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은숙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뉴스핌=이현경 기자] ‘로코神’ 김은숙 작가가 ‘도깨비’로 또 한번 자신의 파워를 입증했다.
전작인 KBS 2TV ‘태양의 후예’가 너무나 잘됐기 때문에 그의 후속작인 tvN ‘도깨비’까지 잘될까 싶었다. 김은숙은 그 어려운 걸 해냈다. 넘지 못할 ‘태양의 후예’의 기록만큼 ‘도깨비’로 값진 의미를 일궈냈다. 케이블 최고 시청률 기록,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이어진 드라마의 인기 등 김은숙 작가의 파워가 빛을 발하고 있다.
◆시청률 승부, 3회 만에 끝낸다
어쩔 수 없이 드라마는 시청률 싸움이다. 초반 기선 제압이 드라마의 승부를 판가름 한다. 김은숙은 이를 단 3회 만에 끝내버린다.
‘태양의 후예’는 14.3%로 시작했다. 당시 지상파 드라마는 시청률 10%만 넘어도 안정권인 상황이었다. 이때 ‘태양의 후예’는 3회 만에 23.4%를 기록하며 ‘대박’을 예고했다. ‘태양의 후예’는 38.8%라는 대기록을 남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도깨비’에서도 이 기운은 이어졌다. ‘도깨비’는 6.9%로 첫발을 내딛더니 3회 만에 단숨에 2배로 뛰어올라 12.7%를 기록했다. 케이블 방송의 시청률 10% 기록은 지상파의 20%와 맞먹는 수치다. ‘도깨비’는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고 마지막회에서 20.5%라는 케이블 드라마의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도깨비’ 신화를 만들었다.
김은숙의 남자들. 김우빈, 진구, 윤상현, 이동욱(위부터 시계방향) <사진=tvN, SBS, KBS> |
◆매력적인 서브 남주메이커, ‘도깨비’도 변수 없었다
희한하게도 김은숙은 메인 남자 배우뿐만 아니라 서브 남자 배우도 매력적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전작인 ‘태양의 후예’의 진구, SBS ‘상속자’의 김우빈, SBS ‘시크릿 가든’의 윤상현 등 김은숙 작품을 거친 서브 남자 역할을 맡은 배우는 그 이후로도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다.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도깨비’에서 김고은, 공유와 마주하는 분량이 많았던 배우 이동욱은 ‘도깨비’를 통해 재조명됐다. 막강 비주얼은 물론이고, 상상 그 이상의 저승사자 캐릭터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때로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모습을 보이다가, 사랑 앞에서는 ‘연알못’(연애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제 손으로 죽인 전생을 알고서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보는 이들까지도 가슴을 아리게 했다.
사실 이동욱은 여타 지상파, 케이블, 종편방송채널 드라마의 주연급 배우다. 그런 그가 ‘도깨비’에서 주연이 아닌, 주조연급의 인물인 저승사자를 맡겠다며 김은숙 작가에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모두가 의아해했다. 하지만 이동욱 역시 김은숙 작가의 힘을 믿었고, 그는 자신의 실력을 제때에 증명해내며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차진 대사‧재벌 로코 넘어 판타지로맨스로 장르 확장, 향후 사극 도전?
사실 김은숙 작가는 그야말로 대사빨(?)이 좋은 작가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드라마 주인공들의 케미를 한층 더 재미있게 살렸고, 그의 드라마는 유행어가 탄생했다. ‘태양의 후예’에서는 ‘이렇게 힘든 걸 해냅니다’, ‘상속자’는 ‘나, 너 좋아하냐’ ‘시크릿 가든’에서는 ‘이게 최선입니까’ 등의 대사가 시청자에 크게 호응을 받았다.
대사빨은 인정하지만, 늘 마무리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김은숙의 발목을 잡았다. ‘파리의 연인’의 결말이 김정은의 꿈이었다는 거로 결정되자 시청자들은 그야말로 분노했다. 또 ‘태양의 후예’도 잘 나가다가 후반부부터 전개에 힘이 풀리자 또 시청자들은 결말 목전에서 불안해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도깨비’ 제작발표회에서도 취재진은 김은숙 작가를 향한 우려 아닌 우려를 드러냈다. “이번에도 결말에서 힘이 빠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김은숙 작가는 이미 자신의 취약점을 인정했다. 그는 “변명의 여지없이 제 잘못이다. 이번에는 서사를 잘 응용해서 엔딩까지 힘 빼지 않고 하겠다. 변하겠다”고 남다른 각오를 드러냈다. 김은숙은 약속을 지켰고 이제는 대사빨에 의존하지 않고 판타지 로맨스라는 분야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재벌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상속자’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등 재벌의 캐릭터를 내세운 전작들과는 다른 방향이다. 물론 도깨비라는 인물이 부의 신이라는 특징이 있지만, 드라마의 전개에서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지은탁과 김신(공유), 써니와 저승(이동욱)의 아련한 첫사랑을 보다 중점으로 다뤘다. 향후 사극 기획을 해보겠다고 밝힌 김은숙이 새 장르로 시청자의 마음을 또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도깨비'의 공유와 김고은(위),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와 송혜교 <사진=tvN, KBS> |
◆대륙 넘어 미주·유럽 시장까지 장악한 김은숙 표 로코
‘태양의 후예’는 중국 동영상 사이트에서 24억뷰(2016년 4월11일 기준)를 돌파했다. 김수현과 전지현 주연의 ‘별에서 온 그대’ 보다 4억뷰 높은 수치다. 당시 ‘별에서 온 그대’는 20억뷰 돌파로 아이치이 최대 조회수를 기록한 바 있다. ‘태양의 후예’는 이를 넘어서는 인기로 그야말로 대륙을 뒤흔들었다.
‘태양의 후예’로 중국 시장에 한류 드라마의 열기를 활활 달궜지만, ‘도깨비’는 하필이면 한국과 중국의 외교적인 문제로 한한령이 내려졌을 때 방송돼 대내외적으로 열풍을 기대하기엔 불안한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차가운 분위기 속에서도 ‘도깨비’의 인기는 활활 타올랐다. 중국의 SNS 사이트 웨이보 실시간 검색 페이지에는 공유의 이름이 오랜 시간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의 나라에서도 반응은 뜨거웠다. 현재 ‘도깨비’는 미주, 유럽,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 중남미, 일본, 대만, 홍콩 등에 판매됐다.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도 방송·VOD 서비스를 통해 시청이 가능한 상황이다.
대만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 누적 조회수 100만 건 돌파했다. 유럽 스트리밍 플랫폼 Viki에서는 드라마 콘텐츠 1위, 미주, 캐나다, 중남미 스트리밍 플랫폼 드라마 피버(Drama Fever)에서 콘텐츠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야말로 바다 건너에서도 통하는 김은숙 표 로코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