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핫하다…(웃음). 요즘 돌아다니면서 제대로 인기를 체감하고 있어요. 섹시하다는 말도 이렇게 많이 들은 적이 없죠. 기분은 좋더라고요.”
올가을 안방극장 여심을 제대로 흔든, 가장 ‘핫’하고 ‘섹시한’ 남자. 배우 조정석(37)이 이화신(드라마 ‘질투의 화신’)의 인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신작을 들고 극장가를 찾았다. 23일 전야 개봉하는 영화 ‘형’을 통해서다. 조정석의 열연이 돋보이는 이 영화는 사기전과 10범 형 고두식과 국가대표 동생 고두영, 남보다 못한 두 형제의 기막힌 동거 스토리를 그린 브로 코미디다.
“제가 형이 있어서 그런지 처음부터 형제애가 확 와 닿았어요. 처음에 차 안에서 시나리오 보고 창가 쪽으로 앉아서 울었다니까요(웃음). 물론 신파라는 반응도 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전 이 영화가 분명 대중한테 통할 거라 확신해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족애를 다뤘잖아요. 특정 계층보다는 모든 세대가 볼 수 있는 게 ‘형’의 매력이죠.”
조정석이 연기한 캐릭터는 형 고두식이다. 15년 전 집을 뛰쳐나가 사기꾼으로 살아온 전과 10범이다. 우연히 감방에서 동생이자 국가대표 유도선수인 두영의 사고 소식을 접한 그는 눈물의 사기극을 펼쳐 가석방한다.
“고두식 캐릭터를 세 마디로 정의하면 이래요. 나쁜 놈, 못된 놈, 그렇지만 해치진 않아요. 욕을 잘하긴 하는데 그걸 매력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웃음). 욕 연기도 힘들었어요. 더 차지게 할 수 있었는데 영화의 톤 앤 매너를 위해 그 정도까지만 했죠. 그래도 너무 밉지 않게 그리려 노력했어요.”
조정석이 고두식의 옷을 입고 만난 동생 고두영은 최고의 연기돌 도경수(엑소 디오)였다. 영화 ‘카트’(2014) 때부터 눈여겨봤다는 조정석은 도경수 이야기에 진짜 친형처럼 무한 자랑과 애정을 쏟아냈다.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카트’에서 참 잘한다고 생각하던 찰나 드라마 ‘너를 기억해’(2015)를 봤죠. 임팩트가 엄청났어요. 그때부터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같이 해보니 역시나 영민한 친구더라고요. 흡수력 좋지, 감성 풍부하지, 배우로서 가져야 할 건 다 갖췄어요. 또 경수가 착하고 외모는 미소년 같은데 남자다운 기질이 있어요. 그 남자다움이 도경수라는 배우의 매력이죠.”
영화의 소재가 소재인 만큼 실제 형들에 관한 이야기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 조정석은 삼남 일녀 중 막내. 첫째 누나와는 열아홉 살, 큰형과는 열여섯, 작은형과는 열 살 차이가 나는 집안의 늦둥이다. 휴대폰에서 친형들 사진을 찾는 그의 얼굴에서 조금 전 봤던 듬직한 형의 미소 대신 막내 특유의 애교가 얼굴 가득 자리를 잡았다.
“예쁨 많이 받고 자랐어요. 그런 거 같죠?(웃음) 보통 형들과 터울을 이야기하면 '불편하고 힘들지 않았냐' 많이들 물으세요. 근데 그런 거 없이 잘 자랐어요. 저랑도 잘 놀아주고 늘 좋았죠. 시사회 때도 형들하고 같이 보려고요. 가족들은 항상 시사회 때 보거든요. 또 저희 형들이 엄청 잘생겼어요. 제가 제일 못생겼죠. 아, 내가 이런 이야기 해줘서 우리 형들은 좋겠다~.”
글로 다 옮기진 않았지만, 이날 인터뷰에서는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과 이화신이라는 이름이 꽤 많이 등장했다. 이와 관련, 조정석은 “드라마 종영이 얼마 안됐고, 이화신이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라 그런 듯하다”고 말했다. 이화신이 납뜩이(영화 건축학개론)를 넘는 인생캐릭터라는 평에는 “축복이지만, 그렇게 단정짓고 싶진 않다”고 했다.
“이런 캐릭터를 만나긴 쉽지 않아요. 축복이에요. 하지만 앞으로 할 것도, 해보고 싶은 것도 많으니까 단정짓진 않을래요. 나중에 또 다른 좋은 캐릭터를 만나면 말을 번복하는 게 되잖아요. 또 언제 이런 캐릭터를 만날진 모르겠지만, 열심히 만들고 싶어요. 다만 코믹적인 이미지로만 구축된다면 그건 지양해야죠. 장점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그 전에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한 이미지에 고착되지 않도록 더 노력할 거예요.”
흥행에 대해서도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사실 조정석은 드라마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반면, 영화에서는 큰 흥행을 거두지 못했다. 주연배우로서 부담이 될 법했다.
“잘 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는 거라 생각해요. 흥행은 진짜 하늘이 내려주는 듯해요. 물론 제 작품은 분명 흥행할 거란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어요. 그런 자신감이 있어야 안 될 것도 되죠(웃음). 얼마 전에 경수랑, (박)신혜랑 300만 공약을 했는데 더 잘되면 정말 기분 째지겠요. 근데 섣불리 이야기했다가 연기처럼 사라질까 조심스럽네요.”
대세 배우답게 조정석은 올해 유독 바빴다. 지난 2월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 촬영 차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났고, 3월부터 5월 말까지는 '헤드윅'으로 무대에 섰다. 그 사이 영화 ‘시간이탈자’로 관객을 만났고, 6월부터는 드라마 ‘질투의 화신’ 촬영에 들어갔다. 드라마 종방연 다음 날부터 지금까지는 ‘형’ 홍보활동에 한창이다.
“올해는 정말 예능, 뮤지컬, 드라마, 영화 전부 했어요. 다 해보니까 더 욕심이 생겨요. 쓰임새가 많은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무대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영화에서도 잘하고 싶고, 욕심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직 차기작이 뭐가 될 진 모르겠지만 모든 홍보를 마친 다음에 쉬어가면서 들어온 작품을 하고 싶어요.”
바쁘게 보냈으니 이제 휴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올 연말에는 에너지를 비축할 시간을 가지려 한다. 물론 ‘꽃보다 청춘’ 후 알게 된 여행의 소중함, ‘질투의 화신’과 ‘형’으로 알게 된 건강검진(?)의 소중함도 잊지 않을 거다.
“우선 연말에는 쉴 예정이에요. 너무 정신없이 달려왔어요. 6월부터 드라마 촬영했는데 단 하루도 못쉬었죠. 그래서 며칠 동안은 집에서 안나가려고요. 느긋하게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어요. 전 혼자 시간을 가져야 힐링이 돼요.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있고 싶죠. 전혀 안그래보이겠지만(웃음) 느긋함이 저랑 어울리는 단어거든요. 그러고 나서 여행도 가려고요. 건강검진도 좀 받고. 하하.”
인터뷰를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연인 거미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조정석은 지난해 2월 가수 거미와 열애를 인정했고, 현재 공개연애 중이다. 하지만 어떤 질문에도 능숙하고, 때론 능청스럽게 받아치던 조정석이 이번에는 말을 아꼈다. 사랑하는 연인을 향한, 그리고 함께 영화를 만든 스태프에 대한 배려였다.
“물론 잘 만나고 있죠(웃음). 영화는 아직 개봉 전이라 (거미는)못봤고요. 근데 연애 이야기는 말하기가 좀 그래요. 너무 거기에만 초점이 맞춰지니까요. 관계자들께 죄송스럽기도 하고요. 그래서 조심하려고 해요. 좋은 게 좋은 거잖아요. (거미는)알아서 영화를 잘 보겠죠(웃음).”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