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주연배우 공유 <사진=매니지먼트숲·NEW> |
[뉴스핌=장주연 기자] 배우 공유(37)가 ‘천만 배우’ 합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청춘스타’라는 수식어는 이제 그에게 완전한 과거가 돼버렸다.
3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부산행’은 2일 하루 동안 30만2954 관객을 동원, 누적관객수 905만9604명을 기록하며 900만 돌파에 성공했다. 이는 지난해 여름 1000만 이상 관객을 모은 ‘베테랑’(19일), ‘암살’(20일)보다 빠른 속도. 이미 ‘천만 영화’를 확정 짓고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셈이다.
‘부산행’ 흥행의 일등 공신 중 한 명은 단연 타이틀롤 공유다. 그가 연기한 펀드매니저 석우는 직장 후배에게 “우리가 개미들까지 일일이 신경 써야 해”라고 까칠하게 쏘아붙인다. 별거 중인 아내에게는 매정하기 짝이 없다. 양보하는 딸에게는 ‘나만 살면 된다’고 가르친다. 냉정하고 자기중심적인 인물의 표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달라진다. 함께 사투를 벌인 승객의 손을 쉽게 놓지 못하고, 야박하게 열차 문을 닫아버린 이에게 주먹을 날린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면서 유일하게 정서적으로 급변하는 탑승객이 바로 공유가 연기한 석우다. 공유는 그렇게 점차 변하는 석우의 감정 변화부터 가슴 절절한 부성애까지 오점 없이 완벽하게 담아냈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팬들과 만났던 공유 <사진=SBS '건빵선생과 별사탕' 방송 캡처, MBC '커피프린스 1호점 방송 캡처> |
물론 진짜 놀라운 건 ‘부산행’을 통해 본 공유가 낯설다는 데 있었다. 아니라고 항변하는 이도 있겠지만, 사실 꽤 오랜 기간 공유의 이미지는 눈빛 하나, 미소 하나로 여심을 흔드는 로맨틱가이였다. 아직도 모델로 활동 중인 모 커피나 가구 CF 속 모습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지난 2007년 히트한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2007)의 영향이 컸다. 그 보다 앞선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거슬러 올라가면 드라마 ‘어느 멋진 날’(2006)과 ‘건빵 선생과 별사탕’(2005), 영화 ‘잠복근무’(2005) 등에서도 공유의 두번 째 롤은 언제나 ‘여심 사냥’이었다. 따스함과 달콤함은 자연스레 배우 공유의 주 무기가 됐고, 공유는 청춘스타이자 대표 로맨스남으로 자리 잡았다.
그랬던 그가 변한 건 30대에 접어들면서부터로 기억된다. 시작점을 꼽아본다면 전역 후 첫 복귀작이었던 영화 ‘김종욱 찾기’(2010) 쯤이 될 듯하다. 이후 공유는 사회 고발성 영화 ‘도가니’(2011), 액션 영화 ‘용의자’(2013)를 거쳐 치정 멜로 ‘남과 여’(2015)에 착지했다.
‘어른들의 사랑’을 다룬 이 영화에서 공유는 오랜만에 사랑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네가 남자든 외계인이든 이제 상관 안해. 갈 때까지 한 번 가보자”(‘커피프린스 1호점’ 中)라고 패기 넘치게 외치던 풋내기 청년은 어디에도 없었다. 달콤한 말도 다정한 손길도 그대로였지만, 그가 말하는 사랑은 이제 뜨겁고 지독했다. ‘공유표’ 로맨스가 뭐냐고 반문이라도 하듯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공유는 그렇게 지난 6년간 종잡을 수 없이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특유의 로맨틱 이미지를(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벗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과정들은 그가 어떤 캐릭터에도 구애받지 않는 배우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발판이 됐다. 공유의 얼굴은 생각보다 훨씬 다채로웠으며 생각 이상으로 흥미로웠다.
영화 '김종욱 찾기' '도가니' '남과 여' '밀정' '부산행' '용의자' 스틸컷(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CJ엔터테인먼트·쇼박스·워너브라더스코리아·NEW> |
이제 ‘부산행’으로 ‘천만 배우’ 합류를 앞둔 공유는 올 하반기 영화 ‘밀정’과 tvN 드라마 ‘도깨비’(가제)를 통해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더욱 풍성하게 채울 예정이다.
김지운 감독이 진두지휘한 ‘밀정’은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의 이야기. 공유가 맡은 역할은 의열단 리더다. 그리고 연이어 선보이는 ‘도깨비’는 ‘태양의 후예’ 김은숙 작가가 집필한 SF 판타지 로맨스물이다.
두 작품 모두 아직 베일을 벗지는 않았지만, 공유는 반드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여러 얼굴 중 보지 못했던 새로운 낯을 꺼내 들고 대중 앞에 서게 될 거라 확신한다. 그것이 지난 시간 ‘배우 공유’가 보여준 믿음이고 신뢰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