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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의 돈과 행복]⑤ '유전무죄 무전유죄' 사회가 되지 않으려면

기사입력 : 2016년01월18일 14:50

최종수정 : 2016년01월21일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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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 작가 인터뷰 <사진=김학선 기자>

1988년 10월 16일, 대다수 언론의 헤드라인은 탈주범들의 소식으로 채워졌다. “북가좌동 한 가정집에서 탈주범들이 가족을 인질로 삼고 경찰과 대치하다가 10시간 만에 자살 또는 사살되는 유혈극이 벌어졌다. 탈주범의 대장격인 지강헌은 벼랑 끝에 몰리자 결국 자살을 결심하고 경찰에게 ‘홀리데이’란 노래를 듣고 싶다고 요구했다. 그리고 지강헌은 그 노래가 울려 퍼지는 방안에서 피를 토하듯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를 외치며 유리창 파편으로 자신의 목을 찔렀다...”

20여 년 전 탈주범 지강헌이 절규하며 우리 사회를 향해 던졌던 ‘유전무죄 무전유죄’! 돈 있으면 죄가 없고 돈 없으면 죄가 있다는 뜻의 이 말은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에 회자되고 있으며, 그 말의 근저에 깔려있는 사회적 약자들의 소외감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당시 인질범 일당은 자신들에게 내려진 10년~20년이라는 과중한 형량도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형량의 불평등을 참을 수 없다고 인질로 잡힌 사람들에게 하소연했다고 한다.

지강헌은 “돈 없고 권력 없이는 못사는 게 이 사회다. 대한민국의 비리를 밝히겠다. 돈이 있으면 판검사도 살 수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우리 법이 이렇다!”고 항변하였다. 그는 법적으로는 동정 받을 이유가 없는 상습적으로 강·절도를 저질러온 범죄자였다. 그러나 그 당시의 민심은 탈주범인 지강헌에 대한 동정으로 들끓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절규에 많은 시민들이 연민을 느꼈다고 한다. 556만원을 훔치고 17년형을 살아야 했던 한 청년의 비참한 죽음과, 그런 죽음을 있게 한 법치국가의 슬픈 자화상에 분노하며 그가 남긴 말에 공감하였던 것이다.

한 나라의 질서와 기강은 일관성 있는 법치에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는 법치주의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해야 할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팽배해 있다. 2008년 법률소비자연맹이 실시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우리 국민 10명 중에 8명이 법적인 문제에서 돈이 있으면 유리하다는 이른바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응답자 절반 이상이 법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를 법보다 배경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전반적인 우리 사회의 법에 대한 조소 섞인 인식은 이렇다. “우리는 지금 돈이 법 위에서 군림하는 사회 속에 살고 있다. 권력과 돈만 있으면 안 되는 일도 못할 일도 없다. 모든 것은 권력과 돈이 해결해주는, 가진 자에게만 유리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서 법을 다루는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법 적용에 있어 형평성이 없고 법 집행이 엄정하지 못하다는 데서 그 원인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사회가 공정한 사회가 되려면 법 앞의 평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법을 어떤 때는 적용했다가 어떤 때는 적용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때로는 특권층을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면 평등한 적용이라고 할 수 없다. 전관예우나 고무줄 양형에서 비롯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논란이나, 특정인을 위한 특혜성 사면 논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악습을 청산하지 못하는 사이 ‘법은 지키면 지킬수록 손해’라는 잘못된 법인식이 국민의 뇌리 깊숙이 자리 잡았다.

‘나와 내 주변에는 관대하게, 그러나 남에게는 엄격하게’ 법과 원칙을 적용하는 그런 사회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우리나라가 공정한 법치사회가 되려면 법 적용의 이중성을 타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시중에 회자되는 ‘내가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최소한 법조계에서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흔히들 사회적 관심이 특히 큰 대형 소송사건이 생기면 이를 두고 우스갯소리로 ‘쩐(錢)의 전쟁’이라고 부른다. 이는 재판 당사자중 누가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더 영향력 있는 변호사를 고용했느냐에 따라 재판결과가 달라진다는 뜻에서 생긴 이야기이다. 그런데 영향력 있는 변호사란 자질이 월등한 사람이기도 하겠지만, 실제로는 현직을 떠난 지 얼마 안 되고 힘쓰는 자리에 있었던 변호사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물론 인지상정인지라 법조계에서도 전관예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법과 정의를 뛰어넘는 봐주기 식의 전관예우는 법조계는 물론 우리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게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

변호사 수임료가 비싼 것도 문제이다. 일반 서민들은 소송에서 지게 되면 막대한 소송비용 부담으로 인해 알거지가 되기 십상이다. 설령 이긴다고 해도 배상금의 대부분을 변호사가 성공보수금이라는 명목으로 가져가 버리다보니 남는 게 없다.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말이 바로 이를 두고 생긴 것 같다.

검찰의 수사관행도 문제다. 표적수사나 신상털기 식 수사, 그리고 별건수사 관행 등이 지양되어야 한다. ‘별건 수사’란 검찰이 본래 수사하고자 했던 사건에 대한 혐의가 풀리면 수사를 중단해야 함에도 이 건과 관계없는 일을 들춰내서 성과를 올리려는 수사 관행을 말한다. 그동안 검찰은 무리한 수사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간혹 피의자를 죽음으로까지 몰아넣는 경우도 없지 않았기에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정치검찰이란 낙인도 찍혀있다. 표적· 편파수사 등의 논란도 일으켰다. 이와 같은 행태를 시정하고 견제하는 방안이 한시바삐 마련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변호사 단체에 대한 개혁도 뒤따라야 한다. 우리나라의 변호사집단은 일부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들이 법률시장을 독점함으로써 여러 가지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전관예우 관행을 뿌리뽑는 것이야 말로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핵심과제이다. 그동안 전관예우를 근원적으로 차단하지 못했던 것은 우리나라 법조계를 이루고 있는 판사, 검사, 변호사는 모두 한 뿌리인 사법고시 출신이고, 판사 및 검사는 언제든지 사임하더라도 변호사라는 안정되고 선망의 대상인 일터가 기다리고 있다는 제도적인 문제점에 기인하고 있다. 법률시장 개방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하고 사법개혁이 중단 없이 지속적으로 실효성 있게 추진되어야 하는 이유도 이런 배경 하에 있다고 할 것이다.

사법개혁의 필요성은 어느 누구보다도 국민들이 더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국민들은 자신의 권익을 보장받고 법 앞에서 차별받지 않는 공정한 사회가 구현되기를 원한다. 그리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사법권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검찰과 법원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따라서 사법개혁은 중단 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더 이상 피의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일이 없어야 하고, 대한민국의 암울한 법 현실에 환멸을 느껴 이민을 떠나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재벌총수들에 대한 사면을 두고 설왕설래 말이 많았다. 물론 그들이 사회발전에 공헌을 많이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범법행위를 한사람들에게 법을 적용하지 않거나 특혜를 준다는 것은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는 원칙에 어긋나지 않을까? 물론 재벌이라고 해서 오히려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특혜를 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과거 우리는 재벌들에게 많은 특혜를 주어왔다. 그래서 그들은 기업을 키울 수 있었고 또 일자리 창출과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지나친 관용은 그들을 더 큰 범법자로 만들 소지가 없지 않을 것이다. “내가 없으면 기업이 돌아가지 않고 그렇게 되면 결국 국가경제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다. 그러니 내가 법을 좀 위반한다고 해서 나를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겠느냐!”라는 배짱심리가 작용할 여지가 생기게 된다. 이러한 배짱심리가 ‘대마불사’라는 믿음을 만들어 줘서 1997년 외환위기를 초래하는 커다란 원인이 되었다는 점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저자 이철환 프로필 

- 20회(1977년) 행정고시 합격  
- 경제기획원과 재정경제부 근무 (종합정책과장, 국고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
- 공직퇴임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역임
- 현재 한국무역협회 초빙연구위원 겸 단국대학교 경제과 겸임교수로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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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위브, 엔비디아와 8조원대 계약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데이터센터 운영업체인 코어위브(종목코드: CRWV)는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와 63억 달러(8조7160억원) 규모의 클라우드 컴퓨팅 용량 주문 계약을 체결했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엔비디아는 이번 계약을 통해 2032년 4월 13일 까지 코어위브가 고객에게 판매하지 않은 모든 클라우드 용량을 구매하기로 했다. 엔비디아와 수주 계약 체결 소식이 전해진 후 코어위브 주가는 뉴욕 정규장 거래에서 8% 상승했다. 지난 3월 상장 이후 이 회사 주가는 3배 뛰었다. 코어위브는 미국과 유럽에서 엔비디아의 GPU 칩을 탑재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이를 임대하거나 클라우드 컴퓨팅 용량을 판매하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코어위브는 엔비디아의 핵심 클라우드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AI 컴퓨팅 용량 수요 감소 가능성에 대한 완충장치를 마련하게 됐다고 로이터 통신은 평가했다. 코어위브는 일찌감치 엔비디아의 눈도장을 받아 2023년 투자를 받았다. 엔비디아는 코어위브 지분을 6% 넘게 보유하고 있다. 코어위브는 지난 3월 공모가 40달러에 뉴욕 증시에 상장한 후 AI 열풍에 따른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 급증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이번 계약은 최종 고객과 상관없이 용량이 활용될 것을 보장함으로써 코어위브의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며 "투자자들은 코어위브가 최대 고객사 2곳(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 외에 데이터센터 용량을 채울 수 있을지 우려해왔는데, 이번 계약으로 이런 우려가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코어위브 로고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2025.09.16 kongsikpark@newspim.com 코어위브는 지난 3월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119억 달러 규모의 5년 계약에 합의하며, 클라우드 컴퓨팅 용량을 제공하기로 한 바 있다. 오픈AI는 2029년 4월까지 40억 달러까지 지급하기로 약속하는 추가 협정을 맺었다. kongsikpark@newspim.com 2025-09-1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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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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