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 리스크 수면 부상, 신용시장 밸류 논란 고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포르투갈 국채시장과 유럽 증시의 급락이 진정되면서 포르투갈 사태에 따른 파장이 일단락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투자가들은 경계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유럽과 이머징마켓으로 일파만파 확산되는 이른바 위기 전염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값싼 유동성에 안주하고 있던 신용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지적이다.
◊ ‘유럽판 리먼’ 상황 아니다
포르투갈 에스피리토 산토 은행의 단기 채무금 상환 지연 사태는 유럽중앙은행(ECB)을 필두로 정책자들의 부양책이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데서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또 주변국 국채시장 랠리에 잠재 리스크가 가려져 있었다는 점이 분명하게 확인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투자가들은 이번 사태가 이른바 ‘유럽판 리먼’ 상황으로 볼 수는 없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유로존의 부채위기 이후 은행권이 부채축소에 나선 데다 ECB가 자금줄을 공급하고 있는 만큼 금융시스템 전반에 걸친 신용 경색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스탠다드 은행의 데메트리오스 에프르타디우 유럽 및 이머징마켓 전략 헤드는 “에스프리토 산토 은행 사태가 유럽과 이머징마켓 전반의 채권시장을 강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튼 반체의 에릭 스타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번 상황은 포르투갈에 국한된 것이며, 유로존 전반의 위기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유로존 회사채 시장은 상승 추세를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신용시장 밸류 전면 재점검 필요
일단 금융시스템의 구조적 위기에 대한 우려가 진정됐지만 에스피리토 산토 은행의 사태를 계기로 신용시장 밸류에이션에 대한 재고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중앙은행의 값싼 유동성 공급에 대한 기대만으로 돈잔치를 지속했다가는 고통스러운 순간을 다시 맞을 수 있다는 경고다.
MFS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에릭 와이즈만 글로벌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유로존을 포함한 글로벌 채권시장이 지극히 고평가된 상태”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스페인과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부채위기 국가의 국채 비중을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케임 캐피탈의 그레이엄 닐슨 최고투자책임자 역시 “포르투갈 은행 사태는 언제든 상황이 악화될 수 있고, 어디에서든 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셈”이라며 “잠재 리스크를 감안해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칼버트 인베스트먼트의 매튜 듀크 펀드매니저도 “언제든 변동성이 극심하게 낮을 때는 그만큼 커다란 리스크가 숨겨져 있게 마련”이라며 “변동성이 낮은 것은 리스크가 작기 떄문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이를 충분히 인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증시 상승 반전에도 신용시장 경계감 여전
전날 급락했던 유럽 주요 증시는 11일(현지시각) 하루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신용시장의 경계감은 여전한 모습이다.
유럽 지역의 25개 은행의 투자 리스크를 반영하는 마르키트 아이트랙스 유럽 선순위 파이낸셜 인덱스는 72bp까지 올랐고, 미국 6개 대형은행과 연계된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도 68.1bp로 10bp 가량 뛰었다.
채권시장의 리스크 경계감을 반영하는 미국 2년물 채권 금리스왑 스프레드가 17.1bp까지 올라 지난 4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한편 올들어 글로벌 회사채 발행 규모는 2조400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조900억달러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또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글로벌 하이일드 인덱스가 집계하는 회사채 규모가 2조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1997년 지수가 도입된 이후 1조달러에 이르기까지 12년이 걸린 점을 감안할 때 회사채 시장이 폭발적으로 외형을 확대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