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부결 시 '트럼프 발작' 우려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장 초반부터 좁은 박스권에서 숨을 죽였던 뉴욕증시가 헬스케어 법안의 하원 표결이 연기됐다는 소식에 완만한 내림세로 거래를 마쳤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발작’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헬스케어 법안 통과가 지연될 경우 주가 상승에 불을 당긴 세금 인하와 인프라 투자 등 주요 정책 이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월가 트레이더 <출처=블룸버그> |
23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지수가 4.72포인트(0.02%) 내린 2만656.58에 거래를 마쳤고, S&P500 지수는 2.49포인트(0.11%) 하락한 2345.96에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3.95포인트(0.07%) 떨어진 5817.69를 나타냈다.
이날 장 후반 주요 외신에 따르면 하원은 예정됐던 헬스케어 법안 표결을 연기하기로 했다. 백악관과 하원 사이에 팽팽한 협상이 지속됐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 소식통의 얘기다.
외신들은 법안 표결이 24일 이뤄질 가능성이 아직 열려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로비에도 표결이 연기된 데 따라 영향력에 커다란 흠집이 생겼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통령 선거 이후 두드러졌던 이른바 트럼프 랠리가 힘을 다하면서 투자자들이 추가 상승을 위한 촉매제를 기다리는 가운데 이날 표결 연기는 투자 심리에 작지 않은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 대한 회의론과 불신이 상승할 경우 주가가 상당폭의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월가는 내다보고 있다.
브래드 맥밀란 커먼웰스 파이낸셜 네트워크 최고투자책임자는 CNBC와 인터뷰에서 “시장은 헬스케어 법안의 통과 여부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의미 있는 변화를 이뤄낼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크 웰러 파라다이 리서치 애널리스트도 “헬스케어 법안에 대한 표결 결과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며 “모든 투자자들이 온통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샘 스토벌 CFRA 리서치 전략가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헬스케어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다른 공약에 대해서도 의심하게 될 것”이라며 “표결이 연기된 것은 여전히 통과 가능성이 열린 셈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아직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 대한 실망감이 이미 투자자들 사이에 번졌지만 긍정적인 경제 지표가 주가 하락을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도 긍정적이었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1만5000건 증가한 25만8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24만건을 크게 웃도는 수치이지만 고용시장의 추세적인 흐름이 여전히 탄탄하다는 평가다.
상무부가 공개한 지난 2월 신규 주택 판매 건수는 전월에 비해 6.1% 증가하며 연율 기준 59만2000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종목별로는 포드 자동차가 실적 경고를 내놓은 데 따라 0.9% 떨어졌고, 애플은 4~6주 이내 인도 현지에서 아이폰 조립을 시작할 것이라고 보도된 가운데 0.3% 내렸다.
반면 모간 스탠리가 0.9% 상승했고, 씨티그룹이 0.5% 오르는 등 금융주가 대부분 강세를 보이면서 지수에 하방경직성을 제공했다.
헬스케어 섹터는 하락했다. 유나이티드헬스 그룹이 1% 떨어졌고, 휴매나 역시 1.6% 밀렸다. 헬스케어 셀렉트 섹터 SPDR 상장지수펀드(ETF)는 0.3% 하락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