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차별화' VS '물타기' 고민하다 남은 건 '피해자론'
[뉴스핌=노희준 기자] 4·11 총선 정국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광범위한 민간인 불법사찰 문건 폭로로 요동치는 가운데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밝힌 '나도 피해자'론이 묘한 정치적 파장을 낳고 있다.
1일 부산 사상을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 지원유세에 나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사진제공: 새누리당] |
민주통합당 등 야권은 이를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 등으로 규정하고 '대통령 하야'(박영선 의원)발언까지 쏟아내면서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MB와의 차별화를 시도할 것이 예상되는 박근혜 위원장의 행보를 염두에 둔 듯 '이명박근혜 정권' 공동 책임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에 대해 31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직접 주재하면서 "우리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서 쇄신과 개혁을 해나가는 것도 이런 잘못된, 더러운 정치와 단절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권과 선을 긋고 차별화에 나섰다.
총선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민주주의의 근본을 부정하는 메가톤급 사안인 민간인 사찰 문건이 드러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시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박 위원장이 'MB정권 거리두기' 입장은 하루 만에 '나도 피해자'라는 논지로 바뀌었다. 청와대가 31일 오후 '민주통합당과 KBS노조가 폭로한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사례 2600건의 80% 이상이 노무현 정부 시절에 이뤄졌다'고 발표한 게 신속한 입장전환의 계기로 작용했다.
박 위원장은 1일 경남 김해시 동상동 김해전통시장 광장에서 김태호 후보(김해을)를 지원하면서 "저는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지만, 이번에 공개된 문건의 80%를 지난 정권에서 만들어졌다고 밝혀졌으니,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불법사찰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이번에 명백히 밝혀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청와대의 발표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으로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보다는 '물타기' 용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 박 위원장, 'MB 차별화'에서 '전·현 정권 물타기'로 전환하나?
즉 불법사찰 문건 폭로 국면에서 박 비대위원장의 총선 전략이 'MB차별화'에서 'MB를 껴앉은 물타기'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목되는 것은 '불법 사찰 문건' 폭로 이후 박 비대위원장이 "저 역시 지난 정권과 현 정권에서 사찰을 받았다는 언론보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는 발언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차별화'와 '물타기'란 전술변환 과정에서 남은 것은 '피해자론'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문제는 '불법사찰 문건' 폭로에 대해 청와대가 '전 정권 자료가 80%'라는 물타기 전략으로 맞불을 놓고 이에 민주당이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총선 전선이 '전·현 정권 간의 대결' 구도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박 위원장은 과거(노무현 정권) 정권에 대비돼 '현 정권(이명박 정권)'이라는 프레임에 갇힐 수밖에 없어 스스로 MB를 껴앉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민주당 공천 잡음과 색깔론 등으로 억눌렀던 '정권 심판론'을 박 위원장 스스로 다시 끄집어내게 된다는 지적이다. 박 위원장이 남은 10일의 선거운동 기간 중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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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