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진영 기자] 음악도, 목소리도 조용하기 그지없는 캐릭터인 루시드폴(40, 조윤석)이 이례적인 센세이션의 주인공이 됐다. 정규 7집 '누군가를 위한,'의 홈쇼핑 판매로 소란스러운 주목을 받았지만, 그 안에 담긴 음악들은 한없이 진지하다.
루시드폴의 이번 앨범 행보는 독특하다 못해 참신하다. 직접 만든 앨범과 동화, 몸소 재배한 귤을 묶어 홈쇼핑에서 패키지 구성으로 판매했다. 그의 앨범을 기다려온 팬들에게는 더없는 선물이자 팬서비스가 됐고, 그를 잘 모르는 대중에게도 제대로 그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2년 만이네요. 2013년 10월 말에 지난 6집 앨범을 냈거든요. 앨범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많은 분들이 이게 CD가 끼워져 있는 책인지 책을 주는 CD인지 궁금해 하시더라고요.(웃음)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앨범이에요. 담고 싶은 게 많았어요. 음악 들으면서 뭔가 다른 것들을 함께 드릴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을 했거든요. 앨범 형태로 묶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글이었고 마침 작년에 이런 저런 계기로 제주에 내려가서 색다른 경험을 하며 동화를 썼어요. 길지 않은 단편인데, 동화를 쓰고 나니 OST 같은 노래를 쓰고 싶더라고요. 동화를 위한 곡 5곡에, 그 외 10곡을 함께 실었어요."
루시드폴의 7집 앨범은 그야말로 '알찬 구성'을 자랑한다. 소장 가치를 높이겠다는 1차원적인 이유 외에 작가이자 뮤지션인 그가 원하는 것은 다 담았다. 빼곡히 채운 15곡의 트랙, 촉촉한 감성과 동심에 젖어들 수 있는 동화, 여기에 제주도산 귤까지. 루시드폴의 막강 패키지와 함께라면 누구든 이 앨범을 소장하고 싶어할 듯 했다.
"발매 전에 한정판으로 앨범 1,000개를 풀었는데, 다들 벌써 받으셨더라고요. 귤이 안깨졌다고 해서 쾌재를 불렀어요.(웃음) 제가 만들고 드릴 수 있는 걸 한데 묶어서 다 드리고 싶었지만 모든 팬들에게 드릴 수는 없어서 제 음악을 기다려주신 분들에게 먼저 드렸어요. 듣고 읽을 수도 있고 먹을 수도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죠. 이렇게 하면 저 앨범 좀 만들었습니다. 사주세요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예전처럼 손에 넣을 수 있는 앨범을 원했고, 다양하게 모인 콜렉션이 됐네요."
곡을 쓰고, 글도 쓰고, 이제 귤도 재배한다. 작가와 뮤지션, 농부까지. 루시드폴을 정의하는 수식어로 무엇이 적당할까 하는 의문이 절로 피어났다. 그는 담담하게 "뮤지션"이라고 간단하게 답했다.
"저는 음악인이죠. 글을 쓴다고까지 할 것도 사실은 없어요. 가사를 쓰기는 하지만 음악하는 사람, 노래 만드는 사람, 부르는 사람이란 게 변하지 않는 저예요. 새 앨범을 2년 정도 텀을 두고 내는 편인데 앞선 앨범이 2012년과 2013년 조윤석이라는 사람의 기록이었다면 그 이후 2014년과 올해 음악인으로서 루시드폴, 사람으로서 조윤석의 기록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죠. 제가 느낀 것, 본 것을 노래라는 형태로 표현해낸 것 뿐이에요."
2년간 작업한 결과물을 내놓으며, 루시드폴은 이번 앨범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또 어떤 콘셉트인지를 묻는 의례적인 질문을 받았다. 그에 대한 답과 함께, 그는 창작물의 표현과 해석에 관한 이야기를 잠시 언급했다. 타이틀곡인 '아직, 있다'는 홈쇼핑 방송에서 라이브 공개 당시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담은 내용이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왔기에 그의 입에 모든 이목이 쏠렸다.
"최근에 표현이나 해석에 대한 이슈가 있었죠. 어떤 장르든 만드는 사람이 영감을 받아 결과를 내긴 하지만, '저는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들어주세요' 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들으시는 분들이 좀 더 귀기울여 들어주시고 느끼는 대로 받아들여 주시면 족해요. 세월호와 관련된 해석이 나왔는데, 그 부분도 역시 열어두고 싶어요. 어떤 걸 모티브로 해서 썼다고 말씀을 안드리는 게 들으시는 분들께 더 좋지 않을까요. 같은 노래를 갖고도 여러 가지로 듣고, 보기도 하시더라고요. 제가 못박기보다 자유로운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 싶어요."
루시드폴은 평생을 도시에서만 살다가 제주도로 내려가 이런 저런 경험을 하며 겪은 감상들을 이번 앨범에 담았다. 계속해서 제주도에서 음악 생활을 할 예정인지를 묻자, "그런 걸 정해두지는 않았지만, 지금 사는 게 만족스럽다"고 솔직한 마음을 얘기했다. 제주도엔 이미 그 외에도 가수 이상순 이효리 부부, 박효신 등이 터를 잡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예전엔 마냥 사람들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리고요. 사람은 좋지만 내가 너무 만나고 얘기하고 시간 보내고 싶은 몇 명의 친구만 깊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저였어요. 내려가서도 아는 사람을 만나고 하지도 않았고 외로워하지도 않았죠. 상순이는 친한 친구라서 내려갈 때부터 의지했어요. 내려가자마자 상순이 집에서 잤고 굉장히 큰 의지가 됐죠. 나머지 분들은 거의 뵌 적이 없어요. 절친한 사이가 아니라 오며 가며 몇 번 인사를 나눈 정도예요, 상순이는 부부와 세트로 자주 만나는 편이에요."
특히 루시드폴은 지난 2년 전 앨범과 가장 달라진 점으로 제주도로 이주와 함께 결혼 생활을 꼽았다. 사실 걱정도 많았지만, 이제는 든든한 동반자가 생겨 든든한 표정을 지었다.
"노래를 만든다는 게 워낙 개인적인 작업이라 누군가가 한 공간에 있을 때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죠. 살 집을 찾을 때 가장 먼저 본 게 아내와 저의 독립적인 공간이었어요. 같이 살긴 하지만 두 사람이 따로 지낼 수 있는 공간이 꼭 필요했죠. 다행히 생각보다 별 문제는 없었어요. 곡을 쓰고 하는데 오히려 많은 도움이 됐고 가장 처음 들어줄 수 있고 모니터해줄 수 있으니까요. 서포트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생겨서 좋기도 했고요."
루시드폴의 이번 컴백 프로모션(?) 홈쇼핑이 센세이셔널했던 만큼, 다음 앨범 행보에도 자연히 관심이 쏠렸다. 굳이 이 방식으로 앨범 위주의 음악에 방점을 찍었지만 스스로는 다양성을 인정했다. 그리고 그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어쩌면 뮤지션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나름의 소신을 밝혔다.
"정규든 싱글이든 선호의 차이고 각자 뮤지션의 몫이죠. 다만 저는 익숙하지가 않아요. 해 본적도 없고 머리에 그려지지도 않죠. 또 대부분이 스트리밍으로 듣는다고 음질이나 사운드를 포기할 수는 없죠.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가장 잘 음악을 전달할 수 있는 길을 생각해요. 스트리밍, CD, 원음 파일까지 모든 요구에 대응하는 게 제 자리에선 최선이죠. 애쓴 만큼 결과가 나온 것 같고요. 다음 마케팅 방법이요? 음반으로 음악을 발표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손에 넣었을 때 더 좋아하실 만한, 스트리밍이나 모바일로 찾을 수 없을 만한 의미를 더 넣을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 같아요."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사진=안테나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