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불 구조에 대형사 관심 커져
과도한 임대 비율·심의 지연 걸림돌
업계 "제도 체질 개선 시급"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울 및 수도권 공공재개발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대형 건설사들의 참여가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임대주택 의무 공급 비율과 지자체의 까다로운 심의 절차가 사업 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허가 속도를 높이고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수주 가뭄 속 1군 건설사 '눈독'…높은 안정성이 무기
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에 따르면 LH는 최근 광명6구역 공공재개발사업 사업타당성 조사 및 정비계획 구상 용역을 발주했다. 과거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했으나 입안 제안 과정에서 주민 동의를 얻지 못해 사업을 포기했던 곳이다. 이후 LH가 다시 우선추진 후보지로 선정해 사업을 이끌고 있다.
구역 내 일부 부지에서 별도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구역계 제척이 필요하다. 해당 사업지를 제외한 나머지 구역만을 묶어 재개발에 나서야 하는 다소 복잡한 상황에 놓였다. LH 관계자는 "구역계 제척 민원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건축계획 등 전반적인 재조정을 추진하고 사업타당성 조사와 연계할 예정"이라며 "이번 용역으로 최적의 사업계획안을 수립해 사업 시행 의사결정에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공공재개발 사업은 LH 등 공공시행자의 참여를 통해 정체된 정비사업을 정상화하는 제도다. 2021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법적 상한 용적률이 완화되고 통합심의를 받거나 사업비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조합과 시공사 간 유착을 차단하고 투명한 공사가 가능하고, 다 지은 후 집이 안 팔리면 공공 매입도 가능하다.
윤석열 정권에선 민간정비 정상화 지원 정책이 다수 발표되며 공공재개발 기대효과가 줄고 추진 여건도 미미했다. 그러나 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를 강조하는 현 정권이 들어서며 LH 또한 공공재개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 1월 기준 LH가 서울에서 시행자로 사업을 진행 중인 공공재개발 사업지는 총 12곳이다. 이 중 이 중 ▲송파구 거여새마을(삼성물산·GS건설) ▲성북구 장위9구역(DL이앤씨·현대건설) ▲성북구 장위8구역(삼성물산) ▲성북구 성북1구역(GS건설) ▲중랑구 중화5구역(GS건설) ▲동대문구 전농9구역(현대엔지니어링) ▲동대문구 신설1구역(두산건설) ▲양천구 신월7동 2구역(한화 건설부문·호반건설) ▲영등포구 신길1구역(현대건설) 등 9곳은 시공사 선정을 마쳤다.
나머지 ▲관악구 봉천13구역 ▲노원구 상계3구역 ▲종로구 숭인동 1169 일대 역시 시공사 선정을 준비 중이거나 사업 추진 단계에 있다. 최근 건설사들의 수주 가뭄이 심화하면서 1군 대형 건설사들도 공공재개발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은 모습이다.
기성불 구조로 공사비 확보가 용이하고 미분양 발생 시 공공이 책임을 져 재무적 부담이 낮다는 것이 최대 이점이다.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돌파구로 평가받는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민간 분양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정비사업 경쟁이 과열되자 이전에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던 공공주도 사업도 검토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 규제에 묶인 사업성… "현실적 공사비·임대 비율 조정 필수"
문제는 높은 공익성 요구에 있다. 권리자 분양분을 제외한 세대수의 40% 이상을 임대주택 등 공적 주택으로 강제 공급해야 해 주민 부담금이 늘고 비례율이 떨어지는 구조다.
지방자치단체의 까다로운 심의 절차와 규제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신설1구역 개재발은 사전기획 단계에서 건축계획 자문만 8차례를 거치며 1년가량 지연됐다. 서울시가 '우수 디자인 설계'를 명목으로 베란다 설치를 제한해 개별 주택의 내부 평면구조 악화를 유발한다며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상계3구역 역시 지역 특성상 제1종 일반주거지역이 72%를 차지해 제2종으로 종상향을 해도 용적률 인센티브가 250%에 혜택이 제한적이다. 이 일대는 과거 지자체가 도로 등 기반 시설을 깔아주면 주민이 직접 집을 짓는 '자력재개발'(환지방식)이 추진됐지만, 사업이 끝맺음을 맺지 못하고 중단됐다.
이후 다시 재개발을 착수하려다 보니 기반 시설 조성에 투입했던 예산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속도가 다소 느려졌다. 상계3구역 조합 관계자는 "분담금을 낼 능력이 없어 쫓겨난다거나 임대 아파트가 너무 많다는 우려, 기대보다 느린 사업 속도 등으로 주민들과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구역 지정 변경 시 통합심의 등을 통해 심의 절차를 일괄 처리해 인허가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거지 중심 구역에는 1단계 종상향과 법적 상한 용적률 1.2배 완화 혜택을 동시 적용하는 등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 세분화가 요구된다는 주장이다.
정비구역 내 공공기관이 보유한 매입임대주택을 일반분양으로 전환해 사업성을 높이는 대안도 부상하고 있다. LH토지주택연구원의 시뮬레이션 결과 이 방식을 적용하면 비례율은 4.64% 오르고, 조합원 분담금은 전용 59㎡ 기준 1400만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주진 LHRI 연구위원은 "사업성이 열악한 노후주거지역의 정비 실행력을 고려해 합리적 수준의 공공기여 방안을 마련하고, 사전협의 사항이 인허가에 원만히 반영되도록 지자체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정 지원과 더불어 사업의 뼈대가 되는 제도 자체의 체질 개선도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장과 괴리된 낡은 규제들이 오히려 주민 갈등을 키우고 우수 시공사의 참여를 막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한성대 석좌교수는 "공공 수용 방식에 대한 구역민의 이해도가 부족한 만큼 충분한 설득 과정이 선행돼야 하며, 우수 시공사 유치 확보를 위해 현실적인 공사비 보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모 시 10%에 불과한 초기 주민 동의율 기준을 높여 갈등 불씨를 차단하고, 용적률 상향분의 50%를 임대아파트로 짓게 하는 과도한 비율은 반드시 조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