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미중러 정상들이 우크라이나 종전·핵군축 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이 커졌다
- 대만·북핵·북방영토 논의에서 일본이 배제될 우려가 제기됐다
- 일본은 외교적 고립을 막기 위해 한일·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려 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대만해협·북핵·북방영토 등 안보 현안 걸려
'닉슨 쇼크'의 트라우마...동맹국 패싱 경계
미국과 중국, 러시아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세계질서의 향방을 논의할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종전과 핵군축을 명분으로 내건 3자 회담이 현실화한다면 논의는 이란과 대만, 한반도 현안까지 확대될 수 있다. 강대국들이 각자의 핵심 이익을 인정하고 서로의 세력권에 대한 개입을 자제하는 이른바 '제2의 얄타회담'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전후 미국이 주도해 온 동맹 중심의 국제질서가 강대국 간 거래와 세력권 분할의 질서(3극 체제)로 바뀌는 첫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미·중·러 3자 담판이 부상하는 배경과 각국의 전략적 셈법, 국제질서에 미칠 파장을 짚어본다.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국제 현안을 놓고 직접 담판을 벌이는 구상이 부상하면서 일본 외교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과 핵군축을 명분으로 한 강대국 간 협의가 대만해협과 북한 핵 문제 등 동북아 안보 현안으로 확대될 경우, 일본의 핵심 이익이 당사국의 참여 없이 논의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본이 경계하는 것은 단순히 정상회담에 초청받지 못하는 상황이 아니다. 미국과 동맹을 맺고 안보 협력을 강화해 왔더라도, 워싱턴이 베이징·모스크바와의 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안보 이익을 협상 대상으로 삼거나 자국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다.
특히 대만해협의 긴장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일본의 안보와 직결된다. 미국이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우선해 중국이나 러시아와 타협한다면, 일본이 감당해야 할 안보 부담은 그대로 남거나 오히려 커질 수 있다.
과거에도 일본은 미국의 대중국 정책 전환 과정에서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경험이 있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중국 방문 계획을 발표했을 때 일본 정부는 사전에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일본에서 '닉슨 쇼크'로 불리는 이 사건은 동맹국이라도 미국의 중대한 외교적 결정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쓰린 교훈을 남겼다.

◆ '닉슨 쇼크'의 쓰라린 교훈..."동맹이 안보 보장 않아"
일본이 미중러 담판에 민감한 배경에는 미국과의 동맹에 대한 구조적 고민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은 전후 안보 체제의 중심을 미일 동맹에 두고 방위력을 강화해 왔다. 미국의 확장억제와 주일미군의 존재는 일본 안보의 핵심 축이다.
그러나 동맹의 중요성이 곧 외교적 결정 과정에서의 영향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기술 갈등을 관리하거나 러시아와의 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전략적 타협을 모색할 경우, 일본의 이해와 미국의 우선순위가 항상 일치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1971년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 발표는 이러한 불안을 상징하는 역사적 사례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면서 일본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와 정치권은 미국의 외교 전환에 뒤늦게 대응해야 했고, 미일 관계의 신뢰 문제도 불거졌다.
이후 일본은 중국과의 국교 정상화에 나섰지만, 미국의 결정이 일본의 외교 환경을 단숨에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물론 현재의 상황을 당시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지금의 미일 동맹은 안보·경제·기술 분야에서 제도적으로 훨씬 깊어졌고, 일본의 외교적 역할도 과거보다 커졌다. 일본이 미국과의 협의 없이 모든 사안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그럼에도 일본이 경계하는 지점은 분명하다. 미중러가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핵군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대만해협의 긴장 완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등 동북아 현안까지 포괄적으로 다룬다면 일본은 협상 결과의 영향을 직접 받으면서도 결정 과정에는 참여하지 못할 수 있다.
◆ '대만·북핵·북방영토'가 미중러 손아귀에
일본이 가장 민감하게 바라보는 사안은 대만 문제다. 대만해협의 안정은 일본 남서부 도서 지역의 방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대만 유사시 미군의 작전과 일본 내 미군기지의 역할이 맞물릴 수 있는 만큼, 미중 간 대만 문제 협의는 일본의 안보 환경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대만 유사시 일본의 대응 가능성을 언급해 중국과 갈등을 빚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 안정이나 경제적 이해를 위해 대만 문제에 관한 입장을 조정한다면, 일본 남서 도서 지역의 안보 부담은 전적으로 일본이 떠안아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도 일본의 주요 관심사다. 미국이 북한과 협상할 경우 자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문제를 우선시하고, 일본을 사정권에 두는 중·단거리 미사일이나 북한의 핵 능력은 상대적으로 뒤로 미룰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함께 일본인 납치 문제도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5일 국회 연설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히고,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정상회담을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확대도 일본의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한과의 협력을 강화한 상황에서 미러 관계가 재조정되면, 북한 문제에 관한 러시아의 역할도 달라질 수 있다.
미중러가 북한 문제를 직접 논의할 가능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협상이 이뤄진다면 일본이 중시하는 핵·미사일 위협과 납치 문제가 어느 정도 반영될지가 관건이다.
일본과 러시아 사이에는 북방영토 문제도 남아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북방영토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러시아와의 관계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영토 문제 해결과 평화조약 체결이라는 방침을 유지하겠다고 밝혀 왔다.
대만해협과 북핵, 북방영토는 서로 성격이 다른 사안이다. 하지만 일본의 관점에서는 모두 자국의 안보와 외교적 이해에 직결되면서도 미중러의 전략적 선택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 "한일 협력, 외교 쏠림 막을 안전판"
미중러의 헤게모니 거래라는 불확실성에 직면한 일본 외교에 있어 한국과의 협력 및 한미일 3국 안보 공조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안전판'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북한 문제에서 한일은 직접적인 안보 이해를 공유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위협이며,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는 두 나라의 안보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워싱턴이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해 대북 정책이나 동북아 안보 지형을 단독으로 변경하려 할 때, 한일 양국이 공통의 우려를 정리해 미국에 전달한다면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고 역내 현상 유지를 요구할 수 있는 외교적 무게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국회 연설에서 한국과의 안보·경제 협력을 비롯해 한미일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아세안 및 글로벌 사우스로 외교 지평을 넓히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다만 한일 협력이 강대국 간 합의의 영향을 차단하는 만능 해법은 아니다. 한국과 일본은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방식이나 대만해협 문제에 대한 외교적 접근에서 강조점이 다를 수 있다.
역사 문제 등 양국 관계를 흔들 수 있는 현안도 남아 있다. 안보 협력이 진전되더라도 모든 지역 현안에 대한 양국의 이해가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한일 협력의 과제는 공동의 위협에 대응하는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서로 다른 외교적 이해를 조율할 수 있는 소통 기반을 넓히는 데 있다. 한미일 협력과 별도로 한일 양자 간 대화가 안정적으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대국 간 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한국과 일본이 각자의 입장을 파악하고 공통의 이해를 확인하는 과정은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