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건설협회, 3대 부문 정책 개선 요청
[뉴스핌=이강혁 기자] 재계가 장기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설업 살리기에 팔을 걷었다.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성장기반, 제도개선, 유동성 지원 등 3대 부문 10개의 대정부 정책 개선과제를 건의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와 대한건설협회는 국내 건설업의 심각한 위기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보고 지난 2일 공동으로 '3대 부문 10대 정책 개선과제'를 정부에 요청했다고 4일 밝혔다.
실제 건설업의 불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년도 건설수주액은 101조5000억원으로 2005년 이후 7년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39조2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8.6%나 급감했다.
건설수주액이 급감하면서, 건설사들의 수익성도 동시에 크게 악화되고 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기 어려운 건설사 비중이 2008년 27.6%에서 2012년 61.6%로 불과 4년만에 두 배 이상 급증했다.
1억원 이상 공사를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한 업체 수는 올해 5월 기준으로 전체 종합건설업체의 42.0%나 된다.
특히 올해 3월말 현재 100대 건설사중 68개 상장사의 PF지급보증 잔액이 35조6000억원이고, 내년 상반기 회사채 만기도래액도 4조원에 달해 심각한 유동성 압박에 직면한 상황이다.
◆SOC 투자 확대, 부동산 세제 개선 건의
전경련은 우선 SOC 투자 확대, 부동산 세제 개선을 통해 국내 건설업의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고 내다봤다.
전경련은 복지지출 증가 등으로 SOC 투자 예산조달이 쉽지 않다고 보고 현재 민간투자법상 도로·학교 등 열거주의로 제시된 민간투자대상을 포괄주의 방식으로 변경하고, 사업 운영비용 보전 등 민간과 정부의 합리적 위험 분담방안을 강구할 것을 건의했다.
부동산 세제 개편을 통한 주택시장 정상화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거래세(취득세․양도세)는 외국 대비 높은 편으로 이로 인한 시장침체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한 재산세 외에 이중과세 부담이 있는 종합부동산세,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인 재건축 부담금 등은 위헌소지가 있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전경련은 이 같은 문제 해소를 위해 소득세법의 조속한 개정을 통해 양도세 중과세를 폐지하고, 취득세 영구인하, 재산세와 종부세의 일원화, 재건축 부담금 폐지 등 부동산 세제의 전면 개선을 건의했다.
◆공공발주 기관의 공사비 부당 삭감 방지책 마련
건설업계는 국내 건설업의 불합리한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공공 발주기관의 공사비 부당삭감 방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현행 기준금액의 94~100% 사이에서 설정되고 있는 일부 공공 발주기관의 복수예비가격 산정범위 기준을 조달청과 같이 기준금액의 98~102%로 개선할 것을 건의했다.
또한 공사계약 이후 공사비 부당삭감에 대한 이의제기제도 세부절차 마련과 공공 발주기관의 복수예비가격제도 운영 실태에 대한 행정 지도 및 감독 강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또,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하도급대금지급시스템 '대금e바로'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올해부터 서울시는 신규 및 장기계속공사 현장에서 본 시스템을 통한 대금 수령·지급을 강제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법률상 근거없는 방침으로 원도급자의 선금·기성금·준공금 인출이 제한돼 기업들의 자금경색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전경련은 지적이다.
이에 법률상 근거 마련 전까지는 이 시스템 사용의 강요를 자제하고, 제도 시행시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사전에 개선한 후 점진적으로 시행할 것을 건의했다.
아울러 공공발주기관의 공사낙찰기업 선정 기준인 예정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실적공사비가 시장가격을 반영하지 못함에 따라 저가하도급이 초래될 수 있는 만큼 실적공사비 제도의 폐지 또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또한 건설하도급을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적용범위에서 제외시키고, 건설산업기본법으로 일원화시킬 것을 건의했다. 현행 건설하도급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건설산업기본법에서 각각 규제를 받고 있어 건설업체의 경영상 혼선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전경련은 산간․오지지역 SOC 건설현장의 정상적인 인력수급을 위한 ‘건설업종 외국인력 도입쿼터’를 현재 1600명 수준에서 5000명 이상으로 확대 배정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PF 구조조정 지원, CP 발행심사 완화
전경련은 건설업계의 심각한 유동성 압박을 완화해 줄 수 있는 방안도 촉구했다. 특히 부실 PF 사업정리 등 PF 구조조정 지원 방안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건의했다.
또한 법인세법상 손금불산입에 따른 이중손실이 발생하고 있는만큼 건설사의 PF대출 대위변제시 손금산입이 인정되도록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기업어음(CP)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화에 따른 과도한 심사를 완화해 줄 것도 건의했다.
CP 발행시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화 및 심사기준 강화로 인해 초우량기업을 제외하고는 CP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제출 면제 조건인 만기 3개월 미만의 전자단기사채로 자금을 겨우 조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경련은 이러한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해, CP발행시 증권신고 의무화 등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 건설업계의 자금난을 해소해줄 것을 요청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