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1.5조원 회수 어려워..4조원대 소송전도 불가피
[뉴스핌=이동훈 기자]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인 30조원대의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7년 만에 1조5600억원의 손실을 남긴 채 백지화 절차를 밟게 됐다.
투자자 간 사업방식 마찰, 투자금 고갈, 사업성 저하 등을 이유로 7년여를 끌었던 초대형 사업이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용산개발의 최대주주인 코레일은 5일 오후 토지대금으로 받았던 자산유동화증권(ABS) 1조197억원을 금융회사에 상환하고 소유권이전등기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코레일 한 관계자는 “토지대금 상환에 필요한 자금은 확보한 상태로 당일 12시쯤 납부할 계획”이라며 “소유권이전은 관련 서류가 방대해 10~15일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용산역세권 조감도 |
코레일이 토지 소유권이전 등기를 마치면 사업시행자의 토지 보유비율이 50%대로 떨어진다. 용산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소유 토지면적인 3분의 2를 충족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곧 최종 사업무산을 뜻한다.
가장 큰 피해는 투자자들의 몫이다. 1조원 출자금은 대부분 금융이자로 사라졌고 1500억원 규모로 발행한 CB(전환사채)도 운영비 등으로 이미 고갈됐다.
가장 큰 피해자는 코레일. 코레일은 이 사업에 직접 투자금으로 총 7045억원을 투입했다. 개발 시행사인 드림허브(PFV) 출자금 2500억원, 자산관리사(AMC) 출자금 9억원, 1차 CB 375억원, 랜드마크빌딩 1차 계약금 4161억원 등이다.
이번 사업을 위해 조성된 투자금은 모두 소진돼 코레일이 손실 부분을 회수할 길은 사실상 제한적이다. 지난 3월 비상 경영체제 돌입을 선언한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도 타격이 컸다. PFV 출자금과 1차 CB발행에 각각 1510억원, 226억원을 쏟아 부었지만 사업이 무산되자 법정관리 절차를 밟는 쓴맛을 맛봤다.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이 동화면세점 지분을 팔아 법정관리를 5개월만에 조기 졸업했으나 회사 정상화까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시공권을 바라보로 뛰어들었던 민간 건설사들도 피해가 적지 않다. 삼성물산은 출자금 649억원, 1차 CB 784억원 등 총 1424억원을 날릴 위기다.
또한 GS건설(200억원), 현대산업개발(200억원), 금호산업(200억원), 포스코건설(120억원), 롯데건설(120억원), SK건설(120억원), 한양(100억원), 태영건설(60억원), 두산건설(40억원) 등 17개 건설사도 손해가 불가피하다.
민간투자자 한 관계자는 “투자금의 실질적인 손실 뿐 아니라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피해 규모가 더 커진다”며 “향후 투자자 간 사업 무산의 귀책사유를 묻는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이 정리되면 최소 4조원대 소송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간 주주 29개사는 최초 납입자본금 7500억원에 법정이자 6%를 적용한 9622억원과 1차 CB발행 납입금 1125억원 등 총 1조747억원을 코레일에 청구할 예정이다.
또한 개발이익금 2조7000억원 중 코레일을 제외한 민간출자사 지분 2조400억원에 대해 기회손실 보상을 요구할 예정이어서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총 3조원을 뛰어 넘는다.
게다가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구역에 포함된 서부이촌동 주민 2300여가구도 집단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6년간 재산권 행사를 못한 주민들이 가구당 3억원씩 손해배상을 청구해도 총 7000억원에 달한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