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일기'의 구혜선과 안재현 <사진=CJ E&M> |
[뉴스핌=이현경 기자] 나영석PD표 커플 예능이 탄생했다. 가상이 아닌, 실제 부부인 안재현과 구혜선을 내세운 프로그램은 바로 tvN ‘신혼일기’다. 커플 예능이라고 해서 전작과 차이가 있을 줄 알았더니, 어김없이 나영석PD의 고생 코드로 프로그램의 활기를 더했다.
이번 ‘신혼일기’에서도 나영석PD의 흥행 불패 신화가 예고됐다. 일단 첫 회 시청률만 보면 합격점이다. 유료플랫폼 기준 5.6%(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보기만 해도 안구정화가 된다는 ‘안구 커플’ 안재현과 구혜선의 달달한 이야기도 물론이거니와 ‘결혼은 현실’이라는 만만찮은 고생담도 펼쳐졌다.
나영석PD가 밝힌 ‘신혼일기’의 콘셉트는 자발적 고립이다. 이 부부는 강원도 인제군에 터를 잡았다. 시내까지 나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차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 인제로 촬영지를 정한 이유는 구혜선이 창밖에 눈이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을 원했고, 최근 전원 생활을 계획하고 있는 두 부부에게는 어떻게 보면 예행연습이 됐다. 그런데, 두 사람도 자신에게 닥칠 위기는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
‘신혼일기’에서 안재현과 구혜선은 거래처인 은행을 찾기도 힘들었다. 겨우 찾은 지점은 인제에서 100km 떨어진 춘천 지점. 2시간 정도 차로 가야하는 거리에 두 사람은 당황했다. 편의 시설이 근접해 있는 도시와는 다른 전원 생활에 차츰차츰 적응해나가야 할 부분이었다.
이 상황에서도 깨알 같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안재현은 상담사와 전화가 끊긴 줄 알고 “지금 몇 시냐”고 묻는 구혜선에 “몹시 흥분”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때 상담사는 “고객님?”이라며 안재현을 불렀다. 그제야 안재현은 죄송하다고 사과한 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소소한 웃음을 담아내는 나영석PD 표 관찰 예능의 힘이다.
적은 돈으로 장을 보게 된 안재현의 수난기도 시선을 끌었다. 구혜선은 2만원 안에서 장을 봐오라고 했다. 이에 안재현은 “여보, 요즘 시세가 그렇지 않다”며 일일이 구혜선에 품목별로 물가에 대해 설명하며 결국 3만원을 받아냈다.
그렇지만, 어김없이 돌발 상황은 벌어졌다. 자동차 기름이 모자란 것을 뒤늦게 발견한 안재현은 예상치 못한 지출에 허덕였다. 안재현은 달걀, 오이, 라면 등을 반납하며 겨우 기름값 7000원을 만들어 귀가했다. 그 누구도 두 사람에게 미션을 주지 않았지만, 생활 속에서 겪게 되는 변수를 알음알음 해결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흥미롭게 그려졌다.
사실 나영석PD의 고생 버라이어티 역사는 꽤 오래됐다. 거슬러 올라가면 10년 전부터다. 당시 KBS 2TV ‘1박2일’를 맡았던 그는 겨울 혹한기 캠프, 복불복 게임, 적은 용돈으로 여행하기, 야외 취침 등 강행군을 이어갔다. 그 덕에 ‘1박2일’은 시즌3까지 이어질 수 있는 명목을 만들었고, 주말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났다.
'1박2일'의 이승기, MC몽, 강호동, 이수근, 김C, 은지원, '꽃보다 청춘 in 그리스' 편의 최지우,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이서진, '삼시세끼'에 출연한 게스트 고아라, 출연진 옥택연과 이서진(위로부터) <사진=KBS, tvN> |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떠난 tvN ‘꽃보다 청춘’ 시리즈에서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꽃할배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과 짐꾼 이서진과 함께한 ‘꽃보다 할배’에서도 한정된 용돈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특히 짐꾼이었던 이서진은 목적지 안내부터 식당, 숙소 예약까지 척척 해내야 했다. ‘꽃할배’ 이후 펼쳐진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시리즈에서도 출연진들이 해외여행에서 겪게 되는 돌발 상황이 프로그램의 재미 포인트가 됐다.
뒤이어 ‘삼시세끼’는 남다른 스케일의 고생기를 자랑했다. ‘삼시세끼’는 일명 자급자족 프로그램이다. 시즌1 격인 정선 편에서는 최소한의 요리도구와 직접 기른 작물로 하루 삼시세끼를 해냈다. 장작을 피워 가마솥으로 요리했다. 가끔씩 나가게 되는 시장 마실은 이서진에겐 꿀맛같은 시간. 마실만 가면 환해지는 이서진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 차승원과 유해진의 ‘삼시세끼 어촌편’은 혹독한 추위에 낚시와 양식으로 삼시세끼를 해결하는 자급자족 생활이 펼쳐졌다. 정선 편을 뛰어넘은 고생기로 ‘삼시세끼 어촌편’은 케이블 최고 예능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웠고 그해 나영석PD는 2015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나영석PD는 6일 뉴스핌에 혹독한 혹은 낯선 환경에서 예능을 치르는 이유에 대해 “익숙치 않은 환경에서 인물의 새로움을 담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신혼일기’의 경우는 조금 특별하다. 그는 “구혜선과 안재현 신혼이야기에 집중시키고 싶었다. 모든 것이 다 갖춰진 도시에서는 두 사람의 모습에 포커스가 안될 거라 생각했다”고 전햇다.
‘신혼일기’까지 성공적인 신호탄을 알린 가운데, 추후 시즌제로 이어질 수 있는 예능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신혼일기’ 제작발표회에서 나영석PD는 “시즌제는 대중의 반응에 결정된다. 시즌제가 된다면 영광일 것이다. 요즘 결혼하는 스타들이 많더라”며 후속 이야기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혼일기’가 안정궤도를 넘어 흥행 예능의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