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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 단상]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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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흔히 보이는 것들로 뫼비우스적, 그 이상의 상상 여행을 하려 한다. 주변의 사물들엔 저마다 독특한 내력이 숨어 있고 어떻게 빚느냐에 따라 보석이 되기도 하고 나침판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출발한 여행의 과정에 어떤 빛깔의 풍경이 나타날지, 그 끝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필자 자신도 설레인다. 인문학의 시대라고 하는데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 메타적 성찰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사물과 풍경, 시대와 인문을 두루 관통하면서 색다르면서도 유익한 여행을 떠나려 한다.

거울이 없다면 삶이 얼마나 밍밍할까.
만약 거울이 없다해도 여자들은 화장을 할 듯하다. 불편을 감수해야 하기에 화장을 오래도록 한 여자일수록 노화 역시 깊어지는 슬픈 반비례를 두고 우울해지곤 할 것이다. 머리를 빗다가 만듯한 사람들, 립스틱 칠의 균형이 맞지 않는 여자들 등등 도시의 풍경이 초등학교 저학년생이 그린 그림과 흡사한 면이 있을 것이다.
삶을 맛깔나게 해주고 도시의 풍경을 말끔한 정물화처럼 만들어주는 거울. 거울에 대한 욕망은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청동 거울이 빚어진 청동기 시대부터일까? 발견된 유물로서는 그렇게 봄직한데 더 거슬러 올라가야 될 것 같다.

물.
아득한 시절의 고대인도 물을 떠먹으려고 몸을 숙인 순간 흠칫 놀랄 수도 있음직 하다. 물에 비친 그림자 때문이다. 자신의 동작과 똑같이 움직이는 것을 보며 기이한 감정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무섭기도 했을 것이다.
그림자를 골똘히 바라보는 고대인도 있었음직 하다. 그게 뭔가 싶어 왼손을 올려본다. 그림자의 오른손이 올라간다. 눈으로 자신의 왼손과 그림자의 오른손을 번갈아 본다. 모양이 같다. 팔과 다리, 허리를 움직이며 확인해 간다.
그림자가 자신의 분신이라고 여겨질 때면 물 가까이 얼굴을 댈 것이다. 물결이 잔잔하거나 그림처럼 고요한 곳에 가서 자신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볼 것이다.
코, 귀, 입을 만지작거리며 바라볼 것이다. 눈을 깜빡이면서 그 낯선 시간 속에 머물렀을 것이다.
그 놀라움을 알리고 싶어 다른 사람들을 데려오는 날도 있었을 것이다. 혼자일 때와는 달리 사람들이 모이면 다른 반응이 나타날 것이다. 혼자서는 자신의 그림자와 자신의 동작을 번갈아 보며 의아해하는데 그 둘이 같다고 서로 알려줄 것이다. 혼자서 조용히 발견해내는 재미의 밀도는 약해지겠지만 평소완 전혀 다른 느낌들이 생성될 것이다.
장난으로 번지는 날도 일어남직 하다. 똑같은 두 개를 번갈아 가리키며 약올릴 수도 있고 물을 휘저어 그림자를 흩어버리는 장난꾸러기도 있을지 모른다. 장난 내지 놀이의 탄생이 이 물거울의 발견과 엇비슷한 시점에서 일어났음직한데 확인할 길은 없다.
문의 시원이 까마득한 시절의 동굴 입구의 허공이라면 거울의 기원이 물거울임은 틀림없을 것 같다.

고대인들도 정사를 나누었을테니 연인 내지 성적 파트너의 눈을 적어도 우연히는 바라봤음직도 하다. 그 눈동자에 비친 것에 의아하거나 놀랄 수도 있을 것이다.
상대의 눈동자에 작게 줄어든 얼굴이 맺혀 있다. 눈동자에 얼굴을 바짝 대본다. 가까이 댔다가 멀리 댔다가 할 때마다 눈동자에 어린 모습도 함께 움직인다.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만져본다. 그 손 역시 눈동자 속에 작게 줄어들어 얼굴에 닿아 있다.
물거울과 눈거울. 이런 자연 거울을 통해 고대인은 자신의 얼굴을 언제부턴가는 어렴풋하게나마 식별하게 된다.
남들의 얼굴은 이미 식별하고 있는 상태이다. 매일 보는 것이 그 일이니. 자신의 얼굴마저 식별 가능하게 됨에 따라 뭔가가 한 차원 올라간다.
이런 자연 거울들은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고대인들 중엔 손에 쥔 돌도끼나 걸쳐 입은 가죽옷처럼 자신을 비출 수 있는 거울 역시 손에 쥐고 싶은 욕망이 생긴 사람들이 있었을른지도 모른다. 그 기간이 얼마인가. 청동기 시대 이전이라면 몇 천년에서 몇 만년, 몇 십만년, 길게는 몇 백만년에 이른다. 그 장구한 기간에 다채로운 감각의 고대인들이 살다 갔을 것이기에 그럴 확률이 없다고 말하기도 그렇다. 고대인들이 거울을 빚어 무기와 더불어 들고 다녔다. 이렇게 비약한다면 무리이겠지만 이런 정도는 어떨까.
고대인들은 청동으로 거울을 빚기 이전인 그 아득한 시대에 물을 통해서건 눈동자를 통해서건 자신을 비출 수 있다는 것을 체득하고 있었다. 그러한 거울 체험이 이미 있어 왔는데 석기 시대에도 자연 거울에만 의존했을까.
돌을 깨 쓰다가 갈아 쓰는 지혜가 생겨나 있었다. 돌 중엔 석영처럼 비취는 성질을 지닌 것도 있다. 그런 돌을 우연히 주워 갈아 그 면에 자신의 얼굴이 비추는 경험도 있었음직 하다. 고대인들이 무기나 도구들만 만들었을까. 삼만년 전에도 쇼베 동굴에 아름다운 벽화를 그리고 삼만 오천년 전에는 독수리 뼈에 구멍을 뚫어 피리로 불던 사람들 아닌가. 그 즈음에 구슬을 만들어 이용한 흔적도 고고학적 유물로서 인류는 가지고 있다.
소박한 돌 거울이라도 하나 발견되었으면 하는데 모르겠다. 이미 발견된 간석기 시대의 도구 중에 어떤 것은 실제로 돌 거울인지도 모른다.
혹은 도구를 만들려 거무스레한 돌을 갈다가 마침 비가 내린다고 치자. 그 돌의 면에 머금은 빗물은 일종의 거울 역할을 할 것이다. 고대인은 그것에 자기 얼굴을 비추며 물이나 상대의 눈동자 속에서 체험한 기억이 어른거릴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돌 거울 아닌가. 빗물 거울이든가.
이러한 추리들이 타당성이 있는지 없는지 나는 모른다. 그 누구도 알기 어려울 것이다. 무리한 상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암튼 어떤 경로를 밟아 진화된 거울은 이젠 지구상의 대부분의 방에 거의 필수품인양 앉아 있다. 거울이 빠진 방은 많진 않을 것이다.
청동기 시대의 청동 거울은 그것을 소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소수였다. 즉 그것은 그 시대의 실권자들 위주로 지닐 수 있는 것이며 그러기에 청동 거울 자체가 권력의 상징 역할도 했다.
그러던 것이 세월이 흘러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일상품이 되었다. 그 의미 또한 변했다.
유리창이 투과라면 거울은 반사이다. 청동 거울 같은 고대의 금속 거울에 이어 현대의 거울은 유리 거울이 대부분인데 유리의 뒷면에 은을 주로 바른다. 유리 너머 은이 보이지 않고 바라보는 사람이 보이는 것이 신기하다.
거울은 말하자면 유리의 투과를 거쳐 직진하지 않고 어떤 막에 부딪혀 꺾여 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얼굴이 보이는 것. 그것은 곧 직진된다고 생각된 바로 그 지점에서 좌절되어 꺾여 들어옴으로써 가능하다. 성찰은 그런 시간에 일어난다. 반성도 회심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성찰 이미지 때문에 창(窓)이 하늘로의 초월 이미지가 강한데 비해 거울은 내면적 이미지가 강하다. 거울은 종교성을 품고 있다.
거울에서 느껴지는 의미는 권력과 성찰 이외에도 많다. 가령 그리이스 신화에는 최초의 거울인 물거울이 나오는 바 곧 나르시스 신화이다. 나르시스는 물에 비친 자신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 속에 뛰어들어 죽고 만다. 그 물거울은 자기애를 의미하며 자살로 귀결되는 비극성을 품고 있다. 이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이 동화 <백설공주>에 나오는 거울이다. 백설공주의 계모는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아름답니?’ 묻는다. 자기애의 극치로서 자신이 최고의 미인이어야 하는데 진실의 상징이기도 한 거울은 백설공주가 살아 있음을 알려준다. 그것은 계모를 질투로 몰아 결국 백설공주를 죽게 만든다. 여기에서의 거울은 자기애는 마찬가지이지만 타인에 대한 폭력이라는 또다른 비극으로 이끈다.
나이가 들어 거울을 보니 젊을 때 볼 때와 다른 점이 있다. 거울 속에 아버지가 들어 있을 때가 있다. 분명히 나를 비추었는데도 말이다. 거울의 의미 중 하나가 자아 발견인데 이 경우는 자아 안의 DNA마저 발견되는 층위에 이른다. 거울은 이런 자아 발견 외에 분열의 의미도 갖고 있다. 하나의 자아가 둘로 나뉘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거울에서 느껴지는 의미들은 다양할텐데 성찰이 그중 강력할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최초의 물리적 거울인 청동 거울에서 보이는 바 권력을 상징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력과 성찰. 이 두가지는 삶과 문명에 중요한 함수 중 하나이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권력자가 자기 성찰이 강해서 주어진 권력을 함부로 쓰지 않고 그것을 제대로 쓰는 동시에 분배의 미덕마저 보이면 그 개인뿐 아니라 사회가 아름다운 빛으로 쌓이게 된다.
거울의 역사를 나이브하게 본 바 거울은 권력과 성찰의 의미를 통시적으로 갖고 있다. 지금에는 보편화된 성찰의 의미가 거울이 권력의 상징으로 쓰이던 청동기 시대, 즉 역사적으로 권력의 등장과 계급의 출현이 뚜렷이 되었다는 그 시대에도 권력자들을 중심으로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말이 공감된다면 정치적 힘이든 경제적 힘이든 지닌 현재의 권력자들도 거울의 역사에서 우리가 아쉬워하는 것 즉 거울이 권력의 상징으로 쓰이던 시절에 성찰의 의미로도 깊게 쓰였으면 하는 것을 자각했으면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권력과 성찰이 따로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권력은 곧 성찰로 삼자는 것이다. 거울의 역사로 치자면 긍정적인 거울 위주로 빛내 보자는 것이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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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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