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이지은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제 인생에 또 하나의 터닝 포인트가 바로 ‘킹키부츠’에 출연한 거예요.”
처음 Mnet ‘댄싱9’에서 뛰어난 실력과 표현력으로 주목을 받았던 한선천(26)이 ‘춤꾼’이 아닌, ‘배우’로서 뮤지컬 ‘킹키부츠’에 이름을 올렸다. 2014년 초연 때부터 이번 재연까지. 작품 속 드랙퀸(여장남자)인 롤라의 친구 엔젤들에서 단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초연에 이어서 이번에도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어서 너무 영광이었어요. 재연에 새로 합류하신 선배님들도 계신데, 같이 만나서 호흡을 맞춘다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이번에도 엔젤이라는 역할을 즐겁게 했어요.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임했죠.”
한선천이 맡은 엔젤은 롤라의 친구로 한선천 역시 ‘여장남자’로 무대에 오른 다는 뜻이다. 뮤지컬배우로 처음 시도하는 역할이 드랙퀸이다보니 부담감도 있을 법 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해맑은 미소와 함께 “궁금했다”라는 말이었다.
“부담스러운 건 없고, 궁금함이 컸어요. ‘내가 여장을 하면 예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죠(웃음). 여장남자라는 걸 평소에 할 수 없는 거잖아요.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이 역할을 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자신감이에요. 롤라와 엔젤은 내가 남자지만, 여장을 할 때 가장 자신이 빛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난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화려해’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무대에 올랐어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죠.”
재즈댄스로 처음 춤을 접해, 현대무용을 전공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춤에 쏟았다. 뮤지컬에서도 안무에서는 강점을 보였지만, 보컬에서는 어려움도 많았다. 개인 레슨까지 받으며 노력했지만, 아직까지 힘든 것이 바로 ‘노래’다.
“정말 어려웠어요. 롤라 넘버에는 엔젤들이 다 같이 앙상블을 하는데, 음 높이가 평소 생활에서 쓰는 음이 아니었어요. 특히 ‘섹스 이즈 인 더 힐(Sex Is In The Heel)’은 엔젤 형들도 힘들어해요. 다들 정신을 살짝 잃을 정도라니까요. 하하. 노래는 집에서도 혼자 연습을 했는데, 쉽게 안돼서 보컬 레슨도 받았어요. 차라리 킬힐을 신고 춤추는 게 어렵지 않았을 정도니까요.”
사실 엔젤들 중, 한선천이 유독 인기를 얻는 이유는 ‘댄싱9’에서 이미 얼굴을 비춰서가 아니다. ‘킹키부츠’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관객들을 사로잡는 고난도 퍼포먼스와 팔색조 매력을 분출하는 한선천은 롤라와 찰리만큼이나 빛난다.
“엔젤 중 인기가 많은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공연을 보러 왔던 친구들이 ‘너 무대에서 윙크를 왜 이렇게 많이 해?’라고 말 하는걸 듣고 무대에서 윙크하는 걸 알게 됐죠. 한 신에서 15번 정도는 하더라고요. 하하. 굳이 이유를 꼽자면 여심을 녹이는 윙크가 아닐까요(웃음).”
초연부터 재연까지 엔젤로 임하면서 찰리, 롤라와 호흡을 맞췄다. 문득 한선천이 ‘킹키부츠’를 다시 할 기회가 온다면 어떤 역할을 하고 싶어 할지 궁금해졌다. 그는 망설임 없이 “찰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 작품을 크게 보면 ‘킹키부츠’는 찰리의 일대기를 모두 담고 있잖아요. 생각해보니까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 슬픔, 좌절, 성취감을 모두 표현하는 역할이 ‘킹키부츠’에서는 찰리였죠. 감정선이 작품 안에서 굉장히 두드러지고요. 그래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커요. 지금도 연습실에서 형들이 연기하는 걸 듣고 따라하면서 연습하고 있어요(웃음).”
처음에는 방송을 통해, 지금은 뮤지컬을 통해 ‘한선천’이라는 사람을 대중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켜 나가고 있다. 이번 기회도 그에게는 인생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된 셈이다.
“인생에 있어서 터닝 포인트는 계속 진행되는 것 같아요. 첫 전환점은 ‘댄싱9’이에요. 너무 힘들어서 무용을 그만두려고 했을 때,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무용을 끝까지 할 수 있었거든요. 지금은 ‘킹키부츠’가 터닝 포인트에요. 이 작품으로 인해서 연기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으니까요(웃음).”
그의 말대로 또 다른 전환점을 맞았다. 그리고 언제 새로운 ‘터닝 포인트’를 맞이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이제 시작인만큼, 아직 배우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한선천. 겸손함으로 무장했지만, 목표만큼은 누구보다 뚜렷하다.
“드라마와 영화도 해보고 싶어요. 한 분야에 치중하고 싶진 않아요. 많은 대중들에게 ‘춤추는 배우’라고 인식되고 싶은 마음이 크죠. ‘잘하고 있는 무용을 왜 그만뒀느냐’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예술이라는 것 자체가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지, 다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종합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네요. 하하.”
[뉴스핌 Newspim] 글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