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현경 기자] 9개월 동안 달려온 SBS 주말드라마 ‘우리 갑순이’를 이제는 보내야할 시간이 왔다. 드라마와 정들었던 시청자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지만, 배우 유선 역시 드라마와 안녕할 시간에 시원섭섭한 마음뿐이다. 마지막 촬영 전날까지도 눈물을 훔쳤다는 유선의 말에서 ‘우리 갑순이’에 대한 그의 애정이 느껴졌다.
유선은 “우스갯소리로 조금식을 연기한 최대철 배우가 ‘100부작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며 웃었다. 가족극이었던 만큼 배우, 스태프들도 끈끈한 정이 있었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호흡을 맞춰나갔다. 그러니, ‘끝’이라는 말이 너무나 아쉬울 수밖에.
“아직도 촬영이 끝난 게 믿기지 않아요. 또 한 번 모여야 할 것 같은데요? 마지막 촬영을 앞둔 저녁,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고요. 마치 오래된 연인과 이별하는 것처럼 마음이 무거웠죠. 다행히 촬영은 무사히 마쳤고, 종료와 동시에 ‘우리 갑순이’ 배우, 스태프들과 쫑파티를 가졌어요. 서로 부둥켜안고 아쉬움에 울기도 했어. 제가 술을 잘 못 하는 편이라 회식을 해도 끝까지 남아있지 못하는데, 이번에는 끝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너무나 아쉬워서 자리를 뜰 수가 없었어요.”
유선은 ‘우리 갑순이’에서 지고지순한 여자 재순을 연기했다. 재순은 사랑을 좇다가 결혼에 실패, 그래서 정 없이 경제적인 조건만 보고 재혼을 했지만 또다시 재혼의 위기를 겪고 실패한 재순을 연기했다. 초반에는 답답한 구석이 많았다. 속상함을 숨겼고, 참는 것에 익숙한 모습이었다. 이에 시청자들은 재순을 더욱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후반, 재순의 반격이 시작됐을 때 시청자 역시 재순의 지원군이 되어줬고 그를 응원했다.
“시청자들이 ‘쟤, 좀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보더라고요. 저를 애처롭게 보는 시청자가 많아서 초반부터 지원세력을 얻은 느낌이었어요. 그러다 늘 주눅 들던 재순이 터닝포인트를 맞죠. 욕도 하고 발로 차기도 하고 대찬 인물로 변했을 때 시청자도 속이 뻥 뚫렸을 거예요. 갑자기 재순이 변하느냐고 보는 분도 있는데, 척박한 인생을 산 여자가 변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싶었어요. 드라마의 처음과 끝만 보자면 극과 극의 성격이지만, 재순의 성장 과정을 잠 담아주신 작가선생님께 감사드려요.
재순은 조금식과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완성해갔다. 후반부로 갈수록 로맨티시스트가 된 조금식의 변화에 시청자도 환호했다. 실제, 유선과 최대철의 호흡은 어땠을까. 유선은 최대철에 대해 “유쾌하고 밝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이 극 초반에 차갑고 냉담한 조금식을 연기하는 게 얼마나 어려웠겠나. 그럼에도 선생님들을 따라다니면서 여쭤보고, 정말 노력을 열심히 하더라”며 칭찬했다.
“최대철 씨는 캐릭터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애를 많이 썼어요. 선배들께 톤을 확인하기도 하고 도움을 청하면서 성실하게 연습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이 참 보기 좋아서 저와 만나서 연기할 때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열린 마음으로 더 열심히 하니까 이야기도 잘 됐고 그 덕에 연기 호흡이 더 좋아졌죠.”
실제 유선은 어떤 딸이면서 아내, 엄마일까. 유선은 재순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물론 ‘우리 갑순이’에서 재순은 부모님을 등지고 상처받은 시간도 있었지만 부모님을 마음으로 의지하고 맏이로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점을 보면서 반성도 했다. 하지만, 아내로서 엄마로서는 스스로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며 웃었다.
“제가 굉장히 가정적인 편이에요. 촬영장과 집만 오가죠. 일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가고 쉬는 날에는 약속을 거의 안 잡고요. 그렇게 가정에 좀 더 몰두하려고 해요. 딸이 지금 네 살인데, 저와 남편 모두 적어도 세 살 때까지는 부모가 아이 곁에 많이 있어 줘야 한다는 주의였거든요. 그래서 열심히 육아했고, 네 살이 되면서 저도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슬슬 저 자신을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일과 가정을 모두 책임져야하는 워킹맘이기에 고충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유선 역시 이를 피할 수 없다. 다행히 촬영이 있을 때는 시부모님이 딸을 돌봐주는 덕에 일하고 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또 일을 마치고 바로 아이를 챙기는 남편 덕분에 더욱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고민이 하나 있다면 배우로서 사전 준비의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는 거다.
“옆에서 도와주는 분이 없다면, 저도 마음 편히 일을 할 수 없을 거예요. 시부모님이 아이를 맡아주시고, 남편이 딸을 데리고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를 책임지죠. 야근도 하고 늦어질 수도 있는데도 일찍 집에 와서 부모님과 아이를 챙기고 있어요. 그런 고마움을 알기에 저도 쉬는 날이면 더욱 가정에 집중하려고 하고요. 고충이라면, 촬영장에서 벗어나 집으로 오면 배우로서 사전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한다는 거예요. 대신에 제가 잠을 좀 더 줄여서더라도 더욱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가족극으로 따뜻한 이야기를 선사한 유선, 올해 그의 목표는 다양한 색을 내는 것이다. 그래서 모험이 될지라도 새로운 경험에 두려움 없이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면 스스로가 바뀌어야 연기도 다양해질 수 있지 않겠냐며 조금씩 자신의 역량을 넓혀나가고 싶다고 했다.
“제가 원래 활동적으로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즐기는 편은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 제 삶이 너무 단조롭게 느껴지더라고요. 연기라는 건 어차피 제 속에 담긴 모습을 보여주는 건데, 제가 제 안의 틀을 깨지 못하면 더 이상 새로워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뭘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인간 유선의 자체를 확장해 보고 싶어요. 차기작에서는 ‘우리 갑순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일 거예요.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사진=모션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