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원주시청 공무원이 미기표 용지 7매를 투입했다
- 투표수 증감죄가 고의 조작과 단순 실수를 같은 징역형으로 처벌한다
- 현장 공무원 의존과 과잉처벌 논란에 입법·행정 보완 요구가 커졌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벌금형 선택지 봉쇄' 작량감경해도 집행유예…공무원 당연퇴직으로 직결
선거 결과 영향 없어도 중형…벌금형 있는 '매수죄·허위사실공표죄'와 불균형
지난 6·3 지방선거 투표관리 업무 중 발생한 원주시청 공무원의 '미기표 투표용지 투입' 사건을 계기로 30여 년간 실질적 재검토 없이 굳어진 공직선거법상 '투표수 증감죄'의 법정형 체계와 현장 지원 시스템의 한계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개별 사건의 유무죄를 떠나 시대 변화를 담아내지 못한 선거법의 구조적 모순과 입법·행정적 보완 과제를 2회에 걸쳐 짚었다.
[원주=뉴스핌] 이형섭 기자 =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투표관리관을 맡았던 원주시청 공무원이 기표되지 않은 잔여 투표용지 7매를 투표함에 넣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을 계기로 '투표수 증감죄'의 법정형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공직선거법 제249조 제2항은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직원이나 투표사무원 등 선거사무 관계 공무원이 투표를 위조하거나 그 수를 증감할 경우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인 처벌 규정(제1항, 1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보다 가중처벌하면서 벌금형 선택지는 아예 두지 않았다.

이 조항은 1994년 3월 16일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통합선거법) 제정 당시 도입된 이래 기본 골격이 그대로 유지돼 왔다. 연혁을 거슬러 올라가면 1960년 3·15 부정선거 직후 제정된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과 1963년 구 대통령선거법 제147조 등에 뿌리를 둔다.
선거관리자가 지위를 이용해 당락을 노리고 조직적·계획적으로 개표 결과를 조작하는 관권 부정선거를 살인죄에 준하는 중범죄로 다스리겠다는 역사적 반성에서 출발한 규정이다.
29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투표수 증감죄'가 '조직적 선거 결과 왜곡'과 당락과는 무관한 선거 현장의 사무처리상 오인이나 돌발 상황에서 비롯된 절차 위반까지 동일한 법정형 하한(징역 3년)에 묶여 있어 구조적 모순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주 미기표 투표용지 투입 사건'의 피고인 측 변호를 맡은 이재구 변호사(법무법인)는 "2014년 1월 법 개정 당시 가중처벌 대상에 '사전투표사무원'이라는 명칭을 추가했을 뿐 선거사무 관계자 가중규정의 형량 구조나 벌금형 부재 문제는 단 한 차례도 실질적으로 재검토되지 않았다"며 "적용 사례 자체가 극히 드물어 입법의 문제점이 드러날 기회가 없었던 것"이라고 짚었다.
이 변호사는 현행 조항이 헌법상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과 '형벌체계상 균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헌법재판소는 벌금형 없이 높은 하한의 징역형만을 규정해 구체적 행위 태양의 다양성을 양형에 반영할 수 없게 한 법률에 대해 거듭 위헌 결정을 내려왔다(2021헌가9, 90헌바24 등). 현행 조항 아래서는 법관이 아무리 사안이 가볍다고 판단해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징역 1년 6개월이 최하한이 돼 선고유예나 벌금형을 선고할 수 없다.
공무원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만 확정돼도 지방공무원법상 당연퇴직 사유가 돼 '형벌과 신분 박탈'이라는 제재 총량이 행위 책임에 비해 과도해진다는 설명이다.
다른 선거범죄와의 형평성도 문제다. 돈으로 표를 사는 매수죄(제230조), 허위사실공표죄(제250조), 기부행위금지위반죄(제257조) 등 유권자의 의사를 직접 왜곡하는 대다수 선거범죄는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다. 반면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없는 무효표 처리 오류에는 오직 징역형만 규정돼 있어 불법과 형벌의 경중이 전도됐다는 비판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비교법적으로도 가혹성이 두드러진다. 일본 공직선거법(제237조)은 선거사무 관계자의 투표 증감 행위에도 5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형을 열어두고 있고 독일 형법(제107a조)과 미국 연방법(52 U.S.C. §20511), 영국 국민대표법(RPA 1983 제65조) 역시 벌금형을 두거나 상한을 낮춰 법관이 사안별로 유연한 양형을 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현재 원주시청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원주시청 공무원 A씨의 사건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며 과중한 선거사무 책임을 성토하는 동료 공직자 1100여 명의 탄원서명이 모이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정당 추천 투표참관인들도 자발적으로 진술서를 제출해 공개적 처리 과정을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사무는 국가·지방공무원, 교직원, 공공기관 임직원 등에서 위촉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 투·개표 현장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의존도가 압도적이다.
지방공무원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 수준의 수당을 받으며 강제 동원되는 반면, 현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법적 리스크는 오롯이 비전문가인 지원 인력이 떠안는 기형적 구조"라며 선거사무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구 변호사는 "특정인의 구제를 넘어 30년간 시대 변화를 담아내지 못한 채 방치된 과잉처벌 규정을 비례원칙에 맞게 손질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onemoregiv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