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뫼비우스 단상] 정전

기사입력 : 2017년03월10일 18:19

최종수정 : 2017년03월11일 00:30

일상에 흔히 보이는 것들로 뫼비우스적, 그 이상의 상상 여행을 하려 한다. 주변의 사물들엔 저마다 독특한 내력이 숨어 있고 어떻게 빚느냐에 따라 보석이 되기도 하고 나침판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출발한 여행의 과정에 어떤 빛깔의 풍경이 나타날지, 그 끝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필자 자신도 설레인다. 인문학의 시대라고 하는데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 메타적 성찰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사물과 풍경, 시대와 인문을 두루 관통하면서 색다르면서도 유익한 여행을 떠나려 한다.

스위치를 눌렀는데 형광등이 들어오지 않는다. 웬일이지. 갑갑한 마음으로 서성이는 사이 벽면에 아름다운 그림이 드리워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창이 있었고 주황빛 음영이 직사각형의 네모 안에 은은했다. 예배당 안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가만 바라보는 동안 문장이 꿈틀거렸다.
“정전이 선물한 적요의 동양화 바라보며 서 있습니다. 어둑한 성당 내부처럼 변한 내 방. 창 밖의 빗소리는 아주 먼 곳까지 나를 이어줍니다. 종소리가 들려올 것 같습니다.”
마침 보슬비마저 내려 마음이 한껏 아늑해져 고교 친구 단톡방에 평소 안 쓰던 경어체로 띄웠다.
“촛불이라도 켜지 그래?”
한 친구의 다정한 문장이 내 마음의 색채를 살짝 바꿨다.
“촛불도 운치 있겠네. 근데 지금은 벽면의 저 임시 주황빛 창이 너무 아름다워. 종교적이고 묵시적이며 나를 반성케 해. 촛불을 켜면 이 임시 예배당이 사라져.”
여운을 주고는 조용히 경청하는 친구가 고마웠다.
“불을 끄면 밖의 가로등이 그림을 그려주어 성당이 되는 나의 방. 가끔 불을 꺼야겠다.”
어릴 적에 방의 불이 꺼지면 문 밖의 화단이 돌연 상대적인 밝음으로 살아났다. 어둠 속에 잠겨 있던 장미는 붉은 빛, 사철나무는 초록색, 포도나무의 포도는 검보라색을 띤 정갈함으로 사뭇 드러나는 것이다. 그 풍경이 어른거려 내면의 불마저 끄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 나는 한 줄을 더 붙였다.
“경건의 시간을 가끔 갖는 게 좋을 듯 해.”
그것엔 친구가 답글을 보내왔다.
“경건은 자신을 돌아보며 인생을 우주론적으로 사색하는 시간이지.”
신학을 연구한 학자다운 문장이었다,
“맞아. 그리고 경건은 종교에만 속하는 것이 아니라 범인류적이겠지.”
기독교 신자이기도 한 그이지만 이런 탈종교적인 발언도 너그럽게 이해해왔기에 편하게 적었다.
“경건은 자신과 만나는 시간. 자신 안의 의외성 내지 신성과 만나는 시간.”
한 문장을 덧붙였다. 의외성이라고 적을 땐 즐거움이 샘솟았다.
굳이 신성으로 환원시키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그래도 무방하지만 종교적인 내음의 그 말로 해석되지 않고 그 바깥의 낯선 빛 같은 것...사람들 누구나 마음 속에 지니고 있는 뜻밖의 색다른 감각...종교를 믿든 안 믿든 누구나 경건의 세계를 내면에 지니고 있다고 나는 말한 것이다.
“정전아. 고맙다. 경건을 선물해줘서.”
기분이 상기되어 적은 그 말에도 친구는 말없이 들어 주어 나는 충분히 이해를 받는 기분이었다.
나는 기독교 신자가 아니다. 그러나 경건의 가치를 선이니 정의니 배려니 하는 인간의 다른 가치들 못지 않게 중요한 것으로 여긴다. 경건은 뭇 종교들 안에서 더욱 깊어졌을 수는 있겠지만 종교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산을 좋아하는 무신론자가 겨울 설산의 상고대를 바라보며 피어오르는 감각, 꽃을 좋아하는 무신론 소녀가 프리지아 앞을 떠날 줄 모르는 모습엔 경건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세계가 넘치도록 차 있을 것이다.
경건의 가치를 종교에만 국한시키지 말자는 것이다. 뭇 종교들은 경건을 잘 갈무리하고 비종교의 세계에서도 경건을 풍요롭게 향유하자는 것이다.
생각에 잠기다가 창 밖을 보니 가로등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나의 아둔함을 또다시 느끼는 순간이었다. 벽면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으니 그 원인으로서 가로등이 켜있는 것이 당연하기에.
동네 전체의 정전은 아닌 모양이었다. 이 건물 내의 정전이거나 스위치 고장, 형광등 속의 알전구가 나갔던가 보다.
그 어떤 것이든 고마울뿐이다. 단순한 나의 방이 경건이 배인 성스런 공간으로 바뀌었으니.
그 임시 주황빛 창 앞에 나는 카톡 따윈 신경을 끄고 앉았다. 면벽 수행하듯 오래도록.
저 벽면 그림은 물론 환상이다. 불이 들어오거나 촛불을 켜면 돌연 사라질 것이다.
벽일 뿐이다. 벽들과 시멘트로 채워지고 벽지가 발라진. 문과 창과 더불어 방의 중요 요소인 동시에 문과 창의 존재 근거가 되기도 하는.
그곳에 현묘한 심연이 생기고 그 너머로도 끝없는 깊이의 세계가 열려 있는 것 같았다. 저 세계가 무한히 깊어지면 적멸에 이를 것 같았다.

잠을 푹 자고는 다음 날 아침에 밖으로 나갔다. 비는 그쳐 있었다. 가로등 앞에 섰다. 내 방을 경건한 성당으로 만들주고 내 가슴을 성스러움으로 채위주던 것이 이처럼 허접한 물건이라는 사실에 도리어 마음에 뜨듯함이 일었다. 일상의 민낯. 그 자체 역시 새로움이다.
정전이란 말은 전기가 발명된 이후의 신조어일 것이다. 정전은 전기의 이전, 어떤 시대, 그속의 고유성, 시간의 절대성과 만나는 시간이다.
그 절대가 성스러움마저 자아내 나를 감싸고 적멸 또한 생각게 하다가 일상으로 되돌려 놓았다. 지금은 분명히 일상이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그 이상이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딥시크 부당하게 데이터 수집했을 수도"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오픈AI는 중국 딥시크(DeepSeek)가 부당하게 회사의 데이터를 수집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픈AI는 딥시크가 오픈AI 기술로 생성한 데이터를 사용해 자체 시스템에 비슷한 기술을 훈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AI 업계에서 훈련에 사용되는 디스틸레이션(distillation) 기법은 흔하지만, 오픈AI는 서비스 약관에 같은 시장에서 경쟁할 기술을 만들어내기 위해 오픈AI의 시스템이 생성해 낸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오픈AI의 리즈 부르주아 대변인은 NYT에 보내 이메일에서 "우리는 중국의 조직들이 미국 AI 모델을 복제하기 위해 디스틸레이션으로 알려진 것을 포함한 방법을 사용해 활발히 작업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딥시크가 부적절하게 우리 모델을 디스틸레이션 했다는 징조를 검토하고 있고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면 공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딥시크는 지난주 R1 모델을 내놓으며 전 세계 AI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믿어온 실리콘밸리를 충격에 빠뜨렸다. 딥시크는 R1 모델 개발에 단 2개월의 시간과 600만 달러 미만의 자금이 소요됐다고 밝히며 그동안 실리콘밸리의 천문학적인 투자를 무색하게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딥시크의 개발이 긍정적이라면서도 미국 기업들에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했다. 이날 상원 인사청문회에 나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는 딥시크가 도난당한 미국 기술과 첨단 미국 반도체를 활용해 저렴하게 강력한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었다면서 미국이 AI 분야에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사이버 보안에 대한 미국 표준과 유사하게 글로벌 표준을 창출하기 위한 모델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픈AI 챗GPT와 딥시크.[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1.28 mj72284@newspim.com mj72284@newspim.com 2025-01-30 03:07
사진
여야, 설 이후 전력망법 등 입법 본격화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설 연휴 이후 국회의 민생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우선 여야는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포함한 주요 에너지·산업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및 유가족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위원회(여객기 참사 특위)'와 국정협의회 등도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다사다난했던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저물고 있다. '푸른 용의 해' 우리는 더 높게 비상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랐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4·10 총선 결과로 22대 국회의 '여소야대' 국면부터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등 물가 상승까지 서민들의 부담은 가중됐다. 초유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까지 쉴 틈 없는 아픔의 연속이었다. 다가오는 2025년 을사년(乙巳年)은 푸른 뱀의 기운으로 우리 모두가 꺾이지 않고 희망의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서울달에서 바라본 국회 모습. 2024.12.31 mironj19@newspim.com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첨단산업 에너지 3법(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해상풍력발전 보급 촉진 특별법·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회동을 마친 뒤 "지난해 11월에 합의했던 법안이 있다"며 "처리하기로 합의했던 법안 63건 중 본회의에서 통과된 게 24건이고, 나머지 법안 39건은 아마 더불어민주당도 합의 처리하는 데 특별한 그것(이견)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정부 차원의 개입으로 전력망 구축 사업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상풍력 특별법은 민간사업자가 주도하던 해상풍력 사업을 정부 주도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고준위 방폐장법은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폐기물(사용후핵연료)을 영구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 다만 에너지 3법과 함께 '미래 먹거리 4법'으로 불리는 반도체산업 특별법은 '주52시간 근무제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두고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예외 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다음 달 초 토론회를 열고 최종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 국회 특별위원회도 활동을 이어간다. 여객기 참사 특위는 오는 2월 6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등을 상대로 현안 질의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여야는 국정협의회 가동을 위한 논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국정 혼란 수습을 위해 마련된 국정협의회는 지난 9일 첫 실무회의를 열고 참석자 및 공식 명칭 등을 확정했다. 협의회 참석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4명이다. 그러나 여야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협의회는 사실상 좌초된 상태다. 양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국정협의회 실무 협의를 진행했으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여야가 설 이후 본격적인 민생 행보에 나설 경우 협의회 가동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정부-국정협의체 실무협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실무협의에는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이 참석했다. 2025.01.09 pangbin@newspim.com rkgml925@newspim.com 2025-01-29 07: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