개혁이 시장의 기대 이상이었다는 평가를 내렸고, 방정증권은 차이나유니콤의 경영이 전면적으로 개선되는 한편 혁신성이 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외국계 증권사와 투자은행은 다소 신중한 견해를 내비친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전략적 투자자들이 매수한 차이나유니콤의 지분 가격이 실제 밸류에이션보다 높다며 향후 거래 진행 과정에서 새로운 변수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차이나유니콤 레드칩에 대한 투자의견 시장상회(아웃퍼폼) 제시는 그대로 유지했다.
CLSA 아시아 퍼시픽 마켓츠는 이번 개혁이 차이나유니콤에 실질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기 힘들다는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이 기관은 차이나유니콤 H주 투자의견을 언더포펌(시장 수익률 하회)으로 강등했다.
모건스탠리도 차이나유니콤의 개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으며 비중축소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 인터넷 거물 끌어들인 개혁, 차이나유니콤엔 '양날의 검'
업계 전문가들의 이번 개혁에 대한 분석도 다소 차이가 난다.
일각에서는 차이나유니콤이 중국의 유명 인터넷기업을 투자자로 유치한 이번 혼합소유제 개혁이 단기적으로 이득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차이나유니콤에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에 비해 시장 열세에 처해있는 차이나유니콤이 텐센트·바이두·알리바바 등 기술과 시장 영향력이 큰 기업과 손을 잡는 것은 경영능력 개선과 서비스 혁신에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 인터넷 기업들도 차이나유니콤을 통해 중국 내 사업 네트워크를 더욱 견고하게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이동통신사와 자사 상품 및 서비스를 결합하면 신규 고객 확보와 고객 충성도 강화의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내후년 쯤 차이나유니콤의 혼합소유제 개혁이 심화단계에 진입하면 민간 주주들과 차이나유니콤 간의 의견충돌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이로 인해 개혁이 지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혁이 추가적으로 진행되면서 차이나유니콤과 전략적 투자자 간의 이해관계 충돌이 발생할 수도 이다는 얘기다.
중국의 전신산업 전문가 류치청(劉啓誠)은 "개혁이 진행되면서 전략적 투자자와 대주주 간의 발언권 다툼 발생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정부가 민간자본을 이용해 국유기업 재활에 사활을 건 만큼 의견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 힘을 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혼합소유제 개혁 이후에도 차이나유니콤의 지분 절반 이상이 공적 주체에 속해있다는 점도 개혁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지적이 있다.
표면적으로는 기존의 대주주였던 국유 주체 롄퉁그룹의 지분이 30%대로 낮아졌지만, 또 다른 국유기업 차이나라이프의 지분을 합하면 '공'적인 주체의 지분이 여전히 50%를 넘는다는 것. 이 때문에 이번 개혁에도 차이나유니콤의 국유기업 특성이 그대로 유지됐다는 평가다.
반면 이번 혼합소유제 개혁을 통한 780억위안의 자금이 차이나유니콤 회생을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적지 않다.
통신산업 전문가 푸량(付亮)은 "전략적 투자금 유치로 차이나유니콤의 시장 경쟁력이 제고될 것이다. 물론 단기적으로 차이나모바일과의 격차를 줄이는 것은 어렵지만, 5G 시장에서는 역전을 시도해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전문가 샹리(項立)도 "800억위에 달하는 자금은 차이나유니콤의 네트워크 품질 향상과 4G 시장에서의 격차를 좁히는 데 중요한 재정적 지원 역할을 할 것이다. 5G 시장에서도 본격적인 레이스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올해와 내년 차이나유니콤의 네트워크 확장 속도가 빨라 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