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순환출자 규제 놓고 또 이견
새누리당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박근혜 후보.[사진: 뉴시스] |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기업의 순환출자 문제와 관련 "기존 순환 출자에 대한 부분은 대기업 자율에 맡기고, 앞으로는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순환 출자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대규모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그 비용을 오히려 투자쪽으로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김종인 위원장의 경제민주화 공약 초안과는 크게 배치되는 내용이다.
박 후보의 발언이 전해지자 김 위원장은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은 비용과는 관계가 없다"면서 "박 후보가 의결권 제한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박 후보의 재벌정책관련 발언에 즉각적으로 반발한 자체도 새누리당안팎에서는 다소 충격으로 받아들인다.
박 후보는 지난 4일 김 위원장의 경제민주화 공약중 '대기업집단법' 등 일부 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것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번주 초에 발표 예정이었던 경제민주화 공약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것도 '다소 과격한' 김 위원장의 안을 박 후보가 직접 완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박 후보가 최근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민주화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성장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후보는 최근 부쩍 경제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추진하는 이른바 '투 트랙(Two Track)'론을 언급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 등 성장론자들의 경제민주화 반대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박 후보는 지난 8일 서울외신기자클럽 회견에서도 "저는 경제민주화도 중요하고 동시에 경제성장도 중요하다고 본다"면서 "이 두 가지는 상충되거나 선후가 있는 것이 아니라 따로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경제민주화를 통해서 새로운 경제운영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고, 경제 활성화라든가 성장동력, 잠재력 높여서 투트랙(Two Track)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박 후보와 김 위원장간 이 같은 '불협화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다 대선을 한달 여 앞두고 두 사람이 결국 갈라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문재인캠프 허영일 부대변인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마음고생이 많으실 것 같다"면서 "정체성이 맞지 않지만 오직 하나 '경제민주화'에 대한 신심으로 '적과의 동침'을 감수했는데, 역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고 비꼬았다.
김 위원장은 당내에서 이한구 원내대표 등과 경제민주화 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당무를 거부하기도 했었다.
헌법내 경제민주화 조항을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김 위원장이 자신의 생각과는 적지않은 괴리가 있는 이번 박 후보의 순환출자등 재벌 관련 정책이 공식적으로 확인됨에 따라 어떤 길을 걸을 지 정가는 주목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