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오정연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뉴스핌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뉴스핌=글 양진영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워킹맘 육아대디'로 연기자 신고식을 마친 오정연이 앞으로도 계속될 연기 행보에 기대감을 실었다. 얄밉기 짝이없는 현실적 밉상부터 생계와 아이를 걱정하는 엄마, 결국은 따뜻한 본성을 회복하는 입체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오정연은 MBC 일일드라마 '워킹맘 육아대디' 종영 후 뉴스핌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약 6개월 간 달려오며 느꼈던 소중한 감정들을 얘기했다. 약간은 교훈적인(?) 드라마였다는 감상에 동의하며, 그는 "처음엔 이렇게 오래 찍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처음엔 길다고 해서 어느 정도인지 예상을 못했어요. 100부쯤 지나고 나서부터는 하루 하루가 아쉬웠어요. 초반에는 사실 그렇게 교훈적인 측면을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았죠. 일상생활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일어나는 일들, 에피소드 위주로 보여줬죠. 의외로 의도를 드러내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고 문제 의식을 가져주셨어요. 여러 고민 거리를 좀 던질 수 있었죠."
'워킹맘 육아대디'는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 육아의 고충을 남녀가 함께 나누고, 또 이웃과 더불어 돕고 살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일면 교훈적으로도 느껴지고 꽤 현실적인 문제들을 얘기하기에 시청자들의 폭넓은 공감을 샀다. 오정연은 그 덕에 자부심이 컸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극이 후반부로 갈 수록 인간성에 대해서도, 제도적으로도 계몽드라마의 성격이 있긴 했어요. 우리끼리는 우스갯소리도 자주 했죠. 초반에 문제 의식이 공유된 이후에는 어떻게 그런 상황들을 잘 풀어가고 해결할까 모범 사례를 보여드리려 했어요. 드라마긴 했지만 완전히 동떨어진 이상은 아닌, 현실에 있을 법한 예들을 그려냈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고, 내 주위를 생각하게 하고, 더불어서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 고민하게 하는 착한 드라마라 좋았어요. 그래서 자부심도 컸고요."
아나운서 오정연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뉴스핌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그 중에서도 오정연이 연기한 주예은은 가장 많은 변화를 겪기도 하고, 지극히 현실에 있을 법한 얄미운 느낌의 인물이었다. 예은을 연기하며 그는 "보듬어주고 싶은 면이 많은 안타까운 인물"이라면서 애정을 드러냈다. 맡은 역을 잘 표현해야 했기에 그를 이해하려 끊임없이 노력해야하기도 했다.
"예은이가 선에서 악으로 변한 게 아닌, 둘 중 어느 걸로도 여지가 있는 인물이라 실제로 있을 법한 캐릭터예요. 사실 예은이는 어릴 때는 착했거든요.(웃음) 생계 유지를 해야 했기에 악착같이 살아야했던 여자인 거죠. 초반에는 사랑을 받기 위해서 조바심 내기도 했는데 짠하기도 하고 사랑스럽게 다가왔어요. 보듬어 주고 싶기도 하고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한 데 비해 그걸 표출하는 과정에서 미숙했던 것 뿐이에요. 자연히 악역으로 보일 수밖에 없죠."
예은의 입장에서 고민한 결과, 오정연은 "나만 위한 것과 가족을 위한 것이 남들이 보기에 둘 다 이기적으로 보일 거다"면서 "나는 가족을 위하기 때문에 이게 정당한 거고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게 예은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회사에서 우여곡절을 겪는 예은과 실제로 9년 넘게 회사 생활을 한 오정연 본인과도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이 있었을 듯 했다.
"사실 저와 일을 대하는 방식이 조금 달라요. 회사 생활을 했다는 건 비슷하지만 예은이는 자아실현을 위해서 일을 하는 건 아니라 일에 욕심을 내진 않죠. 성장하고 성공하려는 건 많이 없었어요. 오히려 남편의 성공을 바라죠. 또 저는 인간관계를 중시하는데 예은에겐 우선이 아니고, 남편이 실직하고 혼자 버는 상황에서 아이도 잘 키우고 싶어하고요. 그 마음은 얼마나 간절한 것이었을까 하면서 예은을 이해했죠."
다행히 극이 후반으로 가면서 미소(홍은희)와 앙숙 관계가 정리되고, 예은도 많이 달라졌다. 이 변화를 겪으며 오정연은 누구보다 반가웠다고 했다. 초반에 복잡다단한 내면의 악역을 맡으며 부담이 컸지만 뒤로 갈 수록 마음 편히 연기할 수 있었다.
"나중에는 예은이도 저처럼 인간관계나 자아실현 같은 가치를 찾아가는 것 같아 반가웠죠. 비뚤어진 마음이 없어지면서 자기를 찾고 싶은 마음, 물질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거, 공동체의 중요성을 알아가는 대본이 나올 때마다 더 공감하면서 연기할 수 있었어요. 확실히 더 편해졌고요. 초반엔 악역을 소화해내기에 복잡한 심리를 미묘하게 표현하는데 내공이 부족하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아나운서 오정연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뉴스핌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오정연의 우려와 달리 '워킹맘 육아대디' 첫 방송부터 그의 연기는 꽤 놀라웠다. 시청자들은 "오정연 맞아?"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자연스러운 그의 밉상 연기에 호평을 보냈고 응원도 잇따랐다. 프리랜서 아나운서 중에 연기자로 크게 두각을 드러낸 이가 없었기에 오정연의 행보는 더 화제가 됐다.
"대학원에서 원래 방송 전공이었는데 프리랜서로 나오면서 전과를 했죠. '워킹맘 육아대디' 시나리오가 오고 주예은이란 캐릭터를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스스로를 탐구하고, 나를 더 표현하고, 변화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서 프리 선언을 했는데, 모처럼 변신할 수 있는 기회에 마음이 자석처럼 끌렸죠. 그래서 도전했어요. 많이 힘들고 어려웠지만 굉장히 기분이 좋아요.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거든요. 변신에는 좀 성공한 것 같아요."
오정연은 '워킹맘 육아대디'를 통해 아이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하는 '워킹맘'으로 반년을 살았다. 완전히 새로운 변신을 해본 것도 좋지만, 그에겐 홈 드라마에서 가정을 꾸려가는 일원으로 따뜻한 얘기들을 풀어낼 수 있었던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오정연은 "SNS에서 패러디 계정을 보면서도 많이 웃었다"고 시청자들의 관심에 감사했다.
"극중 아이도 키우고 남편이랑 부부관계로 나오면서 집안의 예쁜 얘기들을 연기했죠. 마음이 따뜻해지고 좋았어요. 혼자 살고 있어서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이나 교류가 없었는데 훈훈하게 지낼 수 있었죠. 예은하고 일목은 아이를 키우고 산 지 6년 된 부부인데도 서로 연애감정도 있고, 걱정하고 그래요. 둘을 좋게 귀엽게 봐주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주예은 패러디 계정, 차일목 패러디 계정 이런 것도 생겨서 꽁냥꽁냥하는 걸 지켜보는 것도 재밌었죠."
오정연의 말처럼 예은은 생계 때문에, 또 자식과 어머니 때문에 모난 부분이 있는 케이스였다. 자신만 생각하거나, 편협해질 수 있는 상황이란 누구에게나 있을 법 하지만, 오정연은 이를 무척이나 경계했다. 아무래도 편견에 휩싸이기 쉬운 입장이고 직접 겪었기 때문이었다. 그간의 상처가 절로 떠오르는지 인터뷰 중 살짝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아나운서 오정연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뉴스핌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편협해지고 편견을 갖게 되는 것에 경계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어릴 땐 저도 판단력이 부족해서 무슨 말 들으면 100% 믿고, 다른 얘기는 다 거짓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갖고, 알려진 사람으로 살다 보니까 너무나 모른 채 얘기하는 것들에 놀랐었어요. 상처를 받은 적도 많고요. 그래서 절대 누구에 대해 편협한 시각을 갖지 않으려 노력해요. 무슨 얘길 듣고 뭘 보더라도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100% 수긍해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쉽지 않은 일이고, 안타까운 일이에요."
특히 '워킹맘 육아대디'에서는 '육아' 문제를 다룬 덕에 사회에서 여성들의 어려움과 유리천장을 현실적으로 와닿게 해줬다. 오정연은 "실제로 비슷한 얘길 들은 적이 있다"면서 여전히 바뀌지 않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래서 그는 더욱 남자 시청자들이 반가웠다.
"저는 똑같은 얘길 들었어요. 어떤 선배가 '육아 휴직하다 나온 여사원이랑 남자 사원이랑 처우가 다를 수밖에 없지' 하시더라고요. 굉장히 보수적인 마인드죠. 사실 여자들이 육아 휴직을 쓰고 나오면 시청자들에게도 단절이 돼요. 방송에도 당장 안나와서 고충이 큰데 인사 고과에도 영향이 간다면 너무하지 않나뇨. 드라마를 찍으면서 정말 공감했던 건 실제로 여자 선배들이 많이 힘들어하시니까요. 예은이도 미소한테 날을 세우기도 했고요. 그런 건 좀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오정연 외에도 프리 아나운서로 MC로나 예능에서 활발히 활동을 하는 이들은 이미 많다. 그럼에도 오정연의 다음을 기대하게 되는 건 아무래도 성과가 빠르기 때문이 아닐까. 단 한 작품만에 '의외인데 어울린다'는 얘길 들었지만 아직 하고 싶은 게 많다. 오정연은 "MC 분야와 연기는 확실히 시너지가 있다"면서 계속되는 도전과 변화에 의지를 드러냈다.
"몸 쓰는 거라면 연기도 예능도 다 좋아요. 좀 자신있어요.(웃음) '홍길동' 같은 액션이나 '황진이'의 칼춤 같은 걸 도전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되게 사연이 있는 여자도 어울리지 않을까요? 연기를 이번만 할려던 거였다면 시작도 안했을 거예요. 연기와 MC를 본업처럼 병행하는 분들은 별로 없지만, 이것도 저것도 잘하고 싶어요. 해보니까 MC 분야와 연기는 확실히 시너지가 있더라고요. 연기를 하면서는 감정을 익숙하게 표현하게 되고, MC 하면서는 흔들리지 않고 집중하니까 서로 도움이 돼요. 시너지를 발휘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만능엔터테이너로 인사 드릴게요."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 이형석 기자 (newmedi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