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이세돌 9단이 구글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를 상대로 기적적인 첫 승을 거뒀다. 중반까지 알파고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경기가 흘러갔으니 이 9단이 경이로운 수를 두며 일격을 가하자 알파고가 흔들리며 패배를 자초했다.

이 9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1승"이라며 "5국에서는 흑으로 이겨보고 싶다"고 말했다.

13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4국에선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상대로 1승을 거뒀다. 이로써 전체 성적에서 이 9단이 1승 3패를 기록하게 됐다.

전날까지 3연패를 당하며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이 9단은 경기 초반 실리 후 타개를 노리는 새로운 작전으로 4국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경기 중반이 지나도록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었다.

흑을 잡은 알파고가 중앙에서 크게 집을 형성하며 우세를 점했다. 여기에 더해 오후 3시 50분 경 이 9단은 제한시간 2시간을 모두 사용해 시간 싸움에서도 불리한 처지에 몰렸다.

하지만 경기 시작 3시간이 흐를 무렵, 백을 잡은 이 9단이 중앙으로 과감하게 밀고 들어가자 알파고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알파고는 앙의 약점을 보강하는 대신 좌하귀에 불필요한 수를 뒀고 다시 오른 쪽 중앙에 이해하기 어려운 수를 뒀다.

해설을 맡은 홍민표 9단과 이현욱 8단은 "(이세돌 9단이 중앙에서) 신의 한수를 두면서 완벽하게 흐름이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또 "이후 알파고가 두 수 연속 이상한 수를 두면 5집 정도 손해를 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같은 시각 딥마인드 CEO 데미스 허사비스는 SNS를 통해 79수 때 70%였던 승률이 87수 때는 50% 이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기세를 잡은 이 9단이 이후 유리하게 경기를 리드했고 결국 경기 시작 4시간 45분이 흐를 무렵 알파고가 팝업창을 통해 경기 포기 의사를 알렸다.

이에 알파고를 대신해 돌을 두던 아자 황 박사가 검은 색 돌을 던지면서 이 9단이 감격의 첫 승을 따냈다.

경기 직후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알파고의 약점을 묻는 질문에 이세돌은 "알파고가 백보다는 흑을 잡았을 때 힘들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알파고가) 자기가 생각하지 못했던 수가 나왔을 때, 버그 형태의 수가 진행이 됐다"며 "생각 못 했을 때 대처 능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지적하는 정보 비대칭성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저의 능력이 부족해서 졌던 것"이라고 답했다.

인터뷰 말미에 이 9단은 데미스 하사비스 CEO에게 "5국에선 내가 흑을 잡을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했고 하사비스 CEO 역시 웃으며 이를 받아들였다.

절묘한 수로 평가받는 78수를 둔 이유에 대해 이 9단은 "그 수를 둔 이유는 그것 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며 "그렇게 칭찬을 받아서 어리둥절하다"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