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이 '한끼줍쇼'에서 이경규와 첫 호흡을 선보였다. <사진=JTBC> |
[뉴스핌=황수정 기자] 현재 방송인 강호동(46)은 과도기다. 에너지 넘치는 진행, 강렬한 헤어스타일은 여전하지만, 프로그램의 잇따른 종영으로 본의 아니게 지상파에서 벗어나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종편)로 무대를 옮기게 됐다.
지난 4일, 3년6개월 만에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이 종영했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장수 예능 SBS '스타킹' 역시 폐지된 상황. 이로써 강호동은 지상파에서 자연히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대신 JTBC '아는 형님', tvN '한식대첩4'에 이어 19일 첫방송된 JTBC '한끼줍쇼'에 출연 중이다. 과거 국민MC 시절 지상파를 아우르던 영향력이 순식간에 사그라진 모양새다.
강호동은 1993년 MBC 특채 개그맨으로 예능계에 발을 딛었다. "행님아~"를 유행시키면서 예능인으로써 얼굴을 알린 강호동은 이후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출연진을 장악하는 카리스마와 지치지 않는 체력, 친근한 이미지로 게임쇼, 리얼리티 등 장르를 섭렵했다.
탈세 의혹으로 1여 년간 자숙 후 복귀한 강호동은 KBS 2TV '달빛프린스' '투명인간', MBC '별바라기'가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굴욕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기존의 캐릭터가 아닌 새로운 옷을 입으려는 시도가 역력했고, 이는 종편과 케이블에서 계속됐다. 강호동은 JTBC '마리와 나' '쿡가대표' '천하장사' 등을 통해 '소녀 감성'을 어필했고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눈물도 흘렸다. 낯설음이 신선해지고 재미로 받아들여질 무렵 웹예능 '신서유기'로 건재함을 과시했고, '아는 형님'으로 인기가 상승하면서 다시 한 번 사랑을 받고 있다.
강호동이 기존 센 캐릭터가 아닌 여린 이미지로 변화하고 있다. <사진=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해피투게더3', JTBC '아는 형님' 캡처> |
강호동은 지난해 12월 '아는 형님' 제작발표회에서 "방송인으로서 어떤 공간이든, 어떤 환경이든 오로지 기쁨과 재미, 행복, 희망, 위안이 될까 고민한다. 그것이 내 직업이고 역할"이라며 종편행의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3월 '우리동네 예체능' 1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는 "케이블이든 종편이든 특별한 계획을 갖고 접근하는 게 아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난다면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종편이나 케이블은 지상파보다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도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이다. 강호동이 다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요인은 바로 기존의 스타일을 버렸기 때문. 앞서 목소리 크고 후배들을 제압하고 강하기만 했던 MC의 이미지였다면, 최근 강호동은 '여성 호르몬이 많아진 눈물 많고 덩치만 큰 남자'로 포지셔닝돼 있다. 특히 '아는 형님'에서 강호동은 민경훈, 김희철, 이수근 등 후배들에게 구박받고 당하는 처지가 됐고, 자신을 내려놓음으로써 큰 웃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 강호동은 전면에 나서기보다 뒤에서 중심을 잡거나 옆에서 양념을 더하는 역할을 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강호동은 '형님'이 아닌 '아우'로써 다시 한 번 새로운 매력을 공개할 기회를 잡았다. JTBC '한끼줍쇼'에서 이경규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 특히 이경규는 강호동을 씨름인에서 예능인으로 이끈 장본인으로, 강호동의 결혼식 주례를 보는 등 23년의 긴 시간 동안 끈끈한 우애를 자랑한다. 더군다나 한 프로그램에서 만난 것은 처음이다.
'한끼줍쇼'에서 티격태격 케미를 선보이는 이경규와 강호동 <사진=JTBC '한끼줍쇼' 캡처> |
'한끼줍쇼' 제작발표회에서 강호동은 "동생의 입장에서 방송을 하는 흔치 않은 기회다"며 이경규에 대해 "아이디어가 싱싱하고 단단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규는 "현장에서의 리더십, 힘을 실어주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스타일이 맞지 않다"고 내내 티격태격했다. 베일을 벗은 '한끼줍쇼' 첫방송에서 강호동은 이경규는 안 맞을 수록 웃음을 안겼고 그것으로 둘만의 독특한 케미를 완성시켰다.
무엇보다 '한끼줍쇼'는 강호동의 강점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이다. 망원동으로 이동할 때부터 거리를 걷는 내내, 이경규보다 강호동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봤으며, 이경규의 이름은 잘못 부르기도 했다. 이경규에게 퉁명스럽던 집주인이 강호동에게는 반색하며 집밖으로 나오기도 했다. 대중들에게 친숙하고 스스럼없이 접근할 수 있는 매력이 있는 강호동이 이경규보다 조금은 수월히 현관문을 열고 저녁밥을 얻어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기는 대목이다.
제작발표회에서 이경규는 "강호동이 지금까지 방송할 줄 몰랐다"면서도 "정말 방송에 중독돼 있는 놈"이라고 말했다. 촬영이 들어가면 방송 태도가 가식적으로 바뀐다는 농담을 담은 표현이지만, 그 기저에는 강호동의 프로 정신에 대한 존경이 담겼다. 이경규는 "정말 방송 열심히 한다. 선배로써 깜짝 놀랐다. 배울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끼줍쇼'에서 강호동을 '한때 국민MC'라고 소개했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변화하는 모습이 더욱 반갑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