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스피릿항공이 2일 창립 34년 만에 운항 중단하고 사업 청산했다.
- 채권단 구제금융 협상 결렬과 이란 전쟁 항공유 폭등이 원인이다.
- 언번들 모델 혁신에도 재무 악화로 1만7천명 직원 해고됐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저가 항공 모델의 아이콘…업계 최초 청산 사례
구제금융 협상 실패…정부의 지원 시도 무산
[서울=뉴스핌] 김현영 기자 = 미국 저가 항공사 스피릿 에비에이션 홀딩스(FLYYQ)가 2026년 5월 2일, 창립 34년 만에 운항을 전면 중단하고 사업을 청산했다. 전날 밤 채권단과의 구제금융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이란 전쟁이 낳은 항공업계 최초의 청산 사례로 기록됐다. 마지막 스피릿 항공편은 미국 디트로이트 메트로폴리탄 공항을 출발해 댈러스 포트워스 국제공항에 착륙하며 34년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데이브 데이비스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억 달러에 달하는 추가 유동성이 필요했지만, 스피릿은 이를 확보하지도, 조달하지도 못했다"며 "대단히 유감스러운 결과이며, 우리 누구도 원했던 결말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30여 년간 스피릿항공은 여행의 문턱을 낮추고 사람들을 이어주며 업계 전반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약 1만 7,000명에 달하는 임직원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 해고 사실을 처음 접했다. 근속 25년 이상의 베테랑 직원도 예외가 없었다. 운항 마지막 날 스피릿은 5만 명 이상의 승객을 안전하게 수송한 뒤 1,300여 명의 승무원들을 각자의 홈베이스로 귀환시키는 작업에 착수했다.
◆ 저가항공의 혁신가, 어떻게 시장을 바꿨나
스피릿항공의 뿌리는 1980년대 초 전세기 여행사인 '차터원항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항공사가 항공업계에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이른바 '언번들(unbundle)' 요금 모델이다. 수하물 위탁, 좌석 지정, 탑승권 출력 등 항공 여행의 기본 서비스를 모두 분리해 선택 사항으로 제공함으로써 기본 운임을 극도로 낮추는 구조였다. 이 모델은 초기에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지만, 가격에 민감한 여행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오랜 기간 스피릿항공을 이끌었던 벤 발단자 전 CEO는 유명한 구두쇠로, 손님과 똑같은 좁은 좌석에 앉아 비행하며 "문제는 스피릿이 싼 게 아니라 승객들이 항목별로 나뉜 청구서를 처음 보고 당황하는 것뿐"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 항공사의 파격적인 마케팅도 빠질 수 없는 역사다. 2010년 딥워터 호라이즌 원유 유출 사고를 빗댄 광고부터 하원의원 앤서니 위너의 성 추문을 소재로 한 '위너 세일', 성적 함의를 담은 'MILF 세일'에 이르기까지 도발과 논란을 마케팅 무기로 삼았다.
스피릿이 구축한 모델의 영향력은 결국 업계 전체로 번졌다. 수십 년의 운항 역사와 글로벌 노선을 보유한 대형 항공사들조차 '기본 이코노미' 운임을 도입하며 스피릿의 방식을 뒤따르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스피릿의 발목을 잡았다. 기존 대형 항공사들이 스피릿의 모델을 모방해 저가 경쟁에 나서자 스피릿만의 차별성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 구조적 취약성과 누적된 위기
스피릿항공의 몰락은 단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구조적 취약성이 수년에 걸쳐 누적된 끝에 외부 충격이 임계점을 넘어뜨린 결과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행 수요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팬데믹 이전 스피릿의 핵심 고객이었던 절약형 여행객들은 팬데믹을 겪으며 편의와 경험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소비 성향을 바꿨다. 기본 서비스조차 포기하게 만드는 초저가 모델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이 변화는 스피릿뿐 아니라 유사한 모델을 채택한 초저가 항공사 전반에 걸친 구조적 도전이었다.
재무 지표는 이미 심각한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스피릿항공은 2019년 이후 단 한 해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2024년 11월 첫 번째 파산보호를 신청할 당시 2020년 이후 누적 손실은 25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후 2025년 8월에는 부채 81억 달러, 자산 86억 달러를 신고하며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두 번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시장점유율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때 미국 전체 항공편의 5%를 담당했으나, 2026년 2월 기준 국내선 시장점유율은 3.9%로 1년 전의 5.1%에서 크게 하락했다. 같은 달 국내선 승객 수는 약 17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0만 명이 줄었으며, 5월 가용 좌석 수는 2024년 5월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2023년에는 합병을 통한 돌파구가 막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법무부가 반독점을 이유로 스피릿과 젯블루(JBLU)의 합병을 저지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이 합병은 2024년 연방 법원에 의해 최종 불허됐다. 숀 더피 교통부 장관은 "당시 많은 사람들이 재앙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합병이 허용됐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 합병이 성사됐더라면 스피릿은 젯블루의 네트워크와 브랜드력을 등에 업고 훨씬 유리한 위치에서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이란 전쟁과 항공유 가격의 충격
재정적으로 이미 한계에 몰려 있던 스피릿에 치명타를 가한 것은 이란 전쟁이었다. 2026년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시작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은 격랑에 빠졌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고 미 해군이 이란 항구를 봉쇄하는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으며, 일부 시장에서 항공유 가격은 두 달 만에 두 배 이상 치솟았다.
스피릿의 사업 구조개편 계획은 2026년 항공유 가격을 갤런당 약 2.24달러, 2027년에는 2.14달러로 가정해 설계되어 있었다. 그러나 4월 말 실제 가격은 갤런당 약 4.51달러까지 급등했다. 항공유는 항공사 운영비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비용 구조의 핵심 전제가 두 배 이상 빗나가자, 정교하게 설계된 구조개편 계획은 한순간에 무의미해졌다. 추가 자금 조달 없이는 버틸 수 있는 선택지가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와튼스쿨 석좌연구원이자 저명한 경제학자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전쟁의 파급 효과가 억제되지 않을 경우, 재정적으로 취약한 다른 기업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취약 계층 가계와 경제 전반에 심각한 부담을 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스피릿항공은 그 첫 번째 사례가 됐지만, 마지막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 구제금융 협상의 전말
스피릿의 자구노력과 병행해 트럼프 행정부는 이례적인 수준의 구제 개입을 시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구제금융 가능성을 언급하며, 정부가 스피릿항공 지분의 최대 90%를 취득할 수 있는 워런트를 담보로 5억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는 정부가 사실상 지분 대부분을 취득할 수 있는 조건으로, 스피릿이 파산에서 벗어날 경우 납세자가 상당한 수익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협상에는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도 핵심 역할을 맡아 관여했다. 그는 같은 시기 인텔(INTC) 지분 10% 인수 협상도 주도한 인물로, 트럼프 행정부의 민간 기업 직접 개입 기조를 상징하는 행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일 오후까지도 "좋은 조건일 때만 가능하지만, 도울 수 있다면 돕겠다"고 언급하며 최후의 구제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협상은 채권단의 반발로 결렬됐다. 핵심 채권자인 켄 그리핀의 시타델을 비롯한 대형 헤지펀드들은 정부 지원 자금이 기존 채권보다 변제 우선순위에서 앞서게 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정부가 상위 채권자 지위를 갖게 되면 기존 채권의 회수율이 크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반대 제안을 내놓았으나 협상 타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협상에 관여한 한 채권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스피릿항공을 살리기 위해 이례적인 노력을 기울였지만, 죽은 사람에게 숨을 불어넣을 수는 없었다"고 평했다. 숀 더피 교통부 장관도 "결국 이것은 채권단의 문제"라며 "정부와의 거래 여부를 결정할 최종 권한은 채권단에 있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더피 장관은 다른 항공사의 인수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희망자를 찾지 못했다며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살 이유가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구제금융 논의는 여야 의원 모두의 반발도 불렀다. 상원 상무위원장인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소셜미디어에 "정부의 스피릿항공 구제금융은 최악의 발상"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대이란 전쟁이 항공유 가격을 폭등시켜 결국 스피릿항공을 무너뜨렸다"며 "이 세금 구제금융으로 미국 국민이 얻는 것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②편에서 계속됨
kimhyun0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