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국민연금이 26일 ESG 공시를 투자 판단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 전문가들은 공시 대상 급증과 인증·Scope 3 집중에 우려를 밝혔다.
- 정부와 기업은 국제 정합성과 산업 현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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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ESG 대응 역량 투자에 반영"…기업간 격차 커질 듯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국내 지속가능성(ESG) 공시 의무화가 본격화하면서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국내 산업계의 현실적인 대응 여력을 고려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공시 대상 기업이 단기간에 10배 이상 늘어나는 데다 제3자 인증 의무화와 공급망 탄소배출량(Scope 3) 공시 등이 비슷한 시기에 집중되면서 기업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민연금은 향후 ESG 공시 대응 수준을 실제 투자 판단과 주주권 행사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한국회계학회와 포스코경영연구원은 26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지속가능정보와 기업의 발전' 특별세미나를 열고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에 따른 기업 영향과 제도 안착 방안을 논의했다.

◆ 2028년 291곳→2029년 3171곳…ESG 공시 '병목' 우려
한종수 이화여대 교수는 지난 2월 확정된 한국지속가능성 공시기준(KSDS)과 7월 확정된 공시 로드맵을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일본, 유럽연합(EU), 미국 연방정부, 캘리포니아 등 주요 해외 제도와 비교했다.
한 교수는 한국의 공시제도가 법정공시와 재무정보 간 정합성, 세이프하버(Safe Harbor) 등 국제적으로 활용되는 틀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방향은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실제 시행 과정에서는 네 가지 병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국제기준보다 완화된 기준을 장기간 적용할 경우 한국 공시정보의 대외 신뢰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 공시 대상 연결 실체는 2028년 291개사에서 2029년 3171개사로 급증할 예정이어서 기업과 공급망 전반의 데이터 처리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공시 시작과 제3자 인증 의무화 사이에 약 2년의 공백이 발생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여기에 2030~2031년 인증 의무화와 Scope 3 첫 공시, 세이프하버 전환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기업의 규제 대응 부담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 교수는 KSDS와 ISSB 기준 간 정합성을 확인할 수 있는 영문 대조표를 발간하고 완화조항의 일몰 시점을 미리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중소 협력사의 Scope 3 측정을 지원하고 기업 내부에는 재무제표에 준하는 지속가능성 공시 내부통제(ICSR)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계적인 제도 도입의 취지를 유지하면서도 국제 정합성과 인증, Scope 3 준비를 세밀하게 관리해야 한국 ESG 정보의 가치 하락을 막을 수 있다고 봤다.
◆ "해외 제도 그대로 적용해선 안 돼…산업 현실 고려해야"
국내 산업 구조를 고려해 공시 의무화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승재 세종대 교수는 지속가능성 공시의 궁극적인 목적이 기업 자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있는 만큼 해외 제도와 단순 비교해 국내 기업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공시 대상 기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면서 필요성이 있는 기업에는 자율공시를 유도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특히 공급망 전체의 탄소배출량을 측정해야 하는 Scope 3 공시 유예는 기업 경쟁력 저하를 막기 위한 현실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에너지와 경제 분야의 외부 의존도가 높은 독일 사례도 언급하며 지속가능성 정책이 이상적인 목표에만 치우칠 경우 산업 경쟁력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 공시체계 역시 실제 기업이 이행할 수 있는 수준과 경제적 실리를 함께 고려해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민연금 "ESG 대응 역량 투자에 반영"…기업 간 격차 커질 듯
지속가능성 공시가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기업의 자금 조달과 투자 유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은 현재 약 1000개 기업의 ESG 정보를 바탕으로 탈탄소와 녹색전환 성과가 우수한 기업에 투자 비중을 높이는 '틸팅(Tilting)'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의 낮은 ESG 데이터 공개율과 검증된 비교가능 정보의 부족으로 투자 과정에서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글로벌 투자자 역시 유의미한 정보 부족을 한국 시장 투자의 장애 요인으로 보고 있다며 ESG 데이터의 품질이 향후 해외 자본 유입을 좌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향후에는 ESG 공시 대응을 단순한 서류 작성 수준으로 평가하지 않고 기업이 실제로 지속가능성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재원을 갖췄는지를 투자 판단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공시 체계가 본격화하면 대응 역량에 따라 기업 간 평가 격차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정준희 대구대 교수도 지속가능성 공시는 기업에 새로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의 장기 가치와 위험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주렴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속가능성 정보가 단순한 비재무 지표에 머물지 않고 기후변화 등이 자산 손상이나 부채, 회계추정 등에 미치는 재무적 영향과 연결돼야 정보 가치가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 기업도 내부통제 구축 속도…포스코 "그룹 차원 시스템 고도화"
기업들은 공시 의무화에 대비해 데이터 확보와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한영아 포스코홀딩스 IR실장은 포스코그룹이 온실가스 배출량의 연결 범위를 확대하고 내부탄소가격제를 정비하는 한편 기후 관련 자원 배분 정보를 집계하는 등 그룹 차원의 지속가능성 공시 내부통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기후 공시가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 배제나 주주총회 반대표 행사의 수단으로만 활용되는 데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기업의 장기 기술 투자와 탄소 감축 성과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투자자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윤재 KB금융지주 ESG사업부장 역시 공시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ESG 데이터 확보와 신뢰성 검증이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Scope 3 공시에 대응하려면 자체적인 데이터 관리 역량이 부족한 중소 협력사 지원체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시된 ESG 정보를 전환금융 심사에도 활용해 기업이 같은 자료를 반복 제출하는 부담을 줄이고 '공시-금융-전환'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참석자들은 지속가능성 공시가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을 유지하면서도 국내 산업의 현실적인 실행 가능성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정착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정부는 인증 공백과 Scope 3 등 규제가 한꺼번에 몰리는 시기의 부담을 줄이고 기업은 재무정보 수준의 내부통제와 데이터 관리 체계를 선제적으로 갖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기관 역시 공시 정보를 단순한 투자 배제 기준이 아닌 기업의 장기적인 전환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hkj7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