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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의 돈과 행복]⑤ '유전무죄 무전유죄' 사회가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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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 작가 인터뷰 <사진=김학선 기자>

1988년 10월 16일, 대다수 언론의 헤드라인은 탈주범들의 소식으로 채워졌다. “북가좌동 한 가정집에서 탈주범들이 가족을 인질로 삼고 경찰과 대치하다가 10시간 만에 자살 또는 사살되는 유혈극이 벌어졌다. 탈주범의 대장격인 지강헌은 벼랑 끝에 몰리자 결국 자살을 결심하고 경찰에게 ‘홀리데이’란 노래를 듣고 싶다고 요구했다. 그리고 지강헌은 그 노래가 울려 퍼지는 방안에서 피를 토하듯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를 외치며 유리창 파편으로 자신의 목을 찔렀다...”

20여 년 전 탈주범 지강헌이 절규하며 우리 사회를 향해 던졌던 ‘유전무죄 무전유죄’! 돈 있으면 죄가 없고 돈 없으면 죄가 있다는 뜻의 이 말은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에 회자되고 있으며, 그 말의 근저에 깔려있는 사회적 약자들의 소외감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당시 인질범 일당은 자신들에게 내려진 10년~20년이라는 과중한 형량도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형량의 불평등을 참을 수 없다고 인질로 잡힌 사람들에게 하소연했다고 한다.

지강헌은 “돈 없고 권력 없이는 못사는 게 이 사회다. 대한민국의 비리를 밝히겠다. 돈이 있으면 판검사도 살 수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우리 법이 이렇다!”고 항변하였다. 그는 법적으로는 동정 받을 이유가 없는 상습적으로 강·절도를 저질러온 범죄자였다. 그러나 그 당시의 민심은 탈주범인 지강헌에 대한 동정으로 들끓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절규에 많은 시민들이 연민을 느꼈다고 한다. 556만원을 훔치고 17년형을 살아야 했던 한 청년의 비참한 죽음과, 그런 죽음을 있게 한 법치국가의 슬픈 자화상에 분노하며 그가 남긴 말에 공감하였던 것이다.

한 나라의 질서와 기강은 일관성 있는 법치에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는 법치주의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해야 할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팽배해 있다. 2008년 법률소비자연맹이 실시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우리 국민 10명 중에 8명이 법적인 문제에서 돈이 있으면 유리하다는 이른바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응답자 절반 이상이 법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를 법보다 배경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전반적인 우리 사회의 법에 대한 조소 섞인 인식은 이렇다. “우리는 지금 돈이 법 위에서 군림하는 사회 속에 살고 있다. 권력과 돈만 있으면 안 되는 일도 못할 일도 없다. 모든 것은 권력과 돈이 해결해주는, 가진 자에게만 유리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서 법을 다루는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법 적용에 있어 형평성이 없고 법 집행이 엄정하지 못하다는 데서 그 원인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사회가 공정한 사회가 되려면 법 앞의 평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법을 어떤 때는 적용했다가 어떤 때는 적용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때로는 특권층을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면 평등한 적용이라고 할 수 없다. 전관예우나 고무줄 양형에서 비롯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논란이나, 특정인을 위한 특혜성 사면 논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악습을 청산하지 못하는 사이 ‘법은 지키면 지킬수록 손해’라는 잘못된 법인식이 국민의 뇌리 깊숙이 자리 잡았다.

‘나와 내 주변에는 관대하게, 그러나 남에게는 엄격하게’ 법과 원칙을 적용하는 그런 사회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우리나라가 공정한 법치사회가 되려면 법 적용의 이중성을 타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시중에 회자되는 ‘내가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최소한 법조계에서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흔히들 사회적 관심이 특히 큰 대형 소송사건이 생기면 이를 두고 우스갯소리로 ‘쩐(錢)의 전쟁’이라고 부른다. 이는 재판 당사자중 누가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더 영향력 있는 변호사를 고용했느냐에 따라 재판결과가 달라진다는 뜻에서 생긴 이야기이다. 그런데 영향력 있는 변호사란 자질이 월등한 사람이기도 하겠지만, 실제로는 현직을 떠난 지 얼마 안 되고 힘쓰는 자리에 있었던 변호사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물론 인지상정인지라 법조계에서도 전관예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법과 정의를 뛰어넘는 봐주기 식의 전관예우는 법조계는 물론 우리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게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

변호사 수임료가 비싼 것도 문제이다. 일반 서민들은 소송에서 지게 되면 막대한 소송비용 부담으로 인해 알거지가 되기 십상이다. 설령 이긴다고 해도 배상금의 대부분을 변호사가 성공보수금이라는 명목으로 가져가 버리다보니 남는 게 없다.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말이 바로 이를 두고 생긴 것 같다.

검찰의 수사관행도 문제다. 표적수사나 신상털기 식 수사, 그리고 별건수사 관행 등이 지양되어야 한다. ‘별건 수사’란 검찰이 본래 수사하고자 했던 사건에 대한 혐의가 풀리면 수사를 중단해야 함에도 이 건과 관계없는 일을 들춰내서 성과를 올리려는 수사 관행을 말한다. 그동안 검찰은 무리한 수사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간혹 피의자를 죽음으로까지 몰아넣는 경우도 없지 않았기에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정치검찰이란 낙인도 찍혀있다. 표적· 편파수사 등의 논란도 일으켰다. 이와 같은 행태를 시정하고 견제하는 방안이 한시바삐 마련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변호사 단체에 대한 개혁도 뒤따라야 한다. 우리나라의 변호사집단은 일부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들이 법률시장을 독점함으로써 여러 가지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전관예우 관행을 뿌리뽑는 것이야 말로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핵심과제이다. 그동안 전관예우를 근원적으로 차단하지 못했던 것은 우리나라 법조계를 이루고 있는 판사, 검사, 변호사는 모두 한 뿌리인 사법고시 출신이고, 판사 및 검사는 언제든지 사임하더라도 변호사라는 안정되고 선망의 대상인 일터가 기다리고 있다는 제도적인 문제점에 기인하고 있다. 법률시장 개방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하고 사법개혁이 중단 없이 지속적으로 실효성 있게 추진되어야 하는 이유도 이런 배경 하에 있다고 할 것이다.

사법개혁의 필요성은 어느 누구보다도 국민들이 더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국민들은 자신의 권익을 보장받고 법 앞에서 차별받지 않는 공정한 사회가 구현되기를 원한다. 그리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사법권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검찰과 법원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따라서 사법개혁은 중단 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더 이상 피의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일이 없어야 하고, 대한민국의 암울한 법 현실에 환멸을 느껴 이민을 떠나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재벌총수들에 대한 사면을 두고 설왕설래 말이 많았다. 물론 그들이 사회발전에 공헌을 많이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범법행위를 한사람들에게 법을 적용하지 않거나 특혜를 준다는 것은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는 원칙에 어긋나지 않을까? 물론 재벌이라고 해서 오히려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특혜를 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과거 우리는 재벌들에게 많은 특혜를 주어왔다. 그래서 그들은 기업을 키울 수 있었고 또 일자리 창출과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지나친 관용은 그들을 더 큰 범법자로 만들 소지가 없지 않을 것이다. “내가 없으면 기업이 돌아가지 않고 그렇게 되면 결국 국가경제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다. 그러니 내가 법을 좀 위반한다고 해서 나를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겠느냐!”라는 배짱심리가 작용할 여지가 생기게 된다. 이러한 배짱심리가 ‘대마불사’라는 믿음을 만들어 줘서 1997년 외환위기를 초래하는 커다란 원인이 되었다는 점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저자 이철환 프로필 

- 20회(1977년) 행정고시 합격  
- 경제기획원과 재정경제부 근무 (종합정책과장, 국고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
- 공직퇴임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역임
- 현재 한국무역협회 초빙연구위원 겸 단국대학교 경제과 겸임교수로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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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가 '이재명 사무관' 경계령 [세종=뉴스핌] 나병주 기자 = 정부 업무보고에서 보여준 이재명 대통령의 '예리하고 꼼꼼한' 질문이 관가를 잔뜩 긴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담당사무관이 아니라면 알기가 쉽지 않은 내용까지 놓치지 않는 예리함에 관가에서는 '이재명 사무관'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 예상 못한 '정원' 질문에 기후부 '멘붕'…장관·국장 모두 답변 못해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오후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왜 기후부는 정원이 2930명인데 현원이 2973명으로 초과됐느냐"는 '깜짝' 질문으로 모두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김성환 장관은 물론 기후부 간부들 모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20초가량 침묵이 이어졌습니다. 이 대통령이 담당국장이 누구냐며 재차 묻자 그제야 정책기획관(국장)이 "자세히 확인은 못 했지만 긴급하게 필요한 것에 대해 추가 고용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엉뚱한 대답을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업무보고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라는 특별한 상황이 있었지만, 기후부는 그런 상황이 없었는데 정원 초과된 게 이상하다. 원래 환경부 시절부터 추가가 됐는지, 아니면 기후부로 전환되면서 추가된 건지 답해달라"며 재차 물었습니다. 이에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환경부에서 추가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모호하게 답하자, 이 대통령은 "추정으로 답하지 말라"며 확답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질문에 답하는 사람은 결국 아무도 없었습니다. <뉴스핌>이 확인한 결과, 이유는 엉뚱한 곳에 있었습니다. 인원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육아휴직자 51명을 현원에 포함하는 실수를 저질러 벌어진 해프닝이었습니다. 결국 현재 기후부 현원은 2922명으로 정원보다 8명이 적어 오히려 인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다행히 상황파악 후 업무보고가 끝나자마자 이 대통령에게 보고해 오해는 풀었다고 하네요. ◆ 李대통령 예리한 질문에 관가 긴장…'이재명 사무관' 별명 생겨 이번 해프닝에 대해 기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탈탄소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예상치 못한 질문에 '한방' 얻어맞은 셈이죠. 사실 인원현황은 기후부 업무보고 1페이지에 제일 처음 나와 있는 내용이에요. 대부분의 사람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가는 부분이지만, 이 대통령은 이를 놓치지 않고 꼼꼼히 살펴본 거죠. 기후부 관계자는 "사실 이번 건은 실무를 담당하는 과장도 놓칠 수 있는 내용이다"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깜짝 놀랐다"고 혀를 내두르기도 했어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7일 오후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도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핌TV 갈무리] 2025.12.17 dream@newspim.com 작은 부분까지 세세하게 확인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이재명 사무관'이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실무자인 사무관 같은 대통령의 꼼꼼함에 관가는 앞으로 있을 보고에 대해 부담감이 커졌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꼼꼼한 모습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A 씨는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지적하기엔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민이 지켜보는 만큼 현안에 더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최근 고(故) 김용균 씨 때와 비슷한 사고가 다시 발생한 서부발전에 대해서는 별다른 지적 없이 넘어갔습니다. 이 대통령이 서부발전 사장에게 질문한 시간은 답변을 합쳐도 약 10초에 불과했습니다. 앞으로 관가에는 '이재명 사무관'의 꼼꼼함을 경계하라는 '경계령'이 내려졌습니다. 작은 숫자 하나도 놓치지 않는 그의 꼼꼼함이 국정 운영의 새로운 기준이 될지, 아니면 과도한 긴장으로 작용할지 주목됩니다. lahbj11@newspim.com 2025-12-1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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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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