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지원 기자] 그동안 대중들이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다. 참하고 청순한 이미지로 각인된 남상미(33)는 실제로 유쾌하고 털털한 여배우였다. 지난 2015년 결혼 이후 2년 여 만에 컴백한 그는 최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김과장’을 통해 연기변신에 성공했다.
남상미는 극중 똑 부러지고 정의감 넘치는 TQ그룹 ‘경리부 에이스’ 윤하경으로 열연,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김성룡(남궁민)에게는 든든한 러닝메이트로, 연민이 느껴지는 악역 서율(이준호)에게는 따뜻한 인간미로, 경리부 직원들에게는 좋은 상사로서의 모습을 오롯이 담아냈다.
“그동안 저를 최대한 버리고 대본에 충실한 연기를 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저를 많이 드러냈어요. 하경이는 지금껏 연기한 캐릭터 가운데 제 성격과 가장 비슷해요. 평소 화통한 편이고 오그라드는 걸 싫어해요.”
결혼 후 첫 복귀작. 선택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김과장’을 결정한 이유는 진정성과 따뜻함 때문이었다. 그의 판단은 옳았다. 함께 호흡한 감독, 작가, 배우, 스태프들 모두 하나가 돼 명품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제가 가장 마지막에 합류했어요. 각각의 배역과 캐스팅, 대본과 시나리오를 놓고 봤을 때 ‘인간적인 것’에 끌렸어요. 작품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너무 좋았고, 남궁민 오빠도 잘해줄 것 같았고요. 안 할 이유가 전혀 없었죠.”
‘김과장’의 마지막회 시청률은 17.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20회 가운데 17회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현장 분위기가 좋았어요. 배우들의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고, 성격도 하나같이 다 괜찮았어요. 함께 작업을 하면서 ‘이렇게 모두 진정성을 가지고 온 마음을 다해 연기하는데 안 될 리가 없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바로 우리 드라마의 힘이었고요. 이런 조합을 만들어주신 감독님께 감사할 뿐이에요.”
그동안 수많은 드라마, 영화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남상미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작품’을 위해 ‘나’를 내려놨다. 그는 극중 김성룡, 서율, TQ그룹 경리부 직원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드라마의 무게중심을 잡아줬다.
“어느 날 감독님께 ‘하경이는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는데, ‘쌀밥’이라고 답하셨어요. 그때 생각했죠. 내가 튀기 보다는 이 사람들과 어우러져야 겠다고요. 하지만 주변 분들이 저 나름의 존재감, 노고를 알아주셔서 뿌듯해요.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 역시 인정받은 것 같아 감사하고요.”
남상미의 드라마와 캐릭터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 감독과 만난 자리에서 ‘로맨스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제안까지 한 것.
“전 하경이가 멜로의 중심에 서기보다는 사회와 동료들의 애환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캐릭터였으면 했어요. 그래서 러브라인이 없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는데, 그걸 받아들여 주셨죠. 하경이 서율의 상처를 들어주고 보듬어주는 것 역시 큰 의미에서 사랑이 될 수 있으니까요.”
남상미는 드라마 복귀와 함께 tvN ‘집밥 백선생3’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했다. 백선생 최초의 여제자이자 ‘요리 신생아’로서 반전 매력을 드러내며 화제를 모았다.
“보통 예능에 나가면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데 ‘집밥 백선생’은 그런 게 없어 편해요. 함께 요리하며 배운다는 느낌이 크죠. 그런데 ‘어깨 넘어 배운다’는 게 이런 건지 몰랐어요. 예전엔 요리를 떠올리면 막막했는데, 지금은 선생님이 한 대로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족들한테는 오삼불고기를 해주고 칭찬 많이 들었어요. 특히 남편이 표현에 인색한 편인데 게살스프를 먹고 맛있다고 해줬어요.”
남상미는 결혼, 출산, 육아를 통해 더 깊고 성숙해졌다. 아내로, 엄마로 맞는 새로운 하루하루가 쌓여 지금의 ‘단단한’ 자신이 만들어졌다며 환하게 웃었다.
“아기 보는 것부터 분유 타는 것까지 육아와 결혼생활은 매일매일이 처음이었어요. 그 모든 순간들, 좋은 충격들이 차곡차곡 쌓인 덕에 지금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지난 2년 6개월 동안 배우가 아닌 ‘남상미’라는 사람으로 살아서인지 새로운 작품과 역할에 대한 갈증이 컸어요. 제가 연기를 참 사랑한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이번 작품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꾀한 그는 조금 더 욕심을 냈다. 지금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길만한 장르와 캐릭터면 좋겠다.
“이왕이면 미스터리 장르를 하고 싶어요. 캐릭터는 좀 더 센 걸로요. 솔직히 영화에서 욕을 섞어가면서 내지르는 역할을 맡아보고 싶어요. 카리스마 넘치는 거요. 제 안에 있지만 지금껏 꺼내지 않은 모습들을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네요.”
[뉴스핌 Newspim] 박지원 기자 (pjw@newspim.com)·사진=제이알이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