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최근 장윤기 사건 이후 온라인에서 외모를 칭찬하며 소비하는 가해자 팬덤 현상이 논란이 됐다.
- 전문가들은 후광 효과·하이브리스토필리아·SNS 알고리즘이 결합해 범죄자 미화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 황정용 교수는 명예훼손 등 법적 제재 강화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가해자 중심 여론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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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매력적이면 신뢰한다는 근거 없는 '후광 효과' 사법 제재·리터러시 교육 시급"
[서울=뉴스핌] 정태이 기자 = 최근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 피의자 장윤기의 신상이 공개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가해자의 외모를 평가하고 칭찬하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건의 잔혹성과 피해자가 겪은 고통 대신 가해자의 외형에만 집중하는 이런 행태가 피해자와 유가족을 향한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강력범죄 가해자의 외모에 열광하는 '팬덤'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는 비정상적인 행태는 한국 사회에서 지속해서 반복돼 왔다. 지난 1999년 7월 탈옥수 신창원의 검거 당시 그가 입었던 티셔츠가 전국적으로 유행하는 기현상이 벌어졌고, 보험금을 노려 가족을 살해한 엄인숙도 예쁜 외모로 주목받으며 '강도 얼짱'이라는 팬카페가 개설되기도 했다. 최근 발생한 '강북 모텔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 김소영의 사례 역시 범죄자의 외형을 소비재로 취급하는 왜곡된 여론의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실제로 이번 장윤기 사건이후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그의 얼굴이 공개되자마자 이를 품평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범죄자 맞냐, 연예인인 줄 알았다', '잘생긴 게 죄는 아니지 않느냐', '얼굴 보고 나니 처벌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라는 식의 부적절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후 서울북부지검이 실물 머그샷을 전격 공개하자 여론은 '보정 사진에 속았다'는 식의 조롱과 비하로 돌아섰다. 범죄의 심각성보다 피의자의 외모를 하나의 유희거리로 취급하는 본질 흐리기가 반복된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경을 넘어 해외에서도 오랫동안 관찰되어 온 고질적인 병폐다. 황정용 동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미국의 연쇄살인마 테드 번디의 경우, 젊은 다수 여성들을 잔혹하게 살해했지만 재판에서 자신을 변호하는 모습이 공중파TV 방송을 타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많은 여성들이 그에게 매료되어 교도소로 결혼하고 싶다는 편지를 보내는 등 기이한 팬덤 현상이 벌어졌다"며 우리나라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진단했다. 일본에서도 '도쿄 이케부쿠로 성매매 사건' 용의자에게 '가장 아름다운 범죄자'라는 왜곡된 수식어가 붙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대중이 범죄자의 외모에 동조하고 매료되는 주요 원인으로 인지 편향의 일종인 '후광 효과'를 꼽았다. 황 교수는 "외모가 매력적이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성도 높고 신뢰할 만한 사람일 것이라는 근거없는 오판을 내린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범죄자에게 성적·정서적 매력을 느끼고 추종하는 '하이브리스토필리아(Hybristophilia·범죄인성애)' 성향과 자극적인 이미지를 우선 노출해 체류 시간을 극대화하려는 SNS 알고리즘의 상업적 구조도 이런 현상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온라인상의 가해자 중심 콘텐츠 소비에 대해 대중 역시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수원에 거주하는 직장인 허모 씨(30)는 "최근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상에서 범죄자의 외모를 품평하는 콘텐츠를 양산하고 여기에 동조하는 댓글을 다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허 씨는 특히 "내가 만약 사건의 유가족이라면, 가해자의 외모가 소비되는 모습을 보며 정말 피눈물 나고 마음이 더 아플 것 같다"고 토로했다.
가장 큰 문제는 범죄자 팬덤이 피해자를 향한 명백한 '2차 가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가해자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이 형성되면 여론이 본질을 벗어나 피해자에게 화살을 돌리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범죄자 팬덤이 형성되면 '실제로는 범죄자가 잘못한 게 아니라 피해자가 잘못해서, 혹은 피해자가 여지를 주어서 범죄자가 그러한 형태로 나아간 것이 아니냐', '피해자 스스로 조심했어야 했다'는 식의 왜곡된 주장이 나오게 되는데 이는 명백한 2차 가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황 교수는 적극적인 사법 제재와 교육적 접근이라는 투트랙 대책을 제안했다. 황 교수는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라면 사자명예훼손이 될 수 있고, 생존한 사람이라면 그 자체로 명예훼손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며 "이러한 기존 법적 조항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강력범죄 피의자 팬덤의 2차 가해 행위를 엄격히 제재하는 방안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구조적인 해결을 위해 "대중이 바라보는 미디어를 그대로 받아들일 게 아니라 그 이면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를 주체적으로 알아챌 수 있도록 돕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등 사회 전반의 기본적인 교육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taeyi42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