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환의 문화의 향기<15> 아름다운 선율은 참혹한 전쟁도 멈추게 한다, 음악의 세계
미국의 유명한 바이올린 주자인 크라이슬러는 "음악은 질병 치료와 기계 문명으로 인한 스트레스의 해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고전 음악을 이해하지 못한 미래의 의사들은 밤새워 음악 공부를 해야 할 날이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대인들은 음악을 감상의 대상으로써 뿐만 아니라 삶에 활력소를 불어넣는 신선한 자극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많다. 즉 음악은 생활 주변에서 환경의 일부로 작용하는, 마치 물이나 공기와 같은 것이라는 뜻이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기계문명의 발달로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음악에서 자연의 숨소리를 듣는 여유마저 없다면 질식하고 말 것이다.
이 음악의 기능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우선, 음악은 우리 일상생활의 동반자로서 기능한다. 날이 갈수록 하루도 음악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음악은 머리를 식혀주고 긴장을 해소하며 다시 일에 몰두할 수 있게 하는 활력소가 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작업을 할 때 누군가가 옆에서 음악을 연주하도록 했다고 한다.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로 유명한 모나리자를 그릴 때에도 현악기가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했다고 한다. 오늘날의 직장에서도 음악은 근로자들의 작업능률을 올리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음악은 인간의 신체적 기능을 촉진시킨다. 이것은 음악요법에서 중요시하는 기능으로, 음악이 듣는 사람의 신체작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음악이 없는 경우에 비해 음악을 틀어놓았을 때 신체를 움직이기가 쉬워진다는 것이다. 흔히들 모짜르트의 음악은 아기들의 정서면에서의 발육상황에 매우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아울러 음악에는 듣는 사람에게 신뢰감을 주는 기능도 있다. 배경음악이 깔려있는 공간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그렇지 않은 공간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보다 고객의 신뢰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끝으로 사람들은 필요에 따른 어떤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을 때도 음악을 사용하고 있다. 음악은 사람의 감정을 순화시켜준다. 또 자신의 감정을 대변해주기도 하며,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해 주기도 한다. 바흐의 음악은 경건함이, 모차르트는 경쾌함이, 베토벤은 장엄함이, 슈베르트는 감미로움이 특징이다. 그리고 우수에 젖어들고 싶을 때면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자신의 내면 속으로 침잠되고 싶을 땐 말러의 음악을 들어보자. 그런데 항상 클래식만 듣는다면 때로는 지루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면 흘러간 올드 팝(old pop)과 가요, 경음악과 영화음악들을 함께 즐기면 좋을 것이다.
음악의 인간성 순화기능과 관련된 사례들을 몇 가지 소개하겠다. 제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인 이날 독일군과 프랑스· 영국 연합군이 서로 대치하고 있던 전선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서로 총부리를 겨누던 군인들이 잠시 전쟁을 멈추고, 세계 전쟁 역사상 전무후무한 평화와 화해의 시간을 가진 것이다.
당시의 전쟁 상황은 그저 참혹할 따름이었다. 1m 이상 되는 참호 속에 물이 고이고, 군화에 물이 가득 찼다. 쥐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다. 당장이라도 참호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다. 그러나 참호 위로 머리를 내밀었다가는 여지없이 총탄 세례가 쏟아진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양측의 병사들은 왜 우리가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우리가 전쟁터에 이렇게 목숨을 버려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전쟁터의 병사들은 “그저 하루빨리 전쟁이 끝났으면, 이번 크리스마스 때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을 만날 수 있었으면...” 이런 소박하고 인간적인 생각을 할 뿐이다.
놀랍게도 이 참담한 전쟁 상황을 잠시라도 멈추게 한 것은 음악이었다. 먼저 독일군 참호 쪽에서 크리스마스캐롤이 울려 퍼졌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반대편 참호에 있던 영국군들은 스코틀랜드 전통악기인 백파이프 반주에 맞추어 ‘영원한 고향을 꿈꾸네’를 노래했다. 전쟁터에서 가장 그리운 것이 바로 고향일 것이다. 비록 적군이 부르는 노래였지만 상대편 병사들의 마음을 적셨던 것이다.
이렇게 노래를 주고받는 동안, 병사들은 오늘만큼은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눌 생각이 없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결국 독일군, 프랑스군, 영국군 지휘관이 모여 크리스마스이브 동안 전투를 중단할 것을 결정한다. 그 후 세 나라 군인들은 음식과 샴페인을 나누어 먹고,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서로 주소를 교환하고, 전쟁이 끝나면 한번 만나자고 약속도 한다.
이제 아름다운 음악은 무서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순화시켜 준다는 사례를 보여주는 영화 이야기를 하나 소개한다. ‘쇼생크 탈출’은 감옥에서 벌어지는 비리와 부조리를 고발한 사회성 짙은 영화이다. 영화의 압권은 주인공 앤디가 자유를 찾아 천신만고 끝에 감옥을 탈출하는 장면으로, 여기서 관객들은 짜릿하고 통쾌하며 가슴 후련해지는 감격을 맛본다. 그런데 이 장면 못지않게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다름 아닌 영화에 삽입된 음악이다. 모차르트의 아리아 ‘저녁바람 부드럽게’가 나오는 장면은 3분정도에 불과하지만 그 여운은 매우 오래 남는다.
어느 날 우연히 간수의 방에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 실린 음반을 발견한 주인공 앤디는 문을 걸어 잠그고 음반을 틀어 교도소 내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음악이 흘러나오도록 한다. 바로 ‘저녁 바람 부드럽게’라는 곡이다. 갑자기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자 죄수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노래를 듣는다.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아름다운 노래 소리에 죄수들은 마치 최면에 걸린 듯 그 자리에 멈춰 서 버린다. 이 시점에서 앤디가 감옥에서 만난 친구인 레드의 독백이 흘러나온다.
“나는 지금도 그때 두 이탈리아 여자들이 무엇을 노래했는지 모른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때로는 말하지 않는 것이 최선인 경우도 있는 법이다. 노래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래서 가슴이 아팠다. 이렇게 비천한 곳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높고 먼 곳으로부터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우리가 갇혀 있는 삭막한 새장의 담벼락을 무너뜨리는 것 같았다. 그 짧은 순간, 쇼생크감옥에 있는 우리 모두는 자유를 느꼈다.”
이와 같이 생각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자 교도소장은 당황한다. 그는 앤디가 잠가놓은 문을 부술듯 두드리면서 당장 음악을 끄라고 한다. 그러나 앤디는 오히려 스피커의 볼륨을 높인다. 교도소장은 왜 그렇게 음악에 민감하게 반응했을까? 아마도 죄수들이 음악의 아름다움을 통해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깨닫게 되고, 그 결과 그동안 간수들이 자행해 온 폭거에 항거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서 비롯된 것이리라 여겨진다.
음악을 통해 세계평화를 모색하려고 노력한 사례도 있다. 유태인 출신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1999년에 ‘서동시집 오케스트라(West-Eastern Divan)’를 만들면서, 이 오케스트라를 통해 이스라엘과 중동 지역 사람들이 서로 적대시하지 않고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고, 서로 음악에 대한 열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2005년 팔레스타인 지역인 라말라에서 공연을 강행했는데, 당시 이스라엘의 극렬 민족주의자들은 그가 조국을 배신하고 모독했다며 맹렬히 비난했다. 그러나 이런 동족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통해 종교적, 문화적, 인종적 편견을 극복하고,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바렌보임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그는 음악을 통해 정의롭지 못한 것,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르는 부당한 편견과 폭력에 과감하게 도전한다. 나아가 그는 유태인이면서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를 점령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한 시상식에서 “음악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말을 여러 차례나 강조했다. 기자들이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그렇지는 않다.”면서도 “음악이야말로 화해의 시작이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음악치료법(music therapy)이 확산되고 있다. 음악치료란 치료적인 목적, 즉 정신과 신체 건강을 복원 및 유지하며 향상시키기 위해 음악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즉 음악 치료사가 치료적인 환경 속에서 치료 대상자의 행동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음악을 단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음악치료의 목적은 장애나 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증상을 조금이라도 완화시키고, 그 사람들이 당하고 있는 고통이나 번민을 가능한 한 경감시켜 주는 것이다. 충분한 사회적 경험이나 훈련이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발병한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병세가 어느 정도 호전된 뒤에도 자립을 위한 생활기술이나 대인관계의 구체적인 기능을 체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생활기술을 체득시키는 것도 음악요법의 중요한 역할이 된다. 다시 말해 음악치료를 통해 불필요한 걱정이나 불안을 줄일 수 있고, 사회적응이 양호해지게 되어 재발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음악세계를 경제적 관점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세계 음반시장 규모는 2013년 기준 150억 달러였다. 다만, 이는 음반시장에 한정된 것으로, 공연산업인 콘서트시장까지를 포함시킨 전체 음악시장의 규모는 무려 400억 달러를 넘어서게 된다. 우리나라의 음반시장 규모는 2.11억 달러로 세계 시장의 1.4%를 차지하였다. 이는 세계시장에서 각각 1위와 2위인 미국의 20분의 1, 일본의 14분의 1 정도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를 포함한 세계음반시장에서 주목할 사항은 음원의 형태가 기존의 CD, LP 등 물리적 레코드에서 디지털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소비패턴도 기존의 다운로드가 아닌 스트리밍과 액세스 유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소유권에 대한 개념이 약해지고 있어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인 것은 막을 수 없다. 스트리밍(streaming)이란 인터넷에서 음성이나 영상, 애니메이션 등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기법을 뜻한다.
한편, 매년 전 세계 곳곳에서는 무수히 많은 콩쿠르가 펼쳐지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퀸 엘리자베스, 쇼팽,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를 세계 3대 콩쿠르라고 한다. 이 콩쿠르 대회가 가장 많이 열리는 부문은 역시 피아노이다. 중국에서만 약 5,000만 명이 전문적으로 피아노를 친다고 한다. 피아노 다음으로 많은 부문은 성악 부문이며, 바이올린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첼로, 플루트, 하프, 오르간 등의 악기들은 콩쿠르 수가 많지 않다.
이철환 하나금융연구소 초빙연구위원·단국대 경제과 겸임교수 ('아름다운 중년, 중년예찬' 저자)
미국의 유명한 바이올린 주자인 크라이슬러는 "음악은 질병 치료와 기계 문명으로 인한 스트레스의 해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고전 음악을 이해하지 못한 미래의 의사들은 밤새워 음악 공부를 해야 할 날이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대인들은 음악을 감상의 대상으로써 뿐만 아니라 삶에 활력소를 불어넣는 신선한 자극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많다. 즉 음악은 생활 주변에서 환경의 일부로 작용하는, 마치 물이나 공기와 같은 것이라는 뜻이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기계문명의 발달로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음악에서 자연의 숨소리를 듣는 여유마저 없다면 질식하고 말 것이다.
이 음악의 기능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우선, 음악은 우리 일상생활의 동반자로서 기능한다. 날이 갈수록 하루도 음악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음악은 머리를 식혀주고 긴장을 해소하며 다시 일에 몰두할 수 있게 하는 활력소가 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작업을 할 때 누군가가 옆에서 음악을 연주하도록 했다고 한다.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로 유명한 모나리자를 그릴 때에도 현악기가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했다고 한다. 오늘날의 직장에서도 음악은 근로자들의 작업능률을 올리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음악은 인간의 신체적 기능을 촉진시킨다. 이것은 음악요법에서 중요시하는 기능으로, 음악이 듣는 사람의 신체작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음악이 없는 경우에 비해 음악을 틀어놓았을 때 신체를 움직이기가 쉬워진다는 것이다. 흔히들 모짜르트의 음악은 아기들의 정서면에서의 발육상황에 매우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아울러 음악에는 듣는 사람에게 신뢰감을 주는 기능도 있다. 배경음악이 깔려있는 공간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그렇지 않은 공간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보다 고객의 신뢰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끝으로 사람들은 필요에 따른 어떤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을 때도 음악을 사용하고 있다. 음악은 사람의 감정을 순화시켜준다. 또 자신의 감정을 대변해주기도 하며,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해 주기도 한다. 바흐의 음악은 경건함이, 모차르트는 경쾌함이, 베토벤은 장엄함이, 슈베르트는 감미로움이 특징이다. 그리고 우수에 젖어들고 싶을 때면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자신의 내면 속으로 침잠되고 싶을 땐 말러의 음악을 들어보자. 그런데 항상 클래식만 듣는다면 때로는 지루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면 흘러간 올드 팝(old pop)과 가요, 경음악과 영화음악들을 함께 즐기면 좋을 것이다.
음악의 인간성 순화기능과 관련된 사례들을 몇 가지 소개하겠다. 제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인 이날 독일군과 프랑스· 영국 연합군이 서로 대치하고 있던 전선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서로 총부리를 겨누던 군인들이 잠시 전쟁을 멈추고, 세계 전쟁 역사상 전무후무한 평화와 화해의 시간을 가진 것이다.
당시의 전쟁 상황은 그저 참혹할 따름이었다. 1m 이상 되는 참호 속에 물이 고이고, 군화에 물이 가득 찼다. 쥐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다. 당장이라도 참호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다. 그러나 참호 위로 머리를 내밀었다가는 여지없이 총탄 세례가 쏟아진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양측의 병사들은 왜 우리가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우리가 전쟁터에 이렇게 목숨을 버려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전쟁터의 병사들은 “그저 하루빨리 전쟁이 끝났으면, 이번 크리스마스 때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을 만날 수 있었으면...” 이런 소박하고 인간적인 생각을 할 뿐이다.
놀랍게도 이 참담한 전쟁 상황을 잠시라도 멈추게 한 것은 음악이었다. 먼저 독일군 참호 쪽에서 크리스마스캐롤이 울려 퍼졌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반대편 참호에 있던 영국군들은 스코틀랜드 전통악기인 백파이프 반주에 맞추어 ‘영원한 고향을 꿈꾸네’를 노래했다. 전쟁터에서 가장 그리운 것이 바로 고향일 것이다. 비록 적군이 부르는 노래였지만 상대편 병사들의 마음을 적셨던 것이다.
이렇게 노래를 주고받는 동안, 병사들은 오늘만큼은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눌 생각이 없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결국 독일군, 프랑스군, 영국군 지휘관이 모여 크리스마스이브 동안 전투를 중단할 것을 결정한다. 그 후 세 나라 군인들은 음식과 샴페인을 나누어 먹고,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서로 주소를 교환하고, 전쟁이 끝나면 한번 만나자고 약속도 한다.
이제 아름다운 음악은 무서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순화시켜 준다는 사례를 보여주는 영화 이야기를 하나 소개한다. ‘쇼생크 탈출’은 감옥에서 벌어지는 비리와 부조리를 고발한 사회성 짙은 영화이다. 영화의 압권은 주인공 앤디가 자유를 찾아 천신만고 끝에 감옥을 탈출하는 장면으로, 여기서 관객들은 짜릿하고 통쾌하며 가슴 후련해지는 감격을 맛본다. 그런데 이 장면 못지않게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다름 아닌 영화에 삽입된 음악이다. 모차르트의 아리아 ‘저녁바람 부드럽게’가 나오는 장면은 3분정도에 불과하지만 그 여운은 매우 오래 남는다.
어느 날 우연히 간수의 방에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 실린 음반을 발견한 주인공 앤디는 문을 걸어 잠그고 음반을 틀어 교도소 내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음악이 흘러나오도록 한다. 바로 ‘저녁 바람 부드럽게’라는 곡이다. 갑자기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자 죄수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노래를 듣는다.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아름다운 노래 소리에 죄수들은 마치 최면에 걸린 듯 그 자리에 멈춰 서 버린다. 이 시점에서 앤디가 감옥에서 만난 친구인 레드의 독백이 흘러나온다.
“나는 지금도 그때 두 이탈리아 여자들이 무엇을 노래했는지 모른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때로는 말하지 않는 것이 최선인 경우도 있는 법이다. 노래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래서 가슴이 아팠다. 이렇게 비천한 곳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높고 먼 곳으로부터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우리가 갇혀 있는 삭막한 새장의 담벼락을 무너뜨리는 것 같았다. 그 짧은 순간, 쇼생크감옥에 있는 우리 모두는 자유를 느꼈다.”
이와 같이 생각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자 교도소장은 당황한다. 그는 앤디가 잠가놓은 문을 부술듯 두드리면서 당장 음악을 끄라고 한다. 그러나 앤디는 오히려 스피커의 볼륨을 높인다. 교도소장은 왜 그렇게 음악에 민감하게 반응했을까? 아마도 죄수들이 음악의 아름다움을 통해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깨닫게 되고, 그 결과 그동안 간수들이 자행해 온 폭거에 항거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서 비롯된 것이리라 여겨진다.
음악을 통해 세계평화를 모색하려고 노력한 사례도 있다. 유태인 출신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1999년에 ‘서동시집 오케스트라(West-Eastern Divan)’를 만들면서, 이 오케스트라를 통해 이스라엘과 중동 지역 사람들이 서로 적대시하지 않고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고, 서로 음악에 대한 열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2005년 팔레스타인 지역인 라말라에서 공연을 강행했는데, 당시 이스라엘의 극렬 민족주의자들은 그가 조국을 배신하고 모독했다며 맹렬히 비난했다. 그러나 이런 동족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통해 종교적, 문화적, 인종적 편견을 극복하고,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바렌보임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그는 음악을 통해 정의롭지 못한 것,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르는 부당한 편견과 폭력에 과감하게 도전한다. 나아가 그는 유태인이면서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를 점령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한 시상식에서 “음악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말을 여러 차례나 강조했다. 기자들이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그렇지는 않다.”면서도 “음악이야말로 화해의 시작이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음악치료법(music therapy)이 확산되고 있다. 음악치료란 치료적인 목적, 즉 정신과 신체 건강을 복원 및 유지하며 향상시키기 위해 음악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즉 음악 치료사가 치료적인 환경 속에서 치료 대상자의 행동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음악을 단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음악치료의 목적은 장애나 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증상을 조금이라도 완화시키고, 그 사람들이 당하고 있는 고통이나 번민을 가능한 한 경감시켜 주는 것이다. 충분한 사회적 경험이나 훈련이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발병한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병세가 어느 정도 호전된 뒤에도 자립을 위한 생활기술이나 대인관계의 구체적인 기능을 체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생활기술을 체득시키는 것도 음악요법의 중요한 역할이 된다. 다시 말해 음악치료를 통해 불필요한 걱정이나 불안을 줄일 수 있고, 사회적응이 양호해지게 되어 재발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음악세계를 경제적 관점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세계 음반시장 규모는 2013년 기준 150억 달러였다. 다만, 이는 음반시장에 한정된 것으로, 공연산업인 콘서트시장까지를 포함시킨 전체 음악시장의 규모는 무려 400억 달러를 넘어서게 된다. 우리나라의 음반시장 규모는 2.11억 달러로 세계 시장의 1.4%를 차지하였다. 이는 세계시장에서 각각 1위와 2위인 미국의 20분의 1, 일본의 14분의 1 정도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를 포함한 세계음반시장에서 주목할 사항은 음원의 형태가 기존의 CD, LP 등 물리적 레코드에서 디지털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소비패턴도 기존의 다운로드가 아닌 스트리밍과 액세스 유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소유권에 대한 개념이 약해지고 있어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인 것은 막을 수 없다. 스트리밍(streaming)이란 인터넷에서 음성이나 영상, 애니메이션 등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기법을 뜻한다.
한편, 매년 전 세계 곳곳에서는 무수히 많은 콩쿠르가 펼쳐지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퀸 엘리자베스, 쇼팽,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를 세계 3대 콩쿠르라고 한다. 이 콩쿠르 대회가 가장 많이 열리는 부문은 역시 피아노이다. 중국에서만 약 5,000만 명이 전문적으로 피아노를 친다고 한다. 피아노 다음으로 많은 부문은 성악 부문이며, 바이올린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첼로, 플루트, 하프, 오르간 등의 악기들은 콩쿠르 수가 많지 않다.
이철환 하나금융연구소 초빙연구위원·단국대 경제과 겸임교수 ('아름다운 중년, 중년예찬'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