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특허 충돌 없다"…확전 가능성엔 선 그어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각형 배터리를 둘러싼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간 경쟁이 단순 점유율 다툼을 넘어 '기술 정통성'과 '차세대 표준' 주도권을 둘러싼 공개 신경전으로 확산되고 있다. 양사가 특허 보유 규모와 기술 방향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배터리 산업 내 경쟁 구도가 한층 선명해지는 양상이다.
24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 분야의 기술 우위를 강조하며 경쟁사 견제에 나섰다. 삼성SDI는 지난 11일 인터배터리 현장에서 미국 기준 각형 배터리 특허 1200건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경쟁사의 관련 특허 규모와 비교해 원천 기술 보유자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기술 침해 시 강력 대응 방침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단순한 기술 홍보를 넘어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는 각형 시장 진입을 본격화한 LG에너지솔루션을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대응 방식에서 다른 전략을 내놓고 있다. 각형 배터리 단일 분야가 아닌 전체 배터리 산업을 아우르는 특허 7만 건을 강조하며 기술 저변과 확장성을 부각하는 것이다. 김동명 대표가 주총 직후 취재진을 만나 "특허 충돌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것도 표면적으로는 갈등을 완화하는 메시지지만, 내부적으로는 충분한 기술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양사의 전략 차이는 기술 방향성에 대한 시각차로 이어진다. 삼성SDI가 각형 배터리를 중심으로 안정성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는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 기반의 유연성과 함께 전고체 배터리로의 전환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접근을 병행하고 있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의 원천기술을 앞세워 시장의 기준을 선점하려는 전략이고, LG에너지솔루션은 특정 폼팩터에 국한되지 않는 기술 포트폴리오로 대응하는 흐름"이라며 "결국 경쟁의 초점이 제품 형태에서 기술 지배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배경에는 시장 환경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각형 배터리 채택을 확대하는 흐름이 나타나는 동시에 전고체 배터리는 상용화 초기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요구하면서 특정 기술이나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 현재의 기술 선택이 향후 표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배터리 업체 간 주도권 경쟁 역시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양사의 이번 공방이 단기적인 신경전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허 보유량을 앞세운 우위 주장과 공개 발언을 통한 압박이라는 흐름이 과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분쟁 초기 국면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인력 유출과 기술 도용 논란을 계기로 갈등이 촉발된 이후, 글로벌 소송전으로 확대된 전례가 있다. 이번 역시 특허를 매개로 한 견제와 대응이 반복될 경우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다만, 대기업 간에는 기술적 접점이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어 전면적인 법적 분쟁으로 확대되기는 쉽지 않다는 신중론도 있다. 각사의 특허가 상호 보완적인 구조를 띠고 있는 만큼 실제 소송으로 이어지기보다는 '기술 우위 선점'을 위한 전략적 메시지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배터리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각형 배터리 자체보다 향후 표준을 누가 가져가느냐를 두고 선제적으로 포지셔닝을 하는 것"이라며 "이번 공방은 실질적인 법적 다툼보다는 미래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기술력을 확인하는 단계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aykim@newspim.com












