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지원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KBS 저녁 일일드라마 ‘별난가족’은 연기 경험이 거의 없는 신인 배우 신지훈(28)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극중 ‘설동탁’의 통통 튀는 매력은 연기력을 꼬집는 대신 캐릭터에 조금씩 빠져들게 할 만큼 강렬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종영한 KBS 1TV ‘별난가족’에서 일도 사랑도 강단 있게 지켜나가는 기업 후계자를 연기한 신지훈은 7개월간 큰 사랑을 받았다. 모델 출신으로 패션쇼, 광고 등에는 익숙하지만 아직 드라마 촬영 현장은 어색한 그였지만, 특유의 성실함으로 긴 시간을 버텨냈다.
“150부작의 주인공이 됐다는 사실에 걱정부터 앞섰어요. 게다가 KBS 저녁 드라마가 시청률도 좋잖아요. 과연 내가 이걸 해낼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죠. 그래서 저 스스로 약속했어요.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무조건 열심히 하자고요. 덕분에 이렇게 큰 사랑을 받으며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방송 초반 어설픈 감정 연기로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며 일일드라마 주인공으로서 가치를 인정 받았다.
“제가 어디 가서 센스 없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 아닌데, 초반에는 헤맸어요. 녹화시스템도, 카메라 위치도 몰라서, 그걸 익히는데 시간이 걸렸어요. 사실 안 좋은 평가를 들었을 때는 속상했죠. 부모님도 그러셨고요. 그래도 돈 주고 살 수 없는 뜻 깊은 경험이잖아요. 끝날 때 즈음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앞만 보고 달렸어요.”
총 149회. 반 년 넘게 ‘설동탁’으로 살아오면서 캐릭터뿐 아니라 동료, 선배들과 정도 많이 들었다. 연배가 높은 선배님들은 아버지·어머니처럼 챙겨주시고, 비슷한 또래의 배우들은 그 나름대로 의지가 됐다.
“제가 복이 많은 것 같아요. ‘별난가족’ 선배님들은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주셨어요. 젊은 신인 배우들이 유독 많았는데, 하나하나 조언을 해주셨어요. 저희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도 만들어주셨고요. 특히 서유정 누나는 성격이 정말 좋아요. 저랑 개그 코드도 잘 맞고요. 정말 평생 함께 가고 싶어요.”
일일드라마인 만큼 에피소드도 많았다. 의욕만 앞세우는 바람에 몸을 쓰는 신에서 실제로 다치기도 했고, 사투리를 쓰는 상대와 연기하다 부산 사투리가 툭 튀어나와 당황하기도 했다. 그래도 유독 기억에 남는 건 키스신이다.
“제 연기 인생에서 첫 키스신이었어요. 이시아 씨, 길은혜 씨랑 함께 찍었는데 좋더라고요(하하). 또 넘어지는 장면에서는 어설프게 넘어지면 티가 날까봐 팍 엎어지는 바람에 좀 다쳤어요. 이제 그런 신에서는 좀 더 기술적으로 해야 한다는 걸 배웠죠.”
신지훈의 시작은 모델이었다. 부산 출신인 그는 군대 제대 후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찾아간 곳이 모델 에이전시 에스팀. 187cm라는 큰 키와 곱고 세련된 외모는 패션 모델로 주목 받기 충분했다.
“5년 동안 모델로 활동했어요. 당시 회사에서 제 재능이나 끼를 잘 봐주셨던 것 같아요. 회사 측 배려로 뮤지컬 ‘스타라이트’에 참여했는데, 연기의 매력에 빠졌죠. 연기를 하면서 그동안 몰랐던 감정들을 느끼게 됐고, 그러던 차에 이범수 대표님을 만나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신지훈은 배우 이범수가 대표로 있는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이범수는 그가 평소 존경하고 롤모델로 삼은 배우 중 하나. 그는 소속사 수장이자 연기자 선배로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고.
“기본적으로 연기 지도를 많이 해주세요. 그리고 배우로서 갖춰야할 마음가짐, 태도에 대해서도 말씀하시고요. 예전에 이범수 대표님과 제가 선생님과 제자의 관계였다면, 지금은 조금 달라졌어요. 그래도 제가 7개월간 ‘별난가족’에서 연기를 했다고, 연기자로서 대화가 통하는 부분이 생겼어요.”
그는 신예인 자신을 받아준 회사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때문에 지금보다 더 잘 돼서 그 은혜에 보답하고 싶다.
“이범수 대표님뿐 아니라 셀트리온 그룹의 서정진 회장님도 절 많이 예뻐해 주세요. 관련 계열사도 엄청 많은데 엔터테인먼트에 유독 신경을 써주시고요. 신인 배우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고, 제대로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강조하세요. 감사하고 또 감사하죠. 세트리온에 ‘신지훈’이라는 이름으로 기둥 하나를 세우고 싶네요.(하하)”
20대 후반에서야 이름을 알린 신지훈. 그가 긴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던 건 가족 덕분이었다. 아버지 어머니는 물론 어릴 적 맞벌이 하는 부모님을 대신해 자신을 키워주신 할머니는 자신이 마지막까지 지켜야할 사람들이라고 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건 가족이에요. 전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만 행복하면 그걸로 돼요. 이번 인터뷰 스케줄 마치면 부산에 내려가려고요. 그래서 세분 모시고 동네에서 가장 큰 시장에 갈 거에요. 요즘 저희 할머니는 ‘동탁이 할머니’로 불린다며 엄청 좋아하세요. 돈도 없으신데 주변 분들한테 막 밥도 사신다고 하네요. 얼른 내려가서 용돈도 드리려고요.”
이제 막 배우로서 첫 발을 뗀 신지훈은 할 게 너무 많다. 예능에도 욕심 있고, 강렬한 인상을 남길 배역도 따내고 싶다.
“억지로 설정하거나 꾸미는 걸 안 좋아해요. 그래서 ‘나 혼자 산다’ ‘정글의 법칙’ 같이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는 예능에 나가고 싶어요. 드라마 속 캐릭터와 다른 인간 신지훈에 대해 알려드릴 수 있잖아요. 연기적으로는 전형적인 부산 사나이, ‘츤데레’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로맨틱 코미디도 좋을 것 같고요.”
차기작은 정해진 게 없다. 그간 드라마 일주일 내내 드라마 촬영을 하느라 오디션도 못 본 상태. 이제 모드를 바꿀 시간이다.
“기회가 되면 오디션을 바로 바로 보려고요. 제 매력을 제대로 보여드릴 수 있는 배역을 만나고 싶어요. 배우가 연기를 잘 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앞으로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누구 입에서나 ‘저 친구 참 괜찮다’는 말이 나올 수 있게요.”
[뉴스핌 Newspim] 박지원 기자 (pjw@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