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공식 출범…동남아 10개국 국경 허문다
[뉴스핌=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아시아판 유럽연합(EU)이 될 아세안 경제공동체(AEC)의 31일 공식 출범을 앞두고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2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EC 출범 소식을 집중 조명하며 총 인구 6억2200만명의 거대 통합 시장을 마련하는 야심찬 실험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8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지역포럼 현장. ASEAN은 지난 8월8일에 설립된 지 48주년을 맞았고, 12월31일 아세안 10개국의 경제공동체인 AEC를 출범할 계획이다. <출처=AP/뉴시스> |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10개국으로 구성된 AEC는 단일 시장을 구축해 중국 등과 견줄만한 영향력 있는 경제 블록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AEC가 완전히 마무리되기까지 수 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아세안 각국 정부는 경제공동체 출범을 통해 현재 2조6000억달러에 가까운 지역 경제 규모를 오는 2030년까지 두 배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세안 인구의 평균 연령은 29세로 젊은데다 중산층도 확대되고 있어 앞으로 성장 잠재력은 클 것이란 평가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도 AEC 출범을 지켜보며 상당한 관심과 지지 의사를 표하고 있다.
WSJ는 미국의 경우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중인 아시아 재균형 외교 전략과 AEC가 궤를 함께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중국의 군사 및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계획이 깔려있는 만큼 AEC를 더욱 적극 지원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미국이 당장 AEC와 주요 협정을 맺을 가능성은 낮으며 그보다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회원국을 확대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아시아개발은행(ADB)과 함께 아시아 사회기반시설 개발에 5년 동안 16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중국도 아세안을 주변 외교 우선순위로 두고 안보협력도 적극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상태다.
AEC를 바라보는 기대의 시선과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주변국 저가 제품의 유입으로 자국 주력산업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으며, 회원국 간 경제개발 격차와 문화적 이질성 등이 통합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일례로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의 경우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태국 원당 제품의 유입이 신경 쓰이는 요인이다. 베트남의 경우 자동차 조립산업이 인도네시아나 태국과의 경쟁으로 피해를 입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으며, 2018년 회원국 간 자동차 수입관세 장벽이 사라질 경우 이러한 우려는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AEC 출범으로 인재들이 경제적 수준이 더 높은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로 유출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감지되고 있다.
필리핀 개발연구소 위원 로엘라노 브리온스는 "(AEC 출범에 따른) 수혜그룹과 피해그룹이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와 산업은 저가 혜택을 보겠지만 저임금 노동자 상당수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