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연춘 기자] # 현대제철은 국제신용평가사(신평사) 무디스로부터 지난해 11월 2개의 신용등급을 받았다.
현대제철만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평가한 독자신용등급은 'Ba2'. 투자 부적격이다. 하지만 유사시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 즉 모회사 현대차그룹의 지원가능성 등을 반영한 등급은 'Baa3'를 받았다. 이는 투자 적격등급이다.
◆ "신뢰도 높이려면 독자신용등급 도입해야"
현재 국내 신평사들은 그룹의 지원 가능성을 반영한 등급 하나만을 발표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가 최근 모회사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독자신용등급(Stans-alone rating) 발표를 추진하고 있다. 독자신용등급은 투자자들에게 모회사나 다른 계열사, 정부의 지원가능성을 배제한 독자적 생존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평가 기준이다.
신평사에 의해 투자적격으로 분류됐던 기업들이 잇따라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독자적인 생존 능력을 평가하는 등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신용평가시장 선진화방안 세미나에서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기업 신용도를 보여주기 위해 독자신용등급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글로벌 신평사들이 모회사와 정부지원을 전제로 한 신용평가 결과와 독자신용등급을 발표하는 것과 달리 국내 신평사들은 이를 매기지 않는 관행을 고치겠다는 의도다.
이후 독자신용등급제는 신용평가시장은 물론 자본시장내에 빅 이슈로 떠올랐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3일 "개별회사 신용등급과 동일한 등급을 사용하면 개별 채권의 신용등급과의 혼동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 등급과 차별화된 개별회사 상환능력 등급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용평가사의 신뢰성과 공정성 제고를 위해 국내 신용평가시장의 선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국내 신평사들은 LIG건설이 법정관리 신청 직전 발행한 기업어음(CP)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인 'A3-'로 평가했다. 하지만 LIG건설은 곧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투자자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떠 안아야 했다. 신평사들이 LIG그룹의 지원가능성을 믿고 개별 기업상황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다.
또한 대한해운, 부산저축은행 등 기업의 경영부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신평사의 평가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부분 선진국에서 독자신용등급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독자신용등급이 도입되면 투자자들은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기업의 재무상태를 평가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증권사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독자신용등급이 도입되면 이 같은 투자자 위험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신평사 "10여년전 해봤지만 실효성 없어"
반면 당사자인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평사들은 사뭇 다른 입장을 고수했다.
신용평가사 고위 관계자는 "독자신용등급을 도입하면 복수의 등급이 존재하므로 투자자 혼란을 줄 수 있다"며 "기업체질과 정체성을 구분해 평가해면 투자자에 혼란을 줄 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도 "10여 년 전 그룹사들의 계열사 부당지원 논란이 불거진 당시 독자신용등급을 공개했지만 실효성이 없었다"면서 "제도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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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연춘 기자 (ly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