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선전이 11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개방·혁신을 내세웠다.
- 첫 경제특구 선전은 AI·로봇 도시로 빠르게 변모했다.
- 중국은 선전을 통해 개혁개방 성과를 세계에 알리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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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 전 작은 어촌의 변신,AI·로봇·자율주행이 일상으로
11월 APEC 정상회의서 선전변화 중국굴기 세계에 과시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베이징 특파원= 가상현실(VR) 안경을 쓰고 미래 세계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다. 오토바이 대신 하늘에서 콜라와 햄버거 세트가 배달되고, 시민들의 휴식처인 선전만(深圳湾) 주변 도로에서는 바이두의 자율주행 로보택시 '뤄보콰이파오(萝卜快跑)'가 분주하게 달린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활용한 첨단 기술이 실제 생활에 접목되는 모습은 선전 시민들에게 낯선 풍경이 아니다.
2023년 화웨이 연간 실적 발표 행사를 취재한 이후 3년여 만에 다시 찾은 선전은 기자에게도 낯설게 다가왔다. 중국의 빠른 발전 속도를 두고 '길을 걷다 뒤돌아보면 빌딩이 하나씩 생겨난다'는 말이 회자되곤 했다. 선전에서는 자고 나면 새로운 기술이 일상에 하나씩 스며드는 듯하다. 기자에겐 화웨이가 아닌 유비테크(UBTECH)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취재하러 왔다는 사실 역시 선전의 변화를 실감하게 한다.
이번 선전 방문은 세계한인경제무역협회(월드옥타·회장 박종범)가 주최하는 '2026 세계한인경제무역협회 선전 박람회'를 취재하는 동시에, 11월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둔 현지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해 이뤄졌다.
10월 7일 정오 선전 바오안국제공항에 도착해 로비를 빠져나오는데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알리는 통로 주변의 대형 전광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공항고속도로와 도심 주요 거리에도 APEC을 알리는 홍보물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세계 정상들을 맞이할 준비가 속도를 내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선전에서 열리는 2026년 APEC 정상회의의 공식 주제는 '공동 번영을 위한 아시아·태평양 공동체 건설'이다. 거리의 홍보물과 광장에 설치된 조형물은 개방·혁신·협력을 핵심 메시지로 내세우고 있었다. 보호주의에 맞서 다자주의와 경제협력을 강조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읽혀졌다.
9일 늦은 오후에는 선전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롄화산(莲花山) 공원에 올랐다. 열대 수종과 화초가 우거진 공원 정상에는 개혁개방의 총설계사로 불리는 덩샤오핑의 동상이 서 있다. 어딘가를 향해 바삐 걸음을 옮기는 듯한 자세로 선전과 홍콩을 바라보는 모습이다.
동상 뒤편에는 덩샤오핑이 경제특구 지정 5년 만인 1984년 선전을 방문해 남긴 담화의 한 대목이 새겨져 있다. '선전의 발전은 경제특구 정책이 옳았음을 증명한다'는 취지의 문구다. 곁에서 이를 지켜보던 한 중국인은 덩샤오핑이 특구 시작 5년 시점인 당시에 이미 선전 발전을 언급했는데 "그가 만약 오늘날의 선전 변화상을 본다면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선전은 골수 사회주의 체제 아래서 자본주의 핵심 요소인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중국의 혁명적 개혁개방 실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곳이다. 그 실험을 주도한 인물이 덩샤오핑이다. 선전은 인접한 홍콩을 통해 외국 자본과 기술을 받아들이고 수출을 늘리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덩샤오핑 동상 아래로는 마천루 숲이 펼쳐진다. 까마득한 높이 599m의 핑안국제금융센터가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압도한다. 롄화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1979년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된 이후 선전이 이룬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경제특구 건설 초기인 1980년 선전의 지역내총생산(GDP)은 약 2억7000만 위안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5년에는 3조8732억 위안으로 확대됐다. 한 도시의 경제 규모가 45년 사이 비약적으로 커진 것이다.
7일 저녁 월드옥타 만찬에서 만난 린후이(林慧) 선전시상업연합회 회장은 "47년 전만 해도 선전은 허허벌판이나 다름없었다"며 "지금은 선전 인구가 2600만 명에 이르고 400만 개가 넘는 기업이 설립됐났으며, 국내외 증시 상장기업만 해도 500개를 웃돈다"고 소개했다.
선전의 변화는 경제 규모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전자정보와 통신, 전기차, 배터리 등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이 도시는 이제 AI와 로봇, 드론,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시험하며 사업화하는 혁신 거점으로 변모하고 있다.
과거 외국 자본과 기술을 받아들이는 창구였던 선전은 오늘날 첨단 기술과 신산업의 미래를 시험하는 무대가 됐다.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실,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 부품을 조달하는 시장, 완성된 서비스를 이용하는 현장이 하나의 거대한 산업 생태계로 연결돼 있다.
기술을 빠르게 제품화하고 시장의 반응을 즉각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선전의 핵심 경쟁력이다. 월드옥타 선전 박람회 참석차 호주에서 왔다는 한 기업인은 멜버른에서도 선전의 기술 발전이 화제라며, 7일 오후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택시를 타고 전자부품 유통 중심지인 화창베이(华强北)로 향했다.


선전의 변화는 중국이 추진하는 웨강아오 대만구(粤港澳大湾区)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선전과 광저우, 홍콩, 마카오를 연결하는 광역 경제권은 제조업과 금융, 물류, 첨단기술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선전은 이 거대 경제권에서 기술 혁신과 첨단 제조업을 이끄는 핵심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홍콩과 맞닿은 변방의 작은 어촌이 중국 남부의 산업·경제 지형을 바꾸는 중심지로 성장한 것이다.
중국은 왜 2026년 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하필 선전을 택했을까. 47년 전 첫 경제특구였던 선전은 어떻게 AI·로봇·디지털경제 시대에 세계가 주목하는 혁신도시로 성장했을까. 11월 선전을 찾는 각국 정상들은 이곳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개혁개방 30년의 성과를 세계에 선보였다. 11월 열릴 APEC 정상회의 역시 개혁개방 이후 중국이 이룬 경제성장과 기술 발전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개혁개방 1번지',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라는 상징성을 지닌 선전은 중국 경제의 성장과 첨단기술 굴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도시다. 중국의 미래가 궁금하면 선전을 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11월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세계 정상들은 이곳에서 중국의 빠른 변화와 미래 산업의 단면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뉴스핌은 APEC 정상회의를 한 달여 앞두고 직접 체험한 드론 음식 배달과 자율주행 로보택시부터 유비테크의 휴머노이드 로봇, 전기차와 TCL의 첨단 디스플레이, 화창베이의 전자부품 시장과 산업 생태계까지 선전의 변화와 생생한 현장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