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현·이영국·김찬형 "특검이 불러주길래 수긍...내가 한 말 아냐"
[뉴스핌=김겨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 특검 조사 내용을 부인하는 증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법정에서 특검 참고인 조사 당시 진술을 번복한 증인만 3명이 나오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29일까지 총 10회의 증인신문이 진행된 가운데 김찬형 전 비덱스포츠 직원,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3명은 재판에 출석해 "내가 말한 내용이 아니라 검사가 불러주길래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한 내용이 조서에 기재됐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출석한 김학현 전 공정위 부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추측에 의한 진술을 강요받았다"며 "오늘 (재판에) 나온 것은 이를 바로잡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삼성이 청와대에도 민원을 전달한 것으로 추측한다'는 진술 조서 내용을 부인하며 "기억이 안 난다고 계속 부인했는데 검사가 '이래야 앞뒤가 맞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조서를 고치기 위해 특검 사무실을 다시 찾았으나 해당 검사를 만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도 지난 17일 언제 "조서가 제 진술과 다른 취지로 작성됐다"며 "진술조서에 적힌 내용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서 고치려고 생각해 봤으나 검찰 조사가 처음이라 고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재판부가 "조서가 잘못됐냐"고 정리하자 "일부분 (그렇다)"고 답했다.
김찬형 전 비덱스포츠 직원은 지난 10일 "특검 조사에서 '잘 모른다'고 진술했으나 검사가 당시 정황을 설명해주고 맞냐고 물어 아니라고는 할 수 없어 부분적으로 인정했다"고 했다.
증인 세명 모두 조사 과정에서 기억을 하지 못해 특검이 불러준 내용을 부분적으로 수긍했는데 마치 증인이 진술한 것처럼 조서에 쓰였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진술을 번복한 증인들에게 "없는 사실을 검사가 지어내 썼다는 것이냐"고 반문했으나 증인들은 의도와 다르게 기재됐다고 입을 모았다.
증인들이 '불러주기 식' 조서를 문제삼으며 진술을 번복해 조서의 신빙성도 떨어지는 분위기다.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의 부정 청탁을 입증해야하는 특검의 논리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삼성 측은 "특검유 유도신문 탓"이라며 "조서에 추측으로 기재된 부분이 많아 공소사실을 입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re97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