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잔치' 출연진 김준호, 이봉원, 유타, 손, 박미선, 솔빈, 이특(왼쪽부터) <사진=TV조선> |
[뉴스핌=황수정 기자] '아이돌잔치'가 그들만의 잔치가 되어버렸다. 웃음도, 감동도, 공감도 없다.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실망만이 가득하다.
TV조선 '아이돌잔치'는 지난달 21일 첫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으로, 세대 공감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개그맨 김준호, 슈퍼주니어 이특, 걸그룹 라붐의 솔빈이 각각 TV조선 제작부장, 인기PD, 예능 작가로 변신해 출연자 섭외 과정을 담은 '아이돌잔치' 코너와 개그맨 부부 이봉원, 박미선이 외국인 아이돌 NCT 유타, CLC 손과 가상가족으로 함께 생활하는 '엄마 없는 하늘 아래' 두 코너로 구성된다.
지난달 '아이돌잔치' 제작발표회에서 김동중 국장이 "'TV조선에서 웬 아이돌?'이라는 업계의 반신반의한 반응을 알고 있다"며 "10대부터 60대까지 편중되지 않고 함께 웃고 즐기고 감동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돌잔치' 코너에 대해 아재들도 쉽게 볼 수 있는 아이돌 입문서라고 전했다. 아이돌을 예능 프로그램에서 섭외하는 과정에서 각종 개인기, 활동 이야기, 속마음까지 모두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최대웅 작가는 "이 과정에서 아이돌들이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부분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이돌잔치'에 샤이니, H.O.T 토니, god 데니안과 박준형이 출연했다. <사진=TV조선 '아이돌잔치' 캡처> |
그러나 베일을 벗은 '아이돌잔치'는 자신감이 무색할 만큼 별다른 재미를 주지 못했다. 독특한 콘셉트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지만 아이돌이 출연하는 다른 토크쇼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소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오히려 산만함을 안겼고, 세대를 아우르겠다는 포부는 오히려 각 세대를 멀어지게 만들었다.
일례로 첫 방송 당시 그룹 샤이니의 민호, 태민, 온유가 출연했는데, 이들은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의 노래에 브레이크댄스를 추는가 하면, 유치한 아재개그를 남발했고, 그동안 수십번 보여왔던 개인기를 다시 선보여야 했다. MC와 게스트 통틀어 유일하게 중장년층인 김준호는 '마삼 트리오' 등 80~90년대 옛날 연예인들을 언급하며 오히려 분위기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샤이니 다음으로는 1세대 아이돌 H.O.T의 토니안, god의 박준형과 데니안, 플라이투더스카이의 브라이언이 출연했다. 그러나 이들은 더 어중간한 세대다. 아이돌이라기엔 나이가 많고 이들의 팬들 역시 30~40대가 됐다. 그렇다고 중장년층이 관심을 갖기엔 또 너무 어리다. 10대들은 더욱 프로그램을 챙겨봐야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솔빈의 '오빠' 소리에 "되게 좋다"고 말거나 97년생이라는 솔빈에게 "우리는 97학번"이라고 말하는 등 오히려 세대 차이와 '꼰대'스러운 행동만 부각될 뿐이다.
중장년층에게 어필해야 하니 아이돌에 대한 부연설명은 길어지고, 그들의 입맛에 맞춰야하니 올드한 인물들이 어쩔 수 없이 언급된다. 반면 젊은 세대에게는 좋아하는 아이돌이 나왔다는 것 외엔 프로그램을 봐야할 이유가 전혀 없다. 채널을 돌리면 더 멋진 모습이 많은데 구태여 과거 이야기에 끼워맞춰 고군분투하는 '오빠들'을 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중장년층과 젊은 층 모두에게 지루하고 재미없는, 프로그램을 봐야 할 구미를 당기는 요소가 전혀 없다.
'아이돌잔치'의 '엄마 없는 하늘 아래' 코너의 이봉원, 박미선, NCT 유타, CLC 손 <사진=TV조선 '아이돌잔치' 캡처> |
'아이돌잔치'는 지난달 21일 첫방송 당시 0.420%(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가구 기준, 이하동일)를 기록했다. 28일 0.525%로 살짝 상승했지만 여전히 굴욕적인 시청률이다. 이후 '아이돌잔치'는 2회만에 월요일 방송에서 화요일 방송으로 편성을 변경했고, 3회 방송 후 다시 토요일 심야 시간대로 편성을 변경했다. 4회는 오는 18일 0시30분 방송된다. TV조선 관계자는 "조금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과연 심야 시간대에 얼마나 더 많은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을 지 의문이 든다.
다만 '아이돌잔치'의 후속 코너 '엄마 없는 하늘 아래'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 억지스럽지 않고 서서히 가족이 되어가는 이들의 모습이 오히려 재미나 감동을 줄 요소가 있기 때문. 그러나 이 역시도 TV조선 시청자들이 챙겨봐야 할 당위성이 약하기에 좀 더 고심해야 할 필요는 있다.
TV조선 김동준 국장은 "개국 5주년을 맞이해 시청자의 눈으로 더 다양하고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장르와 톡톡 튀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다른 프로그램과의 차이, 신선한 재미는 찾아볼 수 없다. 별다른 고민 없이 아이돌만 데려와서는 전세대를 아우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