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전으로 수익성 개선 vs 채산성 이미 감소 중
[뉴스핌=김동호 기자] 미국의 셰일혁명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셰일 탐사 및 개발업체들의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셰일혁명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최근 채산성이 높은 유정들이 고갈되며 셰일붐이 꺼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보제공업체인 팩트셋 자료를 인용해 북미지역 상위 25개 셰일 탐사 및 개발업체들이 사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오는 2015년엔 자본지출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의 셰일 생산은 수압파쇄·수평시추 등 급격한 기술 발전에 힘입어 지난 10년간 급증해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대출이나 주식발행·자산매각 등 외부자금 수혈에 의존하며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그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심을 받아왔다.
팩트셋은 이들 25개 기업의 내년 영업이익이 자본지출을 24억달러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2년만 해도 자본지출이 영업이익보다 322억달러나 많았고 지난해에는 88억달러에 이르렀다.
천연가스 가격 상승과 채산성 높은 유전 개발로 셰일 업체들의 재무건전성이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는 덕분이다.
지난해에는 25개 업체 가운데 단 2곳만이 영업이익으로 자본비용을 충당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10개로 늘었다.
컨설팅업체인 우드매킨지의 파니 가데 애널리스트는 "미 셰일 업체들이 앞으로 3년 내 에너지 시추 비용을 사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셰일붐 지속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설명했다.
업체들의 이러한 수익성 개선은 최첨단 공법의 잇단 등장으로 인해 시추 비용이 낮아지고 과거에 포기했던 유정 개발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코노코의 경우 혼합물을 넣어 셰일 지층의 틈새가 유지되는 기술인 프로판트 공법으로 생산량을 30% 늘렸다. 올 4월 이 회사는 신공업 개발에 힘입어 텍사스주 이글포드 지역의 생산 가능량을 기존의 18억배럴에서 25억배럴로 40%나 늘렸다.
또 다른 셰일 업체인 컨티넨털리소스의 경우 노스다코다주 배켄 지역의 시추공을 벌집 모양으로 배열하는 기술을 개발하며 생산비를 대폭 낮췄다.
엑손모빌과 셰브런의 배켄 지역 시추비용도 25%나 줄어든 반면 첫해 생산량은 60% 가까이 늘었다.
FT는 "셰일혁명은 다루기 힘든 자원과 이를 채굴하려는 에너지 산업 간의 끝없는 전투"라며 "아직은 인간의 창조력이 승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의 셰일혁명이 거대한 거품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환경오염 우려와 지역사회의 갈등 등은 둘째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셰일 유정이 전통적인 유정과 달리 해마다 생산량이 급감하는데다 채산성 높은 '스위트 스폿' 유정은 이미 대부분 개발됐다는 것이다.
글로벌지속가능연구소 설립자인 데이비드 휴즈는 "사우디아라비아 가와르 유전의 생산량은 매년 5%씩 줄지만 배켄 지역은 45%씩 감소한다"며 "미 셰일 생산은 앞으로 2년 내 줄기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 셰일 유전의 생산량도 급감할 것이라는 경고 또한 커지고 있다. 에너지 컨설턴트 업체 리스타드는 현재 배럴당 102달러인 유가가 100달러 수준으로만 떨어져도 이글포드와 배켄 유정의 10%가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미 셰일 업체들이 파국을 늦추기 위해 신규 투자가들을 끌어들이는 폰지 사기를 저지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에너지 분석가인 빌 파워스는 "코디악오일앤드가스가 최근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노스다코다 유전을 경쟁업체인 파이팅페트롤리엄에 매각했다"며 "대형 업체들과 달리 중소형 기업들은 여전히 재무압박에 시달리고 있으며 셰일 생산도 조만간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셰일혁명의 경제에 기여하는 효과가 아직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저널(WSJ)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수출촉진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상반기 상품수지 적자는 3,716억달러로 전년동기의 3,546억달러보다 악화됐다.
셰일혁명으로 미 에너지 가격은 떨어졌지만 중국의 공격적인 수출정책이나 숙련 기술자의 높은 임금 때문에 전반적인 제조업 경쟁력은 저하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셰일혁명 등의 여파로 철과 강철 수입이 올 상반기 37.5%나 급증해 무역적자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