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2015년 여름 즈음으로 기억한다. 류승완 감독이 함께 작품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간 상황이 맞지 않아 여러 차례 만남이 어긋난 터였다. 망설일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어떤 작품인지, 어떤 역할인지도 중요하지 않았다. 하겠노라 약속했고, 그렇게 ‘군함도’를 만났다.
배우 소지섭(40)이 신작 ‘군함도’로 5년 만에 극장가를 찾았다. 지난 26일 개봉한 이 영화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 불림)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의 이야기를 그렸다.
“시나리오를 먼저 봤다면 심각하게 고민했을 거예요(웃음). 하지만 이미 한 약속이고 약속은 지켜야죠. 다만 걱정된 건 내가 이 작품에 어울릴까, 최칠성을 잘할 수 있을까였어요. 일본 팬들 반응이요? 아주 신경 쓰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특별히 지장 있을 거로 생각하진 않았어요.”
극중 소지섭이 연기한 칠성은 종로 일대를 평정한 경성 깡패다. 말보다 주먹이 앞서고 지고는 못 참는 성격의 소유자. 하지만 거친 모습 이면에 진한 속내를 지녔다.
“칠성은 본능에 충실한 인물이죠. 그저 지기 싫고 창피하기 싫고 내 것을 건드리는 게 싫은 거예요. 그래서 선과 악으로 말하기도 애매하죠. 고민했지만, 확실히 다른 캐릭터보다는 덜했어요. 또 워낙 감독님이 디렉션이 정확하셔서 감독님이 만든 틀 안에서 주로 고민했죠.”
연기적으로 류승완 감독이 요구한 것도 있다. 더 빠르게. 류 감독은 소지섭이 대사와 행동에 속도감을 주길 원했다.
“더 빨리, 그리고 파워풀하게 해달라고 하셨죠. 근데 제가 연기할 때 대사나 행동이 빠른 편이 아니거든요. 오히려 조금 느려지죠. 처음에는 ‘어떡하지?’ 했는데 또 되더라고요. 물론 처음에는 어색했죠. 하지만 배우로서는 소지섭이 아닌 그 캐릭터로 느껴져 좋았어요.”
그가 또 하나 공을 들인 부분은 바로 액션이다. 그중 노무계원 자리를 놓고 송종구(김민재)와 벌이는 목욕탕 격투신이 특히 중요했다.
“액션은 한 달 반 정도 연습했어요. 목욕탕 신 같은 경우는 준비를 더 철저히 했죠. 칠성 캐릭터를 보여주는 신이자 영화의 첫 액션이라 중요했어요. 합도 많이 맞춰보고 신경을 많이 썼어요. 결과물은 만족해요. 감독님이 호랑이 같은 느낌을 원하셨는데 그 부분이 잘 드러난 듯해요.”
소지섭을 이야기하며 힙합, 영화 수입, 출판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그는 연기 외에도 꾸준히 음반을 내고 소속사 51K 김정희 대표, 수입·배급사 찬란과 함께 다수의 외화를 수입해왔다. 또 최근에는 출판에도 손을 뻗었다.
“사실 힙합은 팬들은 포기했고 측근들 반응도 별로예요(웃음). 그래도 꾸준히 하니 조금씩 좋게 봐주시지 않나 해요. 이 일들을 하면서 제가 꼭 지키고자 하는 건 함께 하는 이들에게 피해는 주지 말자, 손해는 나만 보자는 거죠(웃음). 반면 영화 수입에서는 수익을 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래서 더 좋은 영화를 많이 수입하고 싶죠.”
그렇다면 이 일들이 배우 소지섭에게는 어떤 의미일지, 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지 궁금했다.
“제 직업은 배우예요. 그러니 저의 99%가 연기죠. 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 일들을 ‘취미’라고 하고 싶지는 않아요. 여기에 그 단어는 어울리지 않죠. 단순히 재미로 하는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하고 싶은 일들이에요. 또 다른 영감과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소중한 일이고요.”
차기작은 영화다. 아직 완전히 오픈할 수 없지만, 확실히 ‘군함도’와는 다른 장르, 다른 캐릭터다.
“어쩌다 보니 영화를 5년 만에 선보였는데 다음 작품도 극장에서 만나 뵐 수 있을 듯해요. 이번에는 따뜻한 힐링이 될 수 있는 작품이죠. 드라마는 내년에 할 듯하고요. 물론 그 전에 ‘군함도’가 잘 마무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51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