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프랑수아 오종이 30일 개봉 앞둔 ‘이방인’을 선보였다
- 흑백 화면으로 뫼르소의 소외와 거리감을 강조했다
- 여성과 아랍인 서사 넓혀 식민지 알제리도 비췄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뫼르소 넘어 여성·아랍인까지…원작에 더한 새로운 시선
[서울=뉴스핌] 정태이 기자 = 알베르 카뮈의 동명 소설을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시선으로 옮긴 영화 '이방인'이 오는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익숙한 고전을 스크린으로 옮긴 오종 감독은 흑백의 화면과 원작에서 확장한 인물들을 통해 자신만의 '이방인'을 완성했다.
영화는 아프리카 알제의 풍경에서 시작한다. 파리를 닮은 신도시로 성장한 알제의 화려한 모습이 펼쳐진 뒤 화면은 한 남성이 수감되는 감옥으로 전환된다.

그 남자는 뫼르소(뱅자맹 부아쟁)다. 무슨 일로 들어왔느냐는 수감자의 질문에 그는 아랍인을 죽였다고 담담하게 답한다. 영화는 이 장면에서 시간을 거슬러 그가 이곳에 오게 된 과정을 따라간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흑백으로 진행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시작되는 뫼르소의 일상도 평범하지 않다. 매일 비슷한 아침을 맞던 어느 날, 그에게 어머니의 부고를 알리는 소식이 도착한다.
하지만 뫼르소에게서 일반적으로 예상할 법한 슬픔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직장 상사에게 어머니의 죽음을 알리는 순간에도, 장례를 치르기 위해 양로원을 찾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는 슬퍼하기보다는 피곤해하고 어머니를 추모하러 온 사람들을 그저 지켜본다.
마치 자신의 어머니 장례식에조차 이방인으로 찾아온 사람처럼 보인다.
장례를 치른 뒤에도 그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해수욕장에서 옛 동료 마리(레베카 마르데르)를 우연히 만나 함께 수영하고 영화를 본 뒤 사랑을 나눈다. 어머니의 장례 직후라는 사실과 대비되면서 뫼르소의 행동은 더욱 낯설게 다가온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뫼르소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선명해진다. 그는 아무런 감정도 없는 사람이라기보다 사회가 기대하는 방식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에 가깝다.
마리가 자신을 사랑하느냐고 물어도 사랑이라는 감정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이웃 레몽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자신이 내뱉은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도 좀처럼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그런 뫼르소의 시선에 계속 들어오는 존재가 아랍인들이다. 어느 날 해변에서 레몽과 갈등을 빚던 아랍인들과 마주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 보인다.
그러나 뫼르소는 다시 홀로 해변을 찾는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아랍인과 다시 마주한 그는 결국 총을 쏜다.
이 사건 이후 영화는 뫼르소가 저지른 범죄뿐 아니라 그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에 집중한다. 재판을 앞두고 만난 변호사는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하면 불리해질 수 있다고 충고하지만 뫼르소는 자신을 유리하게 포장하거나 사회가 원하는 답을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법정에서도 마찬가지다. 그의 범죄뿐 아니라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보인 태도와 이후의 행동까지 판단의 대상이 된다. 그가 사회에서 통용되는 방식으로 슬퍼하지 않았다는 사실마저 그를 규정하는 근거가 된다.

이 지점에서 영화 전체를 지배해온 흑백 화면의 의미도 보다 선명해진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은 당시 알제를 사실적으로 재현할 세트와 의상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흑백 이미지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또 절제된 연출과 흑백 영상을 통해 알제리를 마치 '잃어버린 낙원'처럼 받아들이게 하고, 카뮈의 이야기를 색다른 시각으로 스크린에 구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오종 감독은 흑백이 이야기 전체에 형이상학적인 차원을 부여하는 동시에 현실과 적당한 거리를 만들어내며, 뫼르소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그러한 거리감을 통해 표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영화에서도 이러한 선택의 효과는 크다. 색채가 사라진 화면은 뫼르소의 건조한 태도와 맞물리며 그가 세상과 맺는 거리감을 더욱 부각한다. 주변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으면서도 좀처럼 섞이지 못하는 모습은 제목 그대로 그가 '이방인'임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오종 감독이 원작에 자신만의 시선을 더한 것은 흑백 화면만이 아니다. 뫼르소에게 집중됐던 시선을 주변 인물로 넓힌 것도 이번 영화에서 눈에 띄는 변화다. 특히 마리와 아랍인의 여자 형제인 제밀라 등 여성 인물의 비중을 원작보다 확대했다.
감독은 이 여성들이 어떤 생각을 했고 무엇을 느꼈으며 어떤 말을 했을지 더 깊이 알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밀라의 경우 아랍인이 역사와 사회 속에서 어떻게 보이지 않는 존재로 취급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역사적인 배경까지 다루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럽게 영화의 배경인 프랑스 식민지 시기 알제리로 시선을 넓힌다.
1830년 프랑스의 침공 이후 식민 지배를 받기 시작한 알제리는 1848년 프랑스의 일부로 공식 편입돼 여러 데파르트망으로 조직됐다. 이후 유럽 각지에서 건너온 정착민들이 알제리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형성하며 규모를 키웠지만, 다수의 무슬림 현지인은 프랑스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유럽계 주민들과 동등한 정치적·법적 지위를 누리지 못하는 제도적 차별에 놓여 있었다.
영화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긴 설명으로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인물들의 대화와 이들이 처한 환경을 통해 보여준다. 아랍인의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대화가 등장하는가 하면, 감옥에서는 아랍인 수감자들이 한 공간에 모여 있는 것과 달리 뫼르소에게는 수감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독방이 주어진다. 레몽이 아랍인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당시 사회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영화는 뫼르소 개인의 소외뿐 아니라 당시 식민지 알제리에서 주변부로 밀려났던 아랍인들의 현실까지 시선을 넓힌다. 원작을 그대로 옮기는 데 머무르지 않고, 오늘날의 시선에서 다시 바라볼 지점을 만들어낸 셈이다.
오종 감독이 새롭게 구축한 '이방인'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축은 배우들의 연기다.

특히 뫼르소를 연기한 뱅자맹 부아쟁은 감정을 과장하지 않은 표정과 말투로 인물이 세상과 두고 있는 거리를 표현한다. 자칫 아무런 감정이 없는 인물로 평면적으로 보일 수 있는 뫼르소를 쉽게 규정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남겨둔다.
부아쟁은 뫼르소를 연기하기 위해 카뮈의 '이방인'을 네 차례 이상 다시 읽었으며 니체와 폴 발레리의 글도 함께 읽으며 인물에 대한 생각을 채웠다. 이러한 준비는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미묘한 표정과 태도로 뫼르소를 표현하는 연기로 이어진다.
마리 역의 레베카 마르데르 역시 인상적이다. 뫼르소와 달리 자신의 감정을 보다 솔직하게 드러내는 마리를 통해 두 사람의 온도 차이를 만들어내고, 무채색의 화면 안에서도 인물의 생기를 잃지 않는다.
프랑수아 오종의 '이방인'은 익숙한 고전을 단순히 그대로 옮기는 대신 색을 걷어내고 시선을 넓히는 방식을 택했다. 흑백 화면은 뫼르소와 세계 사이의 거리를 강조하고, 원작에서 상대적으로 주변에 머물렀던 여성과 아랍인에게까지 시선을 돌리며 카뮈의 이야기를 자신의 방식으로 다시 바라본다.
뫼르소가 세상 속에서 이방인이었다면, 영화는 그가 바라보지 않았던 이방인들에게도 시선을 건넨다. 흑백으로 색을 덜어냈지만 오히려 원작을 바라보는 시선은 넓어졌다. 오종 감독의 '이방인'이 익숙한 고전을 다시 꺼내든 이유가 드러나는 지점이다.
taeyi42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