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5월이 채 가기도 전에 대구·경북권의 낮 기온이 31도를 오르내리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5월 세 번째 주말인 17일, 대구권의 낮 기온이 34도에 육박하면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또 경북권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최고 체감 온도가 31도 안팎으로 오르면서 거리는 온통 반소매 차림이다.
5월의 꽃, 아카시꽃 향내가 풀풀 날리는 데 전국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여기에 고압권의 영향으로 맑은 날씨가 이어지고 강한 일사에 자외선 지수도 '매우 높음' 단계까지 치솟으면서 오존 농도도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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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록의 새순을 피워 올리며 봄을 알리던 산천이 어느새 녹음이 짙어지면서 여름으로 성큼 내닫는다. 울진의 북쪽 관문인 죽변항에 연접해 국립해양과학관을 안고 있는 후정 해수욕장의 백사장에 갯메꽃과 벌노랑이가 무리지어 연한 물빛과 샛노란 속살을 열고 있다.
갯메꽃과 벌노랑이의 꽃봉오리가 앞다투어 바다로 달려들 듯 일제히 바다로 향해 있다. 향일성(向日性)이 아니라 향해성(向海性)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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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정리 해수욕장 사구는 온통 진한 노랑 빛깔과 여린 살색이 펼치는 향연이다.
벌노랑이꽃의 앞에 붙은 '벌'은 '벌(蜂)'이 아니라 '벌판, 들판'을 가리키는 '벌'이라고 전한다. 그럴 법도 하다.
벌노랑이는 소금기 많은 갯가 백사장에서만 잘 자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역의 들녘이며 길가와 바닷가 모래 땅의 양지바른 곳이면 어디든 뿌리를 내려 무리지어 피어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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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갯마을인 울진 포구의 빈한한 어부의 집에서 태어나 어린 남동생을 위해 '공순이'라는 이름으로 대처로 떠난 맏누이가 매일 윤이 나도록 닦던 손바닥만 한 안마루처럼, 벌노랑이 진한 노랑 빛깔 꽃잎이 매끈하다.
벌노랑이는 제법 굵은 뿌리를 땅속 깊이 내리고 사방으로 줄기를 뻗어 고리 형태의 환상(環狀)을 이뤄 꽃줄기 끄트머리에 진한 노랑의, 마치 '달걀을 거꾸로 세워놓은 모습'의 앙증맞은 노랑 빛깔의 꽃을 산형(傘形)으로 피워낸다. 맏누이의 고운 꿈이 피어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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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으로 꽃줄기를 뻗쳐 지붕처럼 둥글게 모아 꽃을 피우는 모습이 어린 나이에 대처로 나가 고된 노동살이로 남동생을 키우며 가계를 일군 우리네 맏누이를 닮았다. 우주처럼 넓다. 꽃은 6∼8월에 절정을 이룬다. 콩과 식물로 백맥근, 오엽초, 황금화, 별노랑이, 벌조장이라는 다른 이름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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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변항 포구를 가꾼 노모들을 뎁혀 온 화톳불 닮은 갯메꽃
이 무렵 동해안 갯가 백사장에는 벌노랑이뿐 아니라 '갯메꽃' 또한 여린 살색의 속살을 열고 뭇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동해안 어업전진기지인 죽변항을 품은 후정리는 우리나라 해양연구와 해양산업의 전초기지이다. 이 중 국립해양과학관은 동해안의 해양생태계를 담은 교육전시체험관이다.
동해 바다를 잇는 393m의 바다 통로와 바닷속 전망대로 이어지는 국립해양과학관의 백사장이 여릿한 화톳불처럼 환하다. 갯메꽃 무리이다.
온몸을 소진하고 사그라드는 마지막까지 따스한 온기를 전하는 화톳불을 닮았다. 일제히 바다를 향해 함성을 지르듯 깔때기 모양의 여린 살색 속살을 열고 있다. 모든 무리지어 있는 것들은 아름답다. 처연하다.
갯메꽃은 귓불을 에는 겨울, 매서운 바닷바람을 등지고 화톳불에 의지해 싱싱한 생선을 갈무리하며 가계를 일으키고, 죽변항을 지키고 가꿔 온 포구의 노모들을 영락없이 빼닮았다.
갯가 백사장에 뿌리를 내리고 땅 위를 기거나 다른 물체를 감고 올라가며, 오뉴월 잎겨드랑이에서 난 꽃자루에 여린 살색 깔때기 모양의 꽃을 피운다. 꽃 속에 귀를 대면 파도 소리, 바닷바람 소리가 가득 쏟아져 나올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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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모양이 나팔꽃이나 분꽃과 비슷하나 나팔꽃은 귀화식물인데 비해 갯메꽃은 우리나라 토종이다. 덩굴성 여러해살이풀로 햇볕이 잘 들어오고 물이 잘 빠지는 해안가 모래가 많은 곳에서만 잘 자란다.
생물학자들은 갯메꽃이 해안 사구에서만 자라는 생육 특성 때문에 해안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기도 하고 해안메꽃, 개메꽃 등의 다른 이름으로도 불린다.
초여름 울진 바다를 밝히는 벌노랑이와 갯메꽃이 부르는 노래는 울진 죽변 후정리에 자리한 국립해양과학관과 후정 해수욕장 앞 '불가(백사장의 울진지방 방언)'에 오면 만날 수 있다.
nulche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