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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이 시대 먹먹한 아버지들에게 올리는 한판 굿

기사입력 : 2013년09월09일 22:16

최종수정 : 2013년09월09일 22:16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이호성, 손숙, 신구, 서은경, 정승길(왼쪽부터) [사진=강소연 기자]
[뉴스핌=장윤원 기자] 신구(77)·손숙(69) 주연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가 10일 개막한다.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흰물결아트센터 화이트홀에서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프레스 리허설이 열렸다. 개막을 하루 앞두고 진행된 이날 프레스 리허설에는 배우 신구, 손숙, 이호성, 정승길, 서은경을 비롯해 연출의 김철리 단장과 김광탁 작가, 신시컴퍼니 박명성 예술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간암 말기의 아버지와 그를 지켜보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신구는 젊은 시절에는 악착같이 가족을 부양했으나, 78세에 간암말기 판정을 받고 간성혼수 증세마저 보이며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아버지를 연기한다. 손숙은 그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어머니 역을 맡는다. 
 
드라마틱한 사건위주 전개가 아닌 만큼 자극적인 부분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죽음과 가까워지는 아버지와 그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일상을 세밀하고도 덤덤하게 묘사해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또, 죽어가는 남편과 그의 곁을 지키는 아내, 떠나는 아버지와 남겨진 아들의 상태가 사실적으로 묘사돼 관객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사한다. 
 
이날 배우들의 전막 시연에 이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의 연출을 맡은 김철리 서울시극단 단장은 극본에 충실하게 연출했음을 밝히며 “작가가 의도한 대로 ‘어떻게 하면 살 냄새가 날 것인가’를 연출의 기본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분 선생님(신구·손숙) 덕분에 살 냄새 나는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젊은 배우가 머리에 흰 칠하고 무대에 섰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신구·손숙의 부부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간암 말기의 아버지와 그를 지켜보는 한 가족을 그린 이 작품은 김광탁 작가가 직접 경험한 내용을 담은 자전적 이야기다. 김광탁 작가는 “거창한 이야기나 거대한 담론을 쓸 생각은 아니었고 철학•학식•지견을 바탕으로 작품을 쓰자는 생각도 없었다. 소박한 생각으로 펜을 잡았다”며 “저희 아버지가 생전 간성혼수 상태에서 ‘굿을 해달라’고 말씀하셨다. 우리 시대의 많은 아버지들이 제 아버지 같은 인생을 사시지 않았나. 제 아버지 같은 모든 분들에게 위로의 굿을 올리고 싶다. 이 작품이 그 ‘위로의 굿’이 됐으면 한다”고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드러냈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신구·손숙 [강소연 기자]
한편 배우 손숙은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에 대해 “무척 섬세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사실 처음에는 작품에 대한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 극본을 읽고 배우들 모두가 많이 울었다”며 “문학적으로도 아쉬움이 없다. 김 작가가 아버님을 잃은지 얼마 안됐을 때 써서 그런지 가슴에 와닿는 부분도 많았다. 슬프고 먹먹한 감정을 눌러가면서 연기를 하려고 한다”고 작품에 대한 생각 등을 설명했다. 
 
신구와 손숙 외에도 이호성, 정승길, 서은경이 무대에 오른다. 이호성은 옆집에 살며 잔일을 도맡아 해주는 정씨 아저씨로, 정승길과 서은경은 각각 둘째 아들과 둘째 며느리로 분할 예정이다. 
 
제 6회 차범석 희곡상 수상작인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10일부터 10월6일까지 서초동 흰물결아트센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장윤원 기자 (yunw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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