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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톡] 거장이 빚어낸 기다림과 용서 '5일의 마중'

기사입력 : 2014년10월06일 09:00

최종수정 : 2014년10월06일 00:17

영화 '5일의 마중'의 주연배우 공리 [사진=찬란]
[뉴스핌=김세혁 기자] 생각만큼 눈물샘을 쿡쿡 자극하진 않았다. 하지만 가슴을 내리누르는 묵직함은 여전했다. 흩어진 가족의 재회를 담은 영화 ‘5일의 마중’은 109분간 객석을 끌어안고 할퀴고 어루만졌다. 거장과 명배우가 빚어낸 영화의 잔상은 아무래도 오래 머물 듯하다.

감독 장이머우(66)가 돌아왔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에서 공개된 ‘5일의 마중’은 세계적인 감독 장이머우가 연출하고 그의 페르소나 공리(49), 천따오밍(진도명·59)이 출연했다. 공리와 장쯔이를 잇는 장이머우 사단의 신성 장후이원(장혜문·20)도 힘을 보탰다.   

작품의 배경은 마오쩌둥이 단행한 사회주의운동 ‘중국문화대혁명’이다. 1966년부터 10년간 계속된 격동의 시기, 반동으로 몰린 교수 루옌스(진도명)가 아내 펑완위(공리)를 만나기 위해 탈주하면서 애틋한 이야기의 막이 오른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내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루옌스(진도명) [사진=찬란]
도망친 루옌스는 집으로 돌아오지만 삼엄한 경계 탓에 아내를 만나지 못한다. 기차역에서 만나자는 쪽지만 남기고 사라진 루옌스. 하지만 간절한 소망은 딸 단단의 신고로 물거품이 되고, 부부는 다시 생이별한다. 산산조각이 난 가족. 혁명이 끝나고 루옌스가 돌아오지만 후유증이 만만찮다. 기억상실 탓에 매일 5일 기차역으로 남편 마중을 나가는 펑완위. 부친 탓에 꿈을 접고 원망만 남은 단단. 자신을 몰라보는 아내 앞에서 속이 타들어가는 루옌스. 10년 만에 마주한 가족은 그렇게 서로를 외면하고 외면당하며 절망한다.     

‘5일의 마중’은 역사적 사건으로 뿔뿔이 흩어진 가족의 이야기다. 장이머우 감독은 와해된 가족의 기다림과 화해에 집중했다. 특히 격동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드러내고자 애썼다. 스스로도 영화 속 시대를 살았던 감독은 가족의 애타는 기다림과 화해를 스크린에 녹여내고 객석의 공감을 기다린다.

역사의 소용돌이와 그 시대 사람들을 들여다본 장이머우 감독의 의도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완성됐다. 특히 공리는 압권이다. 절제와 폭발, 다시 절제로 이어지는 변화무쌍한 감정연기가 그저 놀랍다. 극 초반, 탈주한 루옌스를 문 밖에 세워둔 채 눈물만 뚝뚝 떨구는 그는 객석을 소리 없이, 하지만 세차게 뒤흔든다. 기차역에서 루옌스와 생이별하며 꾹꾹 눌렀던 감정을 터뜨리는 신도 인상적이다.

공리와 호흡을 맞춘 진도명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 죄책감, 그리고 현실에 대한 절망을 깊은 연기로 담아냈다. 그는 시황제가 유독 어울리는 카리스마의 소유자지만, ‘5일의 마중’처럼 담담한 연기에도 능하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5일의 마중'으로 장이머우 사단에 합류한 장후이원 [사진=찬란]
‘5일의 마중’의 수확이라면 장후이원의 발견이 아닐까 한다. ‘5일의 마중’으로 연기를 시작한 행운아 장후이원은 루옌스와 펑완위의 이별과 재회를 매개하는 딸 단단을 대선배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연기했다. 짧은 시간 치고 제법 괜찮은 발레실력은 뽐낸 근성도 칭찬할 만하다. 보는 이의 시선을 흔드는 묘한 매력에 탄탄한 연기력도 갖춘 장후이원은 머우뉘랑(장이머우가 발굴한 여배우)의 계보를 이을 당당한 예비스타로 손꼽힌다. 8일 개봉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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