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적으로 박근혜 vs 문재인·안철수 구도
[뉴스핌=노희준·김지나·함지현 기자] 대선을 60여일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북방한계선) 포기' 발언 논란과 정수장학회 지분 처분 문제가 정치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수장학회 문제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와 관련이 깊다. 향후 대선정국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두 가지 쟁점에 대한 각 후보측의 입장은 어떨까?
왼쪽부터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
새누리당은 NLL 발언 논란을 놓고 민주통합당에 국정조사 수용을 요구하며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입장 표명을 압박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안보이슈를 선점하고 문 후보를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다.
문 후보는 '비밀대화·대화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는 16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책임질 경우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은 비밀대화는 없었다며 대화록 공개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NLL 국정조사 수용과 '대화록 공개'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여야 간 공방도 확산되고 있다. 정수장학회가 MBC, 부산일보 등 언론사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은 "유신체제에서 강탈한 사유재산을 불법적으로 행사한 만큼 정상적인 사회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회에 환원을 하던지, 유족에게 돌려주던지 하라"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는 나와 관련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논란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논란은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문 후보는 양자 간에 '비밀회담·대화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문 후보는 지난 12일 "만약 정문헌 의원 발언 내용이 사실이라면 제가 책임지겠다"면서 "사실이 아니라면 정 의원, 박 후보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역공도 폈다.
그는 지난 15일에도 "10·4공동선언을 낳은 정상회담은 배석자들이 있었고 그 대화록은 풀 워딩으로 작성돼 직접 확인했다"면서 "배석자 없는 두 사람만의 회담이나 회동은 없었다. 녹취록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무소속 안 후보 측도 민주당 문 후보 측 입장과 비슷하다. 안 후보 측 박선숙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은 지난 12일 "(정상회담에는) 공식 대화, 비공식 대화가 있고 비밀대화라는 것은 없다"면서 "그런 것과 다른 무엇인가 있는 것처럼 얘기되는 상황은 적절치 않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박 후보측은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에 대해 국정조사를 거듭 촉구하며 민주당을 맹공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중반대책회의에서 "시간이 갈수록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민주당과 문 후보의 영토주권 인식은 이번 대선에서 매우 중요한 검증 요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은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 한 의원은 "국민적 의혹이 있고 NLL은 영토 수호선이라서 포기한다는 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대화록 공개를 통해 실체 여부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 후보측은 정 의원의 '가짜 대화록'과 입수 경위 공개, 정 의원의 주장이 허위사실일 경우 박 후보의 책임 등이 전제돼야 대화록 공개에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안 후보측 박 본부장은 기자와 만나 "정상회담에는 합의된 것만 공개하는 거다. 정상회담 비공개대화록을 상대승인없이 공개하면 앞으로는 대화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면서 "어떤 정상회담 비공개 대화록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면 앞으로 개회하게 될 정상회담에도 국가적 신뢰도를 망칠 수 있다"고 말해, '대화록 공개'에 부정적인 입장을 시사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둘러싼 입장차에도 불구하고 NLL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은 세 후보가 모두 같다.
이철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NLL은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생명선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문 후보도 "NLL은 남북 간 합의된 불가침 해상경계선이라는 것을 단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했다. 안 후보측 유민영 대변인도 기자와 만나 "실질적인 해상 경계선 역할을 하고 있고 NLL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이슈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문제를 두고도 2대1의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문 후보측과 안 후보측은 정수장학회는 '강탈 재산'으로 지분 매각은 불법이며 박 후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박 후보는 자신과 관계없는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문 후보측 진성준 대변인은 이날 "정수장학회는 5.16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지태 회장을 강압해서 강탈한 부일장학회가 그 전신"이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측 박 본부장도 지난 15일 "정수장학회는 5·16 쿠데타 이후 김지태 씨로부터 강압에 의해 헌납받은 것으로 과거사에 대한 진실위원회에서 이미 확인한 사실"이라고 규정했다.
양측은 정수장학회와 박 후보와가 연계돼 있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측 진 대변인은 "이제 와서 박 후보가 아무 관계가 없다니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안 후보측 박 본부장도 "과거 자신의 비서였던 최필립 씨를 이사장으로 임명하고 그 자리를 유지케 한 데는 박 후보가 무관하다고 얘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한 해법에서도 양측은 크게 다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측은 "정상적인 사회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사회에 환원하거나 유족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측은 박 본부장은 박 후보를 겨냥 "결자해지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박 후보의 결단을 촉구한 발언으로 이해된다.
반면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문제는 저도 관계가 없다. 저나 야당이 이래라 저래라 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수장학회 문제 해결을 위해선 최필립 이사장의 자진 해결이 바람직하다는 분위기다.
한 친박계 의원도 "법적으로 아무리 권한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처분해라 마라 요구할 수 없는 것 아니겠나. 요구하는 것 자체가 또다른 의심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장학회 스스로 원래 설립 취지에 맞도록 의구심을 푸는 노력을 해주기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최필립 이사장 퇴진 등을 박 후보가 적극 요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얼마 전까지 과거사 발언 문제가 지지율 하락으로 작용한 것처럼 정수장학회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 "당 차원에서 간접적 방법을 통해 이사진 퇴진 결단을 내려주길 바라고, 그렇게 해도 안되면 박 후보가 나서야 한다"며 "(박 후보가) 우회적 표현보다는 강하게, 실제로 최필립 이사장 함자를 거론하면서 물러나줬으면 좋겠다고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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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