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형님' 김영철 <사진=뉴스핌DB> |
[뉴스핌=황수정 기자] "시청률 5%가 넘으면 '아는 형님'을 포함한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겠다"
개그맨 김영철(44)이 최대의 위기이자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그는 JTBC '아는 형님'의 시청률 공약 때문에 마음 졸이며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김영철 기자회견 혹은 청문회 등 본인 위주의 방송이 꾸며져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김영철은 '아는 형님' 시청률 3% 달성 시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겠다고 공약을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는 형님'은 시청률 3%를 넘어섰고, 지난해 7월 16일 방송에서 기자회견을 연 김영철은 "일이 커진 것 같고 이런 걸로 인사드려서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하차했다. 그러나 5분만에 얼굴에 점을 붙인 김영철이 "감영철이라고 불러도 좋다. 전학생으로 받아줘"라고 애원해 초고속 복귀했다.
이때 김영철은 다시 돌아오는 대신 시청률 5% 공약을 걸었는데, 김희철이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를 언급했다. 당시 김영철은 돌아올 수 있다는 기쁨에 무조건 'OK'를 남발했는데,덕분에 김영철은 현재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4일 방송분이 시청률 4.8%(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가구 기준, 이하동일)를 기록한 것. 이날 최고 시청률은 6%를 넘었다.
'아는 형님' 김영철이 5% 하차 공약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 <사진=JTBC '아는 형님' 캡처> |
지난 21일 방송분에서 김영철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미안합니다"라고 사과했다. 이어 "용서를 해주면 똥이라도 싸겠다"며 하차를 거부하는 강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민경훈은 "일단 하차하고 시청자들이 용서해주면 복귀하라"고 말하는가 하면, 강호동도 "진정성 있게 하차한 뒤 우리도 진심으로 너를 그리워해야 (복귀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입방정 때문에 바람 앞의 등불마냥 불안에 떨고 있음에도, 김영철은 "되게 기뻐. 지금"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김영철은 '아는 형님'에서 열심히 하지만 존재감이 없고 재미가 없는 캐릭터로 다른 이들에게 구박 받아왔다. 게스트들조차도 김영철의 짝은 되고 싶지 않아했고, 녹화 중에 한 번이라도 웃기면 김영철을 포함해 모두가 만족할 정도였다. 그런 김영철이 지금은 '아는 형님'에서 화제의 중심이 된 것이다.
사실 김영철은 항상 호감과 비호감의 경계에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호감이 더 강했다. 크고 높은 톤의 목소리에 까불대고 분위기 파악 못하는 캐릭터에 하춘화, 이영자 등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은 개인기 등 '질린다'는 이미지가 컸다. 그러던 그가 '무한도전'에 출연해 '힘을 내요 슈퍼파월'로 웃음을 터뜨리더니 '나 혼자 산다'에서 꿈을 향해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모습, '진짜 사나이'에서 포기하지 않는 끈기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매력을 전했다.
성실함은 김영철의 가장 큰 무기다. 10년 넘게 영어를 공부해 영어 교재를 출간하는가 하면, 지난해 호주 멜버른 코미디 페스티벌에서 개그를 선보이기도 했다. 현재 김영철은 매일 아침 SBS 파워FM '김영철의 파워FM'을 진행 중이다.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차분하고 진중한 매력으로 호평받고 있는 중. '아는 형님'에서도 김영철은 각종 무시와 구박에도 꾸준히 애드리브를 날리는 성실성으로 오히려 독자적인 자신의 영역을 구축했다.
'아는 형님' 김영철에 대한 네티즌 반응 <사진=온라인 캡처> |
'아는 형님' 초반 활약이 없을 때 악플에 시달렸던 김영철은, 오히려 지금 하차를 하느냐 마느냐 하는 상황에서 더 많은 네티즌의 응원을 받고 있다. 네티즌들은 "김영철 하차 안하면 좋겠다"(grye****) "옛날엔 비호감이었는데 요즘은 완전 재미있다"(min0****) "김영철 시 재밋어요. 하차 얘긴 그만해요"(haok****) 등의 반응이다. 또 어떤 네티즌들은 "김영철 하차하자마자 전학생으로 오면 될 듯"(ktha****) "1회 방송분 하차 끝나고 다시 복귀"(qazp****) "6% 넘으면 다시 복귀 이런식으로 해라"(yell****) 등 김영철의 복귀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지난해 여름부터 이어져 온 김영철의 하차 이슈에 대해 지겨워하는 시청자들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안 좋은 사건 때문에 하차를 하거나, 하차 이후 각종 구설수에 오르내리며 씁쓸한 모습만 보다가 이런 신선한 재미를 보는 것도 나름대로 즐거운 상황이다. '아는 형님' 연출을 맡은 최창수PD는 "하차하기로 공약을 했으니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며 "김영철이 진정성을 가지고 시청자들에게 용서를 구하게 만들고, 최대한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아는 형님' 시청률 5% 공약은 김영철만의 문제가 아니다. 강호동은 머리를 청홍색 샅바 색깔로 염색하기로 했고, 서장훈은 '서장미'로 분해 여대에서 수업을 듣기로 했다. 민경훈은 속옷을 바지 위에 입는 체육복 차림으로 돌아다니고, 김희철은 일본에 가서 일본 여성들과 '니코니코니'를 하기로, 이수근은 오프로드 생존게임을, 이상민은 중년 래퍼들과 '아는 형님' 음원 제작을 약속했다. 과연 '아는 형님'은 어떤 방식으로 위기를 헤쳐나갈지, 김영철은 이번 기회를 어떻게 붙잡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